공무원 면접 탈락한 청각장애인, 항소심 최후 변론… “특혜 아닌 공정 기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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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법원종합청사
▲수원법원종합청사 ⓒ더인디고
  • 류 씨 “법 외면하는 현실 안타까워”…“중증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당당히 합격하길 바라”
  • 변호인, “사전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위반 및 장애 관련 질문은 차별행위”
  • 여주시 측, “기존 입장 변함없어 추가 변론 없다”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23일 수원고등법원에서는 공무원 임용경쟁 면접시험에서 탈락한 청각장애인 류 씨의 ‘불합격처분 취소’에 대한 항소심 마지막 변론이 있었다.

이날 원고를 대리한 최현정 변호사는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등 절차상 위법과 장애 관련 질문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차별행위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불합격처분 취소를 요청했다.

류 씨는 지난 2018년 제1회 여주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하여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해당직렬은 최종 2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며 류 씨는 해당 직렬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였다.

류 씨는 전혀 듣지 못하지만 상대방의 입술을 읽고 말하는 구어는 가능하다. 하지만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 3인 전원으로부터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평가 항목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하’를 받아 추가 면접시험을 치러야 했다. 이어 추가 면접시험에서도 면접위원 3인 모두 동일한 항목을 ‘하’로 평정, 최종 ‘미흡’ 등급을 받아 불합격되었다. 전체 응시자 중 ‘미흡’을 받아 탈락한 사람은 류 씨뿐이었다.

이에 류 씨는 여주시를 상대로 ▲사전 편의제공 의무 위반과 ▲면접위원의 차별적 질문 등을 이유로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9월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원고가 ‘무난하게 면접을 치른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할 수 없고 그 외에 피고가 원고에게 시간 연장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다.” 또 여주시가 원고의 장애특성을 “대화 및 수화 불가능”이라고 안내한 것과 관련해서도 “원고의 장애에 따른 현 상태를 설명한 것이고 면접위원들에게 부당한 선입견을 심어주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질문들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원고가 장애를 극복한 경험이나 직무에서 요구되는 여건이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기에 차별이라는 근거가 없다”며 패소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날 마지막 변론에 나선 최현정 변호사는 크게 절차상 위법과 장애 관련 질문을 차별행위라고 주장했다.

절차 관련해서는 ▲사전 장애인 편의제공을 안내하지 않은 점 ▲문자통역도 전문 속기사가 아니라 일반 공무원이었다는 점 ▲필담에 의해 의사소통인데도 시험 시간연장 미제공 ▲추가 면접에서 면접위원 중 한 명이 노트북을 이용한 문자통역이 아닌, 포스트잇(쪽지)에 질문을 적어 원고에게 전달한 점 등을 지적했다.

또한 차별적 질문에 대해서도 “원고에게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집‧학교에서의 의사소통 방법 및 동료들과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를 물었고, 이에 SNS를 통해 소통하겠다고 하자,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과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 등 의사소통방식 등을 질문했다.”며 이런 질문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를 차별행위로 본다. 이에 원고는 ‘차별행위를 입증’해야 하고 피고는 ‘장애를 사유로 한 것이 아니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증명하면 차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독일의 경우, 원고가 차별 당했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면 차별로 인정된다.

관련하여 지난 8월 18일 피고 측은 서면으로 “장애 관련 질문은 원고의 답변에 대한 자연스러운 추가 질문이었고, 장애인 구분 모집이었으므로 질문 자체가 차별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질문의 내용과 취지, 평정요소와의 관련성, 직무관련성 등을 따져보면 장애를 사유로 하지 않았다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차별행위라고 반박했다.

이어 “의사표현의 정확성, 논리성을 묻는 것이라면 문자든 수어든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건데 소통방식을 계속 물었다는 것은 결국 장애를 확인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기에 차별이다.”며 “구두에 의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업무라면 근로지원인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이날 피고인 여주시 측은 앞서 충분히 변론을 했다며 추가 변론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주시는 2018년도 제1회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필기시험의 유일한 합격자를 탈락시켜 장애인을 단 1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유명무실한 법이 되었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공무원 시험에서조차도 중증장애인을 외면하는 현실을 볼 때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면서 “시험에 응시하는 많은 중증장애인이 편견과 차별을 당하지 않고 당당히 합격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최종 승소하여 모범적인 공무원이 되어서 장애인도 잘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최 변호사는 “처음부터 면접에 대한 사전 편의제공이 이루어졌다기보다 4차례나 류 씨의 어머니가 공무원과 통화하여 이뤄진 것이고 그것도 최소한의 의사소통만 제공된 것이다.”며 “면접시험의 경우 추상적인 평정 요소로 인해 편견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고 암묵적인 합의 가능성도 있어 외국의 경우는 차별적 질문을 금지하고 있다. 판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기회의 공정성, 절차의 신뢰성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심 판결은 오는 11월 18일 오전 10시에 선고될 예정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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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dudxhd@naver.com'
복지사각지대
2 years ago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갖고 국가시험의 면접에서 차별을 부여한 것은 복지국가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