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10명 중 4명 집행유예… 처벌강화 등 해법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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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중앙권익옹호기관 이정민 팀장,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지영 박사, 재단법인 동천 송시현 변호사, 동덕여자대학교 서동명 교수, 대검찰청 강정영 검찰연구원, 서울서부지방법원 차성안 판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인권정책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중앙권익옹호기관 이정민 팀장,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지영 박사, 재단법인 동천 송시현 변호사, 동덕여자대학교 서동명 교수, 대검찰청 강정영 검찰연구원, 서울서부지방법원 차성안 판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인권정책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 권익옹호기관, 최근 3년간 형 확정된 775건의 판결 분석 결과 발표
  • 10건 중 6건은 성적 학대, 피해자 75.5%는 발달장애인
  • 징역형의 선고는 절반에 못 미치는 48.1%, 형량은 평균 3년 6개월
  • 장애인 학대 행위자 처벌강화, 한목소리

[더인디고 조성민]

사례1)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 A씨는 2016년 1월부터 1년간 장애인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주먹과 슬리퍼 등으로 머리, 뺨 등을 12회에 걸쳐 폭행했다. 또 시설장 B씨는 A의 범행을 알면서도 학대행위를 방조하거나 두둔했다.
법원은 두 사람의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거나 일부 시설 재입소를 희망한다는 점, 또 열악한 근무환경이 참작되어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B씨는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했다.

사례2) A씨(남성)는 직장동료 20대 지적장애인 B씨(여성)를 집에 데려다주며 친분을 쌓은 후, 성관계 의미를 모르는 B씨에게 성관계 연습을 빙자한 위계에 의한 간음을 지속해서 저질렀다. 법원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5년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는 A씨의 재범을 우려해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같은 회사에 다니던 피해자를 상대로 저지른 범죄여서 향후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최근 3년간 장애인 학대로 형사재판을 받은 가해자 대부분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풀려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십 년간 임금도 지급하지 않고 장애인을 폭행과 협박, 강제노동을 시켰어도 징역형을 선고받은 학대 행위자들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1%에 불과했다.

이러한 양형 기준에는 ▲피해자 대부분이 사건 피해를 인지하기 어려운 발달·정신장애인이라는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처벌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 ▲피고인이 열악한 환경에서 장애인복지 증진에 기여한 점 ▲결국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 먹여주고 재워줬다거나 감금, 폭언, 폭행 등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이 주를 이루었다. 즉 온정적 판결의 기반에는 사법기관 등의 장애인 학대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제도적 미비점이 양형 기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관련 문제에 대한 공감과 더불어 해결책은 같으면서도 다양한 제언이 쏟아졌다.

28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중앙권익옹호기관)은 최근 3년(‘17~’19년)간 장애인 학대에 해당하는 1210개의 형사 판결문을 분석, 학대유형과 가해자와 피해자 현황, 적용 법률과 죄명, 형량 등 실태 통계화뿐 아니라 정책대안까지 담은 ‘장애인 학대 처벌실태 연구’ 결과 발표 겸 토론회를 개최했다.

본 연구에 참여한 재단법인 동천 송시현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별도의 범죄통계가 작성되지 않아, 장애인 대상 범죄와 처벌에 관한 통계를 확인할 수 없으며 관련 조사나 연구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장애인 학대에 대한 인식 및 제도 개선을 위한 근거 자료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중앙권익옹호기관 이정민 팀장 겸 변호사도 “2018년부터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 등을 통해 현황 파악은 가능하지만, 그 이후 학대 행위자의 처벌뿐 아니라 양형 기준, 피해자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또 피해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등을 판결문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해법을 찾고자 연구를 시작했다”며 그동안 기관에서 일하며 답답했던 속내를 털어놨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석 대상 형사사건의 수는 775건, 피고인은 총 886명이며 장애인 피해자는 923명이었다.

사건을 장애인 학대 유형으로 분류하면 성적 학대가 59%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제적 착취 15.5%, 중복 학대 14.5%, 신체적 학대 10.5%, 정서적 학대가 0.6%로 뒤를 이었다.

또한 피고인 대부분은 이웃이나 고용주 등 타인이 735명으로 83%를 차지했으며, 기관 종사자 8.5%, 가족 및 친인척 6.9%로 나타났다. 특히 타인 중 지인의 비율이 전체의 38.3%로 매우 높았으며, 피해 장애인의 75.5%에 해당하는 697명이 발달장애인이었다.

학대 장소는 피해자와 행위자의 ‘집’이 35.9%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의 경우에는 거주시설이 23.3% 그리고 성적 학대의 경우에는 노상, 공원, 차량 등 기타 장소가 29.9%로 높게 나타났다. 경제적 착취의 경우에는 집(10.8%)보다는 휴대폰 가게나 숙박시설 등 상업시설이 절반 이상인 55.4%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장애인 학대의 경우 남성(95명)보다는 여성(611명), 나이는 20대가 35.5%로 가장 많았지만 70대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과 학대 횟수는 일회성이 44.8%로 가장 많았다. 경제적 착취와 중복 학대 등은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고, 학대 횟수도 200회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

반면 피고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41.4%, 벌금형은 10%, 기타 공소기각, 선고유예, 형 면제 등이 0.5%로 나타났다.

검사나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도 428건이었다. 이중 형량의 변화가 없었던 사건(268건)이 62.6%로 절반 이상이었으나 형량이 변화된 사건(160건) 중에는 76.9%에 해당하는 123건의 사건에서 피고인의 형량이 줄어들었다.

항소사건 피고인의 형량 변화
▲항소사건 피고인의 형량 변화/출처: 전국장애인권익옹호기관 대회 자료집

현재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 학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며 특히 제59조의9 제2의2호에서 장애인에 대한 노동 강요 행위를 금지하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3년간 실제로 해당 조문이 적용된 사건은 단 2건으로 확인되어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복지법상 방임이 인정된 사례도 단 4건뿐이었다. 또한, 장애인 학대에 해당하는 범죄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 학대를 한 사람은 성범죄자와 달리 아무런 취업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장애인 학대를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신고의무자가 장애인 학대를 한 경우에도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연구에서는 대안으로 장애인 학대 범죄를 정의하고 장애인 학대 범죄자에 대한 취업제한 등 제재를 강화하며, 장애인복지법 금지행위의 개정, 장애인 대상 경제적 착취 행위에 대한 친족상도례 적용 배제, 장애인 학대와 관련된 양형 기준 마련, 수사기관과 법원의 장애인 학대 인식 개선, 장애인 학대에 대한 교육과 홍보 강화 등이 제시되었다.

한편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도 “지난 27일, 장애인 학대 관련 범죄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장애인 학대 행위자에 대해 취업제한 및 가중처벌 등을 골자로 ‘장애인복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며 “제도개선의 실천적인 전략과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필요한 입법이나 관련 예산 부분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구결과 이외에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장애로 인한 취약성을 이용한 범죄는 ‘장애인 학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휴대전화 및 신용카드 도용, 몸캠피싱, 심지어는 코로나19를 이용한 임상실험에도 동원되는 등 갈수록 심해지는 경제착취 방지 대책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대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지영 박사는 “금융기관종사자 및 관료도 신고의무자로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국장도 “이러한 사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쉽지도 않고 권리구제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더 세분화하여 대응하거나 ‘집중 신고기간’을 통한 사회적 환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동학대나 성폭력 범죄에서처럼 진술 조력인과 국선변호사 등의 지원과 공소시효 적용 제외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복지법 개정보다는 ’장애인 학대범죄처벌 특례법‘ 제정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애인 학대 개념의 재정의와 학대 피해자 보호, 그리고 행위자 처벌 강화 등을 두고는 토론자와 참석자 대부분이 그 필요성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다양한 정책적 과제 등은 쏟아냈으나 정작 시급히 추진할 과제 혹은 향후 구체적인 추진 방향, 예를 들어 이종성 의원과 강선우 의원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특별법 제정으로 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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