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편견이거나 오류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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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은 말이야…”, “장애인은 말이야….”
  • 폄훼의 언어는 언제든지 나를 향한다.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안승준 집필위원] 다른 사람의 연애이야기에는 누구나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사연을 듣고 상담하고 조언해 주는 예능프로그램까지 생겨났다. 나 역시도 자극적인 제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가끔 편집된 영상들을 눌러보게 된다. 그러면 자칭 연애고수라는 패널은 두 집단의 공통된 특성을 “남자들은요~~” “여성들은 말이지요.” 하면서 꽤 진지하게 설명한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과 연애를 해 보았는지, 또 얼마나 많은 통계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확신하는 한 가지는 그들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직접 만나본 몇몇에게만 한하는 부분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짝꿍으로 만났던 상대마저도 서로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사람은 엄격히 객체로 존재하고 각각은 고유한 특성들을 가지는데 그것을 성별이라는 두 가지 분류로 일반화하여 설명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고유한 특성이라는 것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하기도 해서 “남자들은 이래~.” “여자들은 저래.” 라고 말하는 것은 그냥 그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정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방송은 시사교양 아닌 예능이라고 불리는 것이기도 하겠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예능 아닌 실제 삶에서도 근거 없는 확신을 담아 몇 가지 부류로 나누고 그들의 특성을 단정 짓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른들은 전라도 사람, 경상도 사람, 강원도 사람, 서울 사람의 특성에 대해 너무나 자신 있게 몇 가지로 요약해 주시고는 했다. 생각해 보면 그분들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그 지역 사람들을 만나본 경험이 내겐 별로 없다. 오히려 “누구누구는 경상도 사람 같지 않게…” “누구누구는 전라도 사람 같지 않게…”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훨씬 더 많은 걸 보면 어르신들 스스로도 그러한 분류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꾸준히 경험하고 계신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를 단순하게 나눌 때는 칭찬보다 비하나 폄훼 목적이 많다. “여성들은 말이야…” “남성들은 말이야…”라고 할 때, 대상이 되는 남성이나 여성의 입장에서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19라는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는 요즘 사람들은 갑자기 중국 전문가가 된 것 같다. 언제부터 그렇게 열심히 연구하고 자료를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삶과 민족적 특성까지 어설픈 역사적 배경을 담아 설명한다. “그들은 원래부터 게으르고 비위생적이고 의뭉스러워….“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결과적 상황과 출처 모르는 카톡들이 근거의 전부로 여겨지는 얕은 주장들은 둘이 되고 셋이 되면서 학설이 되고 사실인 듯 전파된다. 나는 중국인이 아니고 나의 가까운 주변에도 중국과 관련한 사람이 없을 때는 그 자신감은 몇 배로 커지고 10억을 넘는 모든 중국인을 하나의 특성으로 묶어서 혐오한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서구 언론에서 극동 아시아를 싸잡아서 같은 특성으로 몰아세울 때는 갑자기 정색하고 객관성이 무엇인지를 말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나 서구인들이 동양 사람들을 말하는 방식이나 조금의 차이도 없어 보이는데 한편에서는 자신 있게 웅변을 하다가 다른 편에서는 객관성을 논한다. 대구와 경북에서 유행이 시작했을 때는 그들의 탓이고 우리 동네로 확산되었을 때는 또 다르다. 다른 종교집단에서 감염이 번지면 하늘의 심판이고 내가 믿는 종교에서 그렇게 되면 사탄의 시험이다. 바이러스 전파로 감염병에 의해 걸린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병에 잘 걸리는 반면, 나는 그렇지 않은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손을 깨끗이 소독하고 마스크를 쓰고 여러 가지로 조심하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감염된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런 노력 따위 하지 않은 우리랑 다른 부류라는 구분은 위험하다. “그 인간들은 말이야…”는 비하는 언제든지 나를 향할 수 있다.

사람들은 성별이나 지역 혹은 인종이 같을 때 아주 작은 공통점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말 작은 부분이다. 어떤 특성으로도 대상을 완벽히 구분할 수 없다. 백인은 말이야…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은 말이야… 여성은 말이야… 장애인은 말이야… 요즘 애들은 말이야… 중국인은 말이야… 은 모두 틀렸다. 연애 잘하고 싶다면 남의 말 듣기보다 옆에 있는 사람에 집중하면 된다. 코로나가 무섭다면 말도 안되는 가짜뉴스로부터 귀를 막고 기본 위생을 철저히 하기를 권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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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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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kmo72@gmail.com'
프레니
4 years ago

인식이 언어로 나타나지요..인식을 바꾸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에요.

Admin
조성민
4 years ago
Reply to  프레니

네. 쉽게 바뀌질 않습니다. 이미 가정과 학교에서 사회에서 배워 온 것들이 있으니까요. 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 해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