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자막상영 의무화 요구… CGV·영진위 차별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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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한국영화 자막상영 의무화’를 요구하며 CGV와 영화진흥위원회를 차별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6일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한국영화 자막상영 의무화’를 요구하며 CGV와 영화진흥위원회를 차별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 청각장애인, “언제 어디서나 한국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를”
  • CGV·영진위에 한국영화의 50% 이상 자막 제공 요구

한국영화를 보면서 차별을 느낀 청각장애인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영화관에 접근할 수 있는 정책과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차별 진정에 나섰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 등 장애인 단체들은 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CGV 본사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를 상대로 ‘청각장애인도 언제 어디서나 한국영화 볼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진위에 의하면 올해 영화 관객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보다 70% 가량 줄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달 28일부터 영화발전기금을 통하여 6천 원 할인권 119만 장을 풀었다. 영화 할인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청각장애인들이 지난 주 영화관을 찾아 한국영화를 관람했지만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서비스는 없었다.

진정인들은 지난 주 자막 없이 한국영화를 보면서 차별을 느낀 청각장애인들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청각장애인 윤정기 씨는 “지난달부터 6천원의 영화 할인권을 풀었다는 소식에 영화관을 찾았다. 청각장애인 관객도 관람할 수 있게 한글자막을 기대하고 갔으나 영화 초반 외국어로 나눈 대화에서만 한글자막을 잠깐 보여주었을 뿐 이후 한글자막은 전혀 없었다”면서 어처구니없어 했다.

6일 청각장애인 윤정기 씨(좌)와 이미경 씨(우)가 한국영화 자막상영 의무화를 요구하는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6일 청각장애인 윤정기 씨(좌)와 이미경 씨(우)가 한국영화 자막상영 의무화를 요구하는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장애벽허물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상영되었던 한국영화 199편 가운데 영진위의 지원으로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이 제작되는 영화는 30여 편이다. 이마져도 일부 스크린에만 걸려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개봉한 영화 ‘백두산'(김독 이해준 김병서)은 올 1월 2일 개봉 13일 만에 전국 1241개의 스크린에서 5536회를 상영했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 1971곳 스크린에서 174,320회를 상영했고 관객수는 8,252,669명이다. 반면 영화 ‘백두산’의 장애인을 위한 자막, 화면해설의 상영은 1월 7일 시작해서 1월 말까지 53개 스크린에 72회 상영에 그쳤다.

정부가 장애인 영화관람 지원 사업을 2005년부터 시작해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정된 극장, 지정된 날짜, 지정된 시간에만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함께 진정에 참여한 이미경 씨도 “일반관객이 많지 않은 낮 시간이나 평일에 일부 상영관에서만 상영이 되어 대부분의 장애인은 자막이나 화면해설 영화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것은 차별이다.”면서 “영진위는 영화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청각장애인의 관람객의 보편적 접근 환경을 만들지 않고 있다. 영화관에 상영하는 최소한의 한국영화는 자막을 제공하고, 자막제공 영화는 어느 상영관에서든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벽허물기 김주현 대표는 “올해 초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달성할 만큼 한국영화가 성장했으나 장애인의 영화 관람 현황을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영화 관람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헌법에 근거하여 문화생활을 누릴 권리를 주장하며 CGV와 영진위를 인권위에 차별진정했다.

CGV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막용 장치 비치에 관계없이 한국영화의 50% 이상 자막 제공 ▲자막제공 영화를 언제 어느 상영관에서든 관람할 수 있을 것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 정보에 자막 제공 정보 게시할 것을, 영진위에는 영화관 사업자에 한국영화의 50% 이상에 자막 제공과 자막 제공 영화를 상영관과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청각장애인이 관람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하는 등 정책을 만들 것을 요청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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