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의 창문너머] 동네 이방인에서의 탈출

이방인에서의 탈출
동네 이방인에서의 탈출 ⓒ이문희
  • 나는 우리 동네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 제4차 편의증진 국가종합5개년계획에 빠진 의료기관과 체육시설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온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한 동네에서 이 정도 살아가고 있으면 적어도 ‘우리 동네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문희 더인디고 편집위원
이문희 편집위원

그러나 나는 여전히 우리 동네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 이웃 사람들과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면서 사람 살아가는 얘기를 하고 싶지만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물리적 접근성 문제로 인해 종종 바람으로만 끝나곤 한다. 그 때문에 그러한 기회는 종종 바람으로 끝. 그 때문에 다른 동네의 대형시설을 찾곤 한다.

나는 ‘동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데, 동네의 물리적 접근성은 나를 ‘동네 이방인’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인 경향이다. 물리적 환경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의 지속되고 있는 고질적이고 다양한 장애인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1989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제33조에 편의시설이 새롭게 명시되었다. 1997년에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보장에 관한 법이 제정되었다.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 제정되었고,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정과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제도가 도입되었다. 소위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장애인을 비롯한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 가능한 다양한 사회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장애인을 둘러싼 우리 사회 환경은 비장애인과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고 있고, 사각지대 해결은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무장애 도시’ 구축은 이런저런 연구에서 가끔 언급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삶의 주 공간인 ‘무장애 동네’는 아무 곳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제4차 편의 증진 국가종합5개년계획도 동네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장애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편의증진법 제정 이전의 건축물은 법 적용이 안 되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룡처럼 커져버린 서울에 있는 대다수의 건물들은 법 제정 이전에 세워졌기 때문에 이 법과는 상관없다는 말이다.

더욱이 5개년 계획은 장애인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의료기관과 체육시설에 대해서는 그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종합계획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은 60%대에 머물러 있어 장애인들은 병원에 도착해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것도 일반적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에 의한 수치이다. 검진실, 탈의실 등은 제외시킨 수치이다. 의료인들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편의시설 설치 수준이 밑바닥 수준이다.”라고 말을 한다.

또한 공공체육시설은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방송을 통해 많은 돈을 들여 광고하고 있지만 과연 그런가? 장애인들이 이용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을 내세워 거부하기 일쑤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편의시설이 없어 공공체육시설은 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로 전락하곤 한다.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누구나 편하게 이용하는 공공체육시설이라고 말들을 한다.

장애인 편의증진과 관련된 법률들은 제정되어 물리적 환경에서의 기회적 평등은 마련되었지만 현실 가운데 나타나는 결과적 평등은 법 제정 목적과는 다른 심각한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 소위 ’정당한 사유‘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는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그러나 ‘도달 가능한 최고의 대안’이 시행되는 사회에서는 문제 해결이 함께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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