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과 계단에 갇힌 장애인들, 장애인등편의법 개정 촉구

0
160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가 11일 광화문 인근 커피전문점 앞에서 ‘1층이 있는 삶’ 플레시몹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가 11일 광화문 인근 커피전문점 앞에서 ‘1층이 있는 삶’ 플레시몹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 20년 동안 차별을 조장한 장애인등편의법 개정 촉구 ‘플래시몹’
  • 생활편의시설 공대위, 유명 커피전문점 등에 뿅망치 퍼포먼스
  • 차별적인 법을 지적 않는 ‘인권위’에도 질타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계단과 턱으로 인해 학교, 상점, 음식점 앞에서 제재를 당하는 경험을 많이 했고 그동안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 왔다. 턱과 계단 때문에 1층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장애당사자는 아무데나 갈 수가 없다. 1층이 있는 삶, 이 말에 감동받았다.”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오영철 소장의 말이다. 편의점, 커피전문점, 음식점이 1층에 있다고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설 입구의 턱과 계단은 장애인에겐 커다란 장벽이다.

장애인권단체와 공익소송 변호사들로 구성된 ‘생활편의시설 장애인 접근 및 이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생활편의시설 공대위)’는 11일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20년 넘은 낡은 규정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1일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1일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앞서 지난 2018년 4월에는 ‘1층이 있는 삶 프로젝트’ 첫 사업으로 장애인의 접근과 이용에 대한 ‘투썸플레이스, GS리테일, 호텔신라, 대한민국’을 상대로 차별구제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생활편의시설 공대위는 “2년 동안의 소송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은 대안을 제시한 반면, 또 다른 업체들은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며 “이것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따르면 1998년 4월 11일 이후에 건축되거나 재축, 용도 변경된 바닥면적 300제곱미터(약 90평) 이상의 공중이용시설들에만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법무법인 한남 이재근 변호사는 “투썸플레이스에 경사로가 없으면 스타벅스로 가면 된다. 또 스타벅스 들어가기 어려우면 또 다른 곳을 찾아가면 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다 포기하고 양보하면, 결국에는 ‘몸이 불편하신 분이 집에서 마시면 되지 않나’라는 말을 듣게 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며 “1층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기본적 권리의 출발이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장애인등편의법보다 더 상위법인 대한민국 헌법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분명 건축된 시기와 면적에 상관없이, 모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평등하게 약국과 편의점, 식당, 커피전문점을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우리나라는 2008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다. 국내법이랑 같이 취급하겠다고 했는데 왜 안 지키느냐? 이제 많이 기다린 것 아니냐?”면서 “오늘은 수상한 플래시몹을 할 것이다. 내일은 답을 달라.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하루도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플래시몹이란 미리 정한 장소에 모여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약속한 행동을 한 후, 흩어지는 불특정 다수의 군중 행위를 일컫는다.

기자회견 후 참석자들은 광화문 인근의 엔젤리너스, 스타벅스, 할리스커피 등 유명 커피전문점 3곳과 올리브영이라는 생활용품 가게로 이동했다. 턱과 계단으로 인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입구에서 뽕망치로 ‘계단과 턱을 없애달라’는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가 11일 광화문 인근 커피전문점 앞에서 ‘1층이 있는 삶’ 플레시몹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가 11일 광화문 인근 커피전문점 앞에서 ‘1층이 있는 삶’ 플레시몹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광화문 인근 한 커피전문점 앞에서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광화문 인근 한 커피전문점 앞에서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더인디고
휠체어 장애인이 '20년 넘은 낡은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하라는 의미의 미니어처를 들고 있다
휠체어 장애인이 ’20년 넘은 낡은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하라는 의미의 미니어처를 들고 있다./사진=더인디고

법무법인 디라이트 김용혁 변호사는 “앞으로 여성들은 100평 이하의 커피숍에 들어갈 수 없다. 이것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다. 앞으로 70대 이상 노인들은 편의점을 방문할 수 없다. 이것도 너무나 이상한 이야기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100평 이하의 편의점에 들어갈 수 없다. 이것도 이상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져 장애인등편의법이 왜 바뀌어야 하는지를 지적했다.

법무법인 디라이트 김용혁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법무법인 디라이트 김용혁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이어 “이 법은 100평 이하의 시설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20년째 이 법이 바뀌지 않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그동안 여성 차별과 노인 차별, 지역 차별에 대한 법이 바뀌었다. 오늘 세 곳의 커피점과 화장품점을 방문했지만 턱이 있는 한 반드시 가야 할 약국도 방문할 수 없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년째 이 법이 바뀌지 않았는데 왜 지적하지 않느냐? 시장, 국회의원, 정부 모두가 이 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생활편의시설 공대위는 “장애인등편의법은 20여 년 전에 제정되어 장애인의 권리의 범위를 매우 소극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차별을 조장하는 걸림돌인 장애인등편의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승인
알림
66226b982bc1a@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