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동의입원 폐지 vs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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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동의입원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동의입원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유튜브 화면 캡처
  • 인권 전문가, “동의입원은 ‘동의’ 없는 강제입원, 폐지” 한목소리
  • 정부 관계자, “시간 걸리더라도 조사와 평가 등으로 피해 최소화해야”
  • “장애인복지법 제15조 등 관련 제도 개선도 시급

40대 지적장애인 A씨는 자・타해 경력이나 정신질환 치료 경력도 없지만 지난 2018년 8월 강제로 부친에 의해 끌려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으며 입원신청에 본인 서명은 없었다. A씨는 “내가 여기 도대체 왜 있어야 하나,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퇴원 의사를 밝혔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측은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즉시 퇴원 가능하다고 병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72시간까지 거부 가능하다”고 버틴 후 다음날 보호자에게 연락하여 ‘보호의무자입원’으로 바꿨다.

지난 2016년 9월 헌법재판소는 당시 정신보건법상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동의입원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동의입원은 ‘동의’ 없는 강제입원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동의입원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연구소 김강원 인권정책국장은 “하나의 사례로 마련된 토론회이지만 동의입원 절차의 문제점과 정신질환자의 입퇴원 문제 등을 밝히는 토론회가 되었으면 한다.”며 운을 뗐다.

김 국장은 “동의입원은 강제입원을 우회하는 변칙적인 수단이므로 없어져야 한다. 입원절차에서의 절차보조(의사결정지원)가 확대되어야 하며 이는 단순히 동료지원·상담 차원이 아닌 모든 입원환자에게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퇴원신청과 재심사 신청,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개최 요청 등의 모든 절차가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지 10월 13일자 기사 ‘정신질환자 동의입원’ 악용… 인권위에 진정
(https://theindigo.co.kr/archives/10875) 참조

토론자로 참여한 공익인권법재단 염형국 공감 변호사는 “장애인거주시설이든, 정신병원이든 관련법에 의해 장애인 당사자 본인의 의사는 무시되고 보호자 동의로 대체된다.”면서 “보건복지 관련법령은 보호자, 친족, 지자체 공무원 등 의사결정 대행자가 권한 없이 장애인 당사자를 대행하도록 방임·조장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동의입원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 당사자를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하여서는 안 되고, 정신질환자(정신적 장애인) 본인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치료를 위한 입원의 경우에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진단을 거치고,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심사까지 받도록 하였다. 자의입원의 한 형식인 동의입원제도는 17.5%의 비율로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정신병원 입원환자 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면서 “정신장애인이 이용가능한 임대주택이나 지원주택은 아예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퇴원하더라도 갈 곳이 없다.”며 지역사회에서의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지난 10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동의입원제도의 폐지와 입원절차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0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동의입원제도의 폐지와 입원절차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국가인권위원회 이인영 조사관도 ‘동의입원은 형식적으로 자의입원의 가면을 쓰고 있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비자의입원의 경우 2주 후 다른 전문가에 의해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동의입원은 이런 법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서 “동의입원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하는 이유 대부분이 ▲동의한 적이 없는데 동의입원으로 되었다 ▲퇴원하려고 하면 퇴원이 거부된다는 것이다.”고 언급했다. 또한 “사례에서처럼 정신보건복지법상 72시간 이내에 보호의무자입원으로 전환될 수 있어 문제다.”고도 지적했다.

이 조사관은 “발달장애인들이 정신병원에 꽤 있다. 행동문제로 입원했는데 정신병원에서는 산책도 할 수 없다. 가족이 돌볼 수 없는 환경이 가장 큰 문제다.”면서 “동의입원만 아니라 정신건강복지법상 모든 입원제도가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국립정신건강센터 남윤영 의료부장은 “동의입원제도가 강제입원에 비해 좀더 완화된 형태의 입원 방식을 제도화한 것으로 입법취지에 맞게 운영이 되는지 평가가 필요하다. 제도의 도움을 받는 부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데이터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등 판단능력에 저하가 있거나 자기결정권에 제약이 있을 때 비저항 환자의 경우 명문화해서 환자의 지원체계에 대해 새로운 기준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김한숙 정신건강정책과장은 “9월 12일자로 정신건강정책국이 만들어지면서, 현재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마련 중이다. 사회통합과 정신질환자 인권 등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정신병원의 입원형태, 절차, 적합성심사위원회 등 조사 및 평가 등의 경우 2~3년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시급한 것은 인프라다. 정신건강서비스와 정신건강의료서비스가 구분이 안 되고 있어 서비스 전달체계가 정립이 안 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신질환자에게 돌아간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동의입원제도뿐만 아니라 관련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는 “동의입원제도 자체로만 문제를 개선하기는 어렵다. 정신질환자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이유로 대부분의 장애인복지서비스에서 배제되어 왔다.”면서 “지역사회 돌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폐지하고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제2조에 따른 장애인 중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른 법률을 적용 받는 장애인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제한한다’는 조항이다. 즉 장애인 정의에 ‘정신장애인’이 명시되어 있으나,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복지법을 적용 받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의 제도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신석철 센터장은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 지원은 미비한 상태다. 정신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제도화, 소득보장 등 정신장애인 특성에 맞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도 나왔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김재완 활동가는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 상해, 가족 폭행 등이 일어나지만 음주를 법으로 금하고 있지는 않다. 자·타해의 위험이 높을 때를 제외하고는 강제입원은 지양해야 한다. 정신장애 당사자는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 중 하나다.”고 언급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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