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 울린 ‘통증장애인’의 호소 … 장애범주 확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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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유튜브 화면 캡처
  •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겪는 스무 살 청년, 국회를 찾은 까닭은
  • 연이은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 장애범주 확대에 영향줄까?

“다리가 아파도 부은 발에 패치를 감고라도 세상으로 가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일상을 위해 노력하고 싶으니 제발 도와 달라, 내 돈 내고도 택시(기사) 눈치 보지 않고 병원으로, 재활센터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 – A씨

“휠체어를 택시에 묶어서 (병원에) 다녀왔다. 택시기사는 ‘장애인 콜밴을 부르지 그러냐고 했다. 스무 살이라 병역검사를 받았다. 검사하는 분이 ‘이게 장애가 아니면 뭐가 장애냐’고 한다.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는 분명히 장애다. 언제까지 계속 외면만 할 건지 복지부 장관님, 의원님들이 도와달라고 간절히 청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용기내서 왔다” – A씨 어머니

8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현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A씨와 A씨 어머니의 호소에 ‘장애범주’ 확대에 대한 문제가 새삼 주목을 받았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으로 고통을 겪는 스무 살 A씨가 최혜영 의원의 참고인 요청으로 국감장에 참석했다.

장애인복지법에 의거 ‘통증’은 장애 범주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A씨의 경우처럼 장애인콜택시도 보조기구를 구입할 때도 지원을 받지 못한다.

장애인복지법 2조(장애인의 정의)는 ‘장애인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은 자’로 규정한다. 하지만 시행규칙에 있는 ‘지체장애 판정기준 중 감각손실 또는 통증에 의한 장애는 포함하지 아니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A씨는 “매번 병원이나 재활센터 등을 갈 때 택시를 이용하지만 휠체어를 가져간다고 미리 말하면 ‘갈수 없다’고 취소를 한다. 미리 말을 하지 않으면 차에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내리라고 승차거부를 하거나 때로는 욕설까지 한다. 휠체어를 옮기는 데 시간이 걸리면 짜증내는 분도 있었다. 언제까지 (승차) 거부당하지 않고 택시를 탈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중고등학교를 하지지체 특수교육 대상자로 다니면서 어머니, 선생님, 친구들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이제는 혼자서 생활하는 연습을 하려고 전동휠체어를 사려고 하니 600만 원이 넘었다. 장애등급을 받지 못하니 몇 십 몇 백만 원이 필요하다”며 “복지부가 요구하는 장애등급도 받고, 치료 다 받으며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통증을 수치화했을 때 암환자는 5, 아이를 낳는 산통을 7~8로 보는데 CRPS는 이보다 큰 10 이상이라 한다. 하지만 개인마다 달라 주관적이고 객관적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CRPS를 겪는 사람들은 장애가 있더라도 장애범주에 속하지 않았다. 가짜 환자가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장애범주는 1989년 ‘장애인복지법’이 전면개정된 이후 2000년 1차 확대(뇌병변, 자폐, 정신, 신장, 심장), 그리고 2003년 2차로 확대(안면변형, 장루, 간, 간질, 호흡기장애)된 이후 현재까지 15개 장애유형에 머물고 있다.

이후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WB)이 전세계 인구의 15%인 10억 명이 장애인구라는 ‘세계장애보고서’가 발간됐다. 세계 인구대비 10%가 장애인이라는 추정치가 30년 만에 5% 증가한 셈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장애계도 3차 장애범주 확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는 17년 동안 예산과 정책 등을 약 5% 대의 장애출현률에 맞춘 채 요지부동이다.

3년마다 실시하는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출현율은 약 5.4%(인구 1만 명당 539명)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CRPS와 틱장애(뚜렛증후군, Tourette’s Disorder)에 대한 전향적인 법원 판결이 나오고 있어,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말 대법원은 우리나라 장애인등록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틱장애가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 등록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면서 “틱장애를 가진 사람의 장애와 가장 유사한 장애유형에 관한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장애등급을 부여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장애로 인하여 일상과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면 국가는 미리 정해 놓은 열다섯 가지 유형의 장애에 해당하느냐를 기준으로 하지 말고 어려움의 정도를 살펴서 평등하게 지원하라는 판결이자 현재의 장애인등록 제도의 틀을 바꾸라는 취지이다.

또한 지난해 서울고법도 CRPS 환자 B씨가 강원 태백시를 상대로 낸 장애등급결정 처분취소 항소심에서 “B씨를 지체기능장애 범주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인정된다면 CRPS 환자에 대한 정부의 장애 판정 지침에도 수정과 보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도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안(2018~2022년)’에서 장애등록 인정질환 확대 및 판정기준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바 있다. 또 앞서 두 판결로 정부는 지난 연말 두 차례에 걸쳐 ‘장애판정위원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틱장애와 CRPS 그 자체에 주목해야지 15개 장애범주 어디에 포함시키려고 하면 또 다른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틱장애는 지적장애 유형에 포함시키는 논의가 있었지만 지적장애와 상관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CRPS도 마찬가지다. 장애판정위원 및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CRPS, 그 자체를 장애로 인정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통증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는 이유다. ‘질병 치료 후 몸의 변형 등 증상 확인 후 장애를 판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결국 통증 그 자체를 장애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혜영 의원은 이날 “국내 유병률이 늘어나고 있고, 장애인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CRPS 환자) 10명 중 4명이 장애등록을 시도하고 있지만, (장애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록이 안 된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장애인복지법상 이유로 장애 유형(범주)을 너무 협소하게 정의했다. 또 행정 편의상 등록제도를 유지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8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복지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8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복지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국감 화면 캡처

이에 복지부 박능후 장관도 “참고인의 이야기와 최혜영 의원의 설명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적절한 행정조치를 밟아서 개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우선 대법원까지 판결이 난 틱장애가 박 장관이 이야기는 ‘행정조치’의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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