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은 선택 아닌 권리, ‘장애인 탈시설지원법’ 발의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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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단체 및 법률가 그룹,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 10여 명은 ‘탈시설의 법적근거, 시설을 넘어 존엄한 삶으로’라는 주제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장애인인권 단체 및 법률가 그룹,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 10여 명은 ‘탈시설의 법적근거, 시설을 넘어 존엄한 삶으로’라는 주제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 탈시설 법적 근거? 인간 존엄성만으로 충분
  • 대상은 거주시설, 정신병원 및 요양원 등 ‘장애인 생활시설’ 전반
  • 10년 내로 생활시설 입소 정원 단계적 축소 및 폐쇄
  • 탈시설지원센터 통해 개별화 계획 수립 및 종합적 지원
  • 최혜영 의원실, “법 발의 검토 중”… 사회적 공감대 절실

“내가 (시설을) 나올 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건 자유였어요. 모든 순간이 다 자유로워요. 내가 먹고 싶은 고기도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있어요. 사람들이 나오기 위해선 활동 지원 24시간, 아파트, 공부가 필요해요. 지금 시설에 있는 사람들한테 ‘다 있어. 나와’라고 해주고 싶어요. 내가 나와서 살아보니까 더 좋고 자유가 있어요. 그러니까 다 나와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23년간 남양주에 있는 개인시설에서 살다가 지금은 여성 체험홈에서 살고 있는 탈시설 당사자 김희선 씨의 발언이다.

‘탈시설’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권리임을 법적으로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21대 국회가 답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탈시설지원법’ 발의를 앞두고 관련 법안 내용과 법적근거 등에 대한 토론이 국회에서 열렸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발바닥행동)과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 등 장애인인권 단체 및 법률가 그룹,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 10여 명은 ‘탈시설의 법적근거, 시설을 넘어 존엄한 삶으로’라는 주제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법안은 이를 주도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가 소개했다.

기본 골격은 ▲제1장 총칙 ▲제2장 장애인 생활시설 거주 장애인의 탈시설지원 ▲제3장 인권침해 장애인 생활시설 조사 및 제재 ▲제4장 벌칙 등 전체 4장으로 구성됐으며 총 53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우선 탈시설 대상으로는 장애인 거주시설만이 아닌 정신병원, 정신요양시설, 노숙인시설 및 장기요양시설 등(이하 ‘장애인 생활시설’) 거주 장애인을 모두 포괄했다.

염 변호사에 따르면 ‘18년 기준 시설거주 장애인은 30,152명, 정신병원 입원환자 66,523명, 그리고 19년 기준 정신요양시설 입소인이 9,252명인만큼 포괄적 접근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역에 ‘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 개인별 탈시설지원계획을 수립하여 소득, 주거, 건강, 법률 및 활동지원뿐 아니라 동료상담, 자조모임 지원을 포함한 심리지원과 지역사회 서비스 이용 지원 등을 수행하도록 했다.

국가와 지자체는 10년 내로 장애인 생활시설의 입소정원을 단계적으로 축소 및 폐쇄하되, 시설 자체적으로 탈시설 전환을 할 경우 재정적, 행정적 지원조치도 명시했다.

하지만 폭행이나 학대 등의 인권침해가 벌어진 시설은 시설 자체에 대한 조사를 거쳐 필요한 경우, 시설 제재 조치를 하고 해당 시설에 거주해온 장애인을 일률적으로 탈시설을 지원하게 했다.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의 수립 및 이행을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탈시설지원위원회’를 두도록 했으며, 또한 시설조사와 인권침해 시설에 대한 조치 등을 맡는 ‘시설조사위원회’를 탈시설지원위원회 내에 두는 것도 포함했다.

법안 ‘총칙’에서는 지역사회에서 개별지원서비스 등을 통해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탈시설의 기본 원칙’과 선택권, 자기결정권 등 장애인의 권리를 명시하고, 국가는 ‘기본계획’을 통해 이를 보장하도록 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가 탈시설지원법안을 소개하고 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가 탈시설지원법안을 소개하고 있다./ⓒ유튜브 화면 캡처

관련하여 탈시설과 법 제정의 타당성에 대한 주장도 뜨거웠다.

법안 설명에 앞서 염 변호사는 “너무나 오랜 세월, 장애인은 시설에서의 삶을 강요받았고, 국가는 이를 제도화하고 예산으로 뒷받침했다”며 “장애인의 의사에 반한 수용은 자기결정권 침해이자 장애인 차별행위”라고 언급했다

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협약) 제19조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통합은 거주지 선택의 자유와 특정 거주형태에 사는 것을 강요받지 않음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지난 2014년 유엔 장애인권위원회도 협약 제14조(신체의 자유와 안전) 및 제19조 근거, 한국 정부에 ‘인권 모델 기반의 탈시설화 전략 개발’과 ‘정신·지적 장애를 포함, 장애를 이유로 자유의 박탈을 전제하고 있는 현행 법률조항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고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송기춘 교수는 탈시설을 헌법적 측면에서 접근했다.

송 교수는 “헌법 제34조 1항의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제10조에도 ‘인간은 존엄한 존재’로 명시함으로써 누구나 인간이면 그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물질적 급부를 국가에 대해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며 “장애인도 국가의 보호를 넘어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급부를 국가에 적극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도 “법안의 정신처럼 중증발달장애인의 경우 자기결정권이나 선택권에 대한 판단이 어렵더라도 탈시설 자체가 하나의 권리가 되어야 한다”면서 “헌법에는 환경권이라는 것이 있는데, 갈수록 환경문제가 심각하자 ‘물의 권리’, ‘공기에 관한 권리’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제는 탈시설이 그 자체로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송기춘 교수,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신애 중복장애인특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송기춘 교수,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신애 중복장애인특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유튜브 화면 캡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신애 중복장애인특별위원장은 “지금도 특수학교 졸업 후 시설로 진입하는 20대 장애인이 상당히 많다. 법안 자체가 탈시설 이전에 ‘입소 금지 방향’으로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법안 강화 필요성과 더불어 “더 이상 ’지역사회 자원이 부족하다‘, ’탈시설 동의 없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또한 “법 제정 이전에 국가가 탈시설 선언 등 과감히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끝으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는 토론문으로 대신했다.
토론문에 따르면 이제는 탈시설이 일부 장애인단체의 한낱 주장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노인, 아동시설까지 확장해 한국사회의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함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어 의미가 깊다.

탈시설지원법 발의를 앞두고 있지만, 사회적 동의와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며, 법안 통과 전이라도 시급히 탈시설 지원이 가능한 ‘전환기’적 방안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법안 발의 진행 사항을 확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감이 끝나자마자 예산 심의가 진행되고 있어 정신이 없는 상황이지만, 현재 발의를 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 제정방안’ 이외에도 노인거주시설의 문제점과 아동의 탈시설 방안 논의도 이어졌다. 관련 내용은 해당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EcQPIsZhc64&feature=youtu.be)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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