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나도 한류스타!

▲사랑의불시착의 한 장면/ⓒ유튜브 화면 캡처/https://www.youtube.com/watch?v=4nD9aXD7VtU&list=PL2V3l_S4ao2p2qIr2bBFLt9SqHc1NuT41&index=3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안승준 집필위원]  아무 곳도 가지 말라는 반강제적 권유를 받은 지난 추석 연휴 내가 선택한 집콕 시간 보내기 메뉴는 드라마 정주행이었다.

TV 시리즈물을 보는 것에 대해 그리 흥미를 느끼는 편이 아니지만 대한민국 안방을 넘어 세계인을 들썩이게 만드는 한류 문화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친절하게도 화면해설까지 입혀진 작품들은 하루에 몰아볼 것을 예상하고 제작한 듯 대체로 16부작이었는데 오전에 시작해서 늦은 밤까지 시청하면 한 편의 스토리가 완결되었다.

남자 주인공들의 역할은 북한의 군인이기도 사업체 대표이기도 했고 병원의 보호사이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직업도 처한 상황도 나와는 많이 달랐지만, 몇 회 지나지 않은 시간 속에서 난 그들을 동일시했다. 배우의 팬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난 현빈이자 김수현이자 박서준이었다.

중간에 끊기 힘든 몰입감 높은 스토리 덕분에 사흘 밤낮을 온전히 한류 문화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취해 있어야 했다. 때로는 여배우의 역할에서까지 나를 보는 묘한 매력을 느끼면서 작가들의 강력한 힘을 인정했다.

주책스러운 눈물과 미친 사람 같은 웃음소리를 내 안에서 끌어낸 것은 분명 작품 속의 역할이 나의 삶과 우리 마음을 많이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들처럼 아프고 힘들었지만, 우리가 바랐던 것처럼 감격스러운 날과 마주하기도 했다.

답답하다 느껴질 만큼 우직한 주인공들의 자기 희생에 안타까워하며 애태우기도 했지만, 그건 나의 모습이었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었다. 어떤 장면을 볼 땐 잊힌 과거가 떠오르고 어느 독백을 마주할 땐 가슴 속 깊은 곳에 묻혀있던 오래전 다짐이 스멀스멀 되살아났다.

시간순으로 써나갔을지 결론을 정하고 중간중간의 장치를 삽입했을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분명 작품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공감될 수 있도록 수십 또는 수백 번 고쳐내고 덜어내었을 것이 분명하다.

어떤 사랑도 아프지 않고 달콤하게 결론지어지고 어떤 배우도 절대 다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만약 그랬다면 아무도 보지 않는 드라마가 될 것을 알고 있기에 작가는 창조물을 다치게 하고 상처를 만드는 시간을 써 내려갔을 것이다.

눈물과 고통이라는 단어는 작가에게도 유쾌한 것이 아니었겠지만 진정 단단해지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를 스스로 경험한 작가는 관객을 닮은 극을 완성하기 위해 한 번 더 쓰린 단어들을 적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인고의 시간이 있었기에 우리는 울고 웃고 열광한다.

16개의 영상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어떤 역할은 많은 것을 잃기도 하고 어떤 역할은 크게 성공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마지막의 때를 만난다.

상업적 영상물의 특성상 주인공의 해피앤딩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흘러가지만 다른 배역의 결국도 마지막 때가 되면 대체로 우리의 이해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순간순간 가슴을 조이고 걱정하고 주인공이 당장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까 벅찬 기대도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극 초반에는 그런 예상에 맞는 답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마무리할 때가 다가오고 회상 장면이 펼쳐지면, 그 모든 장면과 시간이 모두 다 연결되어 하나의 시간으로 가는 정교한 조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드라마의 삶은 우리를 닮아있다. 반대로 우리의 삶 또한 드라마를 분명 닮아있다. 하루 이틀의 시간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것은 삶이라는 드라마에서 한 장면을 이루는 조각일 뿐이다.

드라마가 그렇듯 대체로 우리의 마지막도 행복한 결말을 향해간다. 잠깐 힘들고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지만, 그것은 내가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줄거리를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장치일 뿐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