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건강, “주치의 제도가 답”… 과제는 “당사자 중심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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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임종한 교수(사진 왼쪽)가 '장애인 건강권, 주치의가 답이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 = 더인디고
인하대학교 임종한 교수(사진 왼쪽)가 지난 29일 한국장총이 주관한 장애인리더스포럼에서 '장애인 건강권, 주치의가 답이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 = 더인디고
  • 한국장총, 29일 임종한 교수 초청 ‘장애인리더스포럼’ 개최
  • 시범사업에 장애인 2618명 참여… 3개 의료협동조합이 24.3% 담당
  • 주치의제 성공, 당사자들의 거센 요구와 지역 거점 협동조합 추진이 해법

“코로나19 등 반복되는 신종 유행병뿐 아니라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건강’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만성질환 등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은 그 위험성이 더 심각한데, 해결 방안으로 떠오른 ‘장애인 주치의제도’는 2년간 시범사업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참여율도 저조한 데다, 그렇다고 장애인 당사자와 단체들이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추진을 요구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시범사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협동조합’의 형태가 장애인 주치의제의 실현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범운동본부’ 집행위원장 겸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임종한 교수가 장애계를 향해 일침을 쏟아냈다.

장애인 주치의제도란 장애인 건강 주치의 교육을 이수한 의사가 중증장애인에게 만성질환 또는 장애 관련 건강관리를 지속적·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제도이다. 지난 2015년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 제정 이후 이를 근거로 2018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지난 29일 임종한 교수를 초청,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장애인 주치의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이라는 주제로 ‘장애인리더스포럼’을 개최했다.

한국장총 관계자는 시작에 앞서, “주치의제도가 시범사업 중에 있지만, 이용률도 적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 현황 자료(‘19년)’에 의하면 전국 중증장애인의 시범사업 신청자는 0.08%, 참여한 의료기관은 0.2%, 활동 중인 주치의는 0.08% 일뿐이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 방안 및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연 개최 배경을 밝혔다.

“K-방역은 성공, K-의료는 글쎄무너진 장애인 건강권

임종한 교수는 “K-방역은 성공적이지만 K-의료는 위기이다”는 말을 꺼내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장애인의 건강은 더욱 위협을 받고 있다고 역설했다.

▲임종한 교수 /사진 = 더인디고
▲임종한 교수 /사진 = 더인디고

임 교수는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의 경우, 정신병동에 입원한 103명 중 101명이 확진자였고, 사망자는 모두 7명이었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마다 감염 대응에 나설 감염 전문병원이나 공공의료병원이 태부족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장애인 거주시설이나, 요양기관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폐쇄를 한다.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 속에서 장애인들은 대책 없이 감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등 건강권은 인권의 문제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 4명 중 3명꼴로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가파르게 증가 추세를 보이는 65세 노인 비율은 2030년이 되면 OECD 국가 중 24.3%로 일본 다음이다, 이는 건강을 지키지 못할 경우 자신의 2~30년의 삶을 병원에서 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제는 지난 10년 동안 의료비는 8.7%로 계속 오르지만, 의료접근성은 떨어져 과연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지금도 당장 시급하지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장애인 주치의가 답일 수밖에 없으며, 이 장애인 주치의제도 성공이 결국 국민주치의제도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범사업 2년, 장애인 호응도 정부 지원도 미흡”

“장애인 주치의제도에 대해 정작 장애인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내가 원하는 주치의 선생님은 어디 있나요?, 이 시기쯤이면 문화의 전화가 빗발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임 교수는 주치의 제도 도입 과정을 설명하다 최근 지지부진한 상황이 답답한 듯 참석자들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장애인의 이동권이나 건강권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2015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역에서 취약집단을 위한 성과관리 모델 사업을 공모한 적이 있다. 이때 의료사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과 행동하는 의사회 및 장애인단체 등 13개 기관이 장애인 건강 분야에 참여해 2015년 6월부터 2년 동안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임 교수는 “앞서 국가인권위 연구 용역과 모금회의 모델 사업 등을 계기로 2015년 법 제정과 대한의사협회와 투쟁하며 주치의제도도 만들고, 2년 동안 시범사업도 시행 중이다. 그런데 정작 만들고 나니 장애인들의 참여는 2618명에 불과하고, 심지어 ‘주치의가 왜 좋은지’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 의료기관은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참여를 안 하려고 한고, 정부는 인프라를 마련하지도 않은 채 참여만 독려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주장애관리와 일반 건강관리 서비스 간 연계 부족 ▲재택방문 서비스의 내용이 모호하고 범위가 제한된 점 ▲단독 개원 의원의 진료와 다학제 진료를 하기에는 주치의가 여력 한계 ▲건강증진을 위한 지역사회 자원 연계 부족 ▲보건소와 공공의료원이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미비 ▲공급자와 수요자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 부족 등 시범사업의 한계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해법은 장애인의 주체적 참여와 의료협동조합 추진”

“공무원은 아쉬운 것도 없고, 의료기관도 장애인 오는 것 환영하지 않는 상황에서 장애인 당사자와 단체들의 요구만이 답입니다. 또 여러 단체가 주치의 제도를 국민운동 차원으로 발전시켜야 정당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임 교수는 현재 답보상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직접적 당사자인 장애인의 주체적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시범사업 2년 동안 참여자의 3개 의료협동조합에서 전체 4분의 1인 약 24.3%를 맡고 있다. 장애인이 이를 중심으로 장애인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장애인 단체들이 조직력을 갖고 전국적으로 지역 협동조합을 만든다면 시범사업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협동조합이 어렵다면 주치의제도에 관심 있는 의료기관들과 협약을 맺는 것도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임 교수는 나아가 “커뮤니티 케어는 탈시설과 맥락을 같이 하는 만큼,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변화해야 하는데,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며 “우선,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한 의료, 복지, 주거, 이동, 일자리 등에 대한 촘촘한 자원 확보와 함께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또 지역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이웃으로 포섭하는 치료적 지역사회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프라와 공공성 확보가 취약한 상황에서는 결국 장애인과 단체들이 각 지역 중심의 대응과 협동조합 등을 통해 나서면 커뮤니티 케어 추진의 큰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리더스포럼이 참석자들이 강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한국장총
장애인리더스포럼이 참석자들이 강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한국장총

이날 한 참석자는 “중앙단체 중심의 전국 회원 조직뿐 아니라 IL 센터 등 각종 지역거점 조직들이 많다. 장애인의 건강과 이동, 복지, 경제활동 등을 연계하는 협동조합 등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되지 않을까”라며 “이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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