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낮은 시선으로부터] ‘연대’라는 헛된 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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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하는 사람들
연대하는 사람들/ⓒPixabay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위원]

“사람됨의 정체”

사람 혹은 사람됨은 뭘까? 단지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저절로 사람이 되는 걸까? <사람, 환대, 장소>의 김현경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당신, 사람이야?

이용석 편집위원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위원

사람 혹은 사람됨이란 그림자를 갖는 것이며 일정한 장소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비로소 누구에게나 똑같이 필요한 사회적 성원권을 부여받는 것이며, 누구나 사회의 일원임을 인정하고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곧 환대인 셈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기왕에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고 선언했지만, 누군가는 환대보다 모욕과 경멸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인도의 불가촉천민 달리트, 태아, 노예, 수감인, 전염병자, 장애인, 동성애자는 성원권 밖에서 명확하게 구분된 사람들이다. 사람은 나이와 성별, 장애의 유무, 권력과 소득에 따라 다르게 대접받으며 살아가는데, 이 대접이 환대 즉 성원권이다.

다른 사람들의 환대를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존재론적 사람으로 태어난다. 환대는 시혜를 베풀거나 증여하거나 교환하는 행위와는 다르다. 타인들 속에서 우리의 존재를 놓을 자리가 마련되는 일종의 제스처란다. 그래서 환대 없는 재분배는 가능할지 모르지만(시혜적 복지), 재분배 없는 환대는 불가능하다. 사람으로 대접받고 살아가려면 사람으로 연기해야 하는데 최소한의 무대장치와 소품이 필요할 듯하다.

그렇다면 무조건적인 환대는 어떻게 가능할까?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그러니까 살인자, 강간범, 거짓말쟁이, 수감자, 아니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사람의 기준으로는 미덥지 않은 인간들, 이를테면 달리트, 동성애자, 장애인, 노예에게도 사람으로서 환대할 수 있을까?

공공의 강화를 통한 환대

“절대 공동체에 대한 환상은 ‘개인이냐 공동체냐’라는 잘못된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 개인과 공동체는 결코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며, 공동체 정신을 추구하는 것과 사생활의 자유를 갖는 것 사이에는 본디 아무 모순도 없다. 개인에게 자리/장소를 마련해주고 그의 영토에 울타리를 둘러주는 것이 바로 공동체의 역할인 까닭이다. 뒤르켐이 지적했듯이, 공공성이 강화될수록 사생활의 자유는 오히려 커진다.”

​저자의 답은 비교적 간명하다. 공공의 강화가 오히려 모든 사람에 대한 환대가 가능한 사회로 가는 방법이라는 거다. “환대에 관한 질문은 필연적으로 공공성에 대한 논의로 나아간다. 환대는 공공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아동학대방지법을 만드는 일,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을 위해 쉼터를 마련하는 일, 집 없는 사람에게 주거수당을 주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 실업수당을 주는 일은 모두 환대의 다양한 형식이다.”라고 주장한다.

또 한 가지. 현대사회에서는 혈연을 기반으로 한 가족, 친족 대신에 타인들 간의 공고한 연대는 강자나 자원이 있는 사람들과 달리 약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 약자이면서 약점이 같은 사람들의 연대, 즉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들은 이러한 연대를 통해서 자신들의 집단 안에서 성원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연대가 답일까?

연대의 상상력?”

“누군가는 우리가 한 번도 그런 사회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저자 역시 절대적 환대로 이루어진 현대 사회를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절대적 환대의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오히려 환대받지 못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연대를 통해 새로운 성원권을 구성해 특별한 방식의 환대를 이루는 방법은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그런데 약자이면서 약점이 같은 사람 안에서 다시 사람 혹은 사람됨을 구분하고, 그 안에서 강자들은 또다시 알량한 권력으로 자신들만의 성원권을 구성할 것이다. 약자들의 연대 안에서 환대받는 자와 성원권 밖의 사람들로 나눠질 테고 연대는 오히려 연대 안에서의 성원권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무덤이 될지도 모른다. 이 무덤은 연대 밖의 무덤보다 더 깊고 어두우며 약자들의 연대라는 헛된 희망마저 있는데 선뜻 빠져나올 수 있을까?

연대는 개뿔!!!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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