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놀이터 안전기준 놓고 부처간 원칙만 드러내

통합놀이터 홍박공원에서 미끄럼틀로 올라가는 경사로에서 휠체어에 앉은 아이를 밀어 주는 서경숙 강사
통합놀이터 홍박공원에서 미끄럼틀로 올라가는 경사로에서 휠체어에 앉은 아이를 밀어 주는 서경숙 강사/유튜브 화면 캡처
  • ‘어린이놀이시설안전기준법 일부개정안’ 공청회
  • 어린이제품법에 따른 시설 및 기술기준, 장애어린이 배제
  • 행안부, “안전인증 받으면 설치 가능”
  • 산자부, “장애인놀이시설은 제품이라기보다 시설에 가까워”

휠체어를 탄 채로 그네를 탈 수 있도록 제작된 놀이기구가 있다면 어떨까?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자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17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과 한병도 의원 주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한 ‘어린이놀이시설안전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통합놀이터 법개정추진단으로 활동하는 재단법인 동천의 송시현 변호사는 “어린이 놀이시설에는 ‘어린이제품법’에 따른 안전인증대상 어린이제품을 안전인증을 받아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에 적합하게 설치해야 한다.”면서 “행정안전부(행안부)에서는 어린이놀이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소관 ‘어린이제품법’상의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이면 설치 가능하다고 하며 산자부에서는 획일화된 안전기준 적용이 어렵고 행안부의 기술기준을 거쳐야 한다고 말해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휠체어 그네는 정해진 유형의 그네가 아니어서 안전인증을 받을 수 없어 어린이 놀이터에 설치할 수 없다”며 “어린이제품법에 따른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에서 장애 어린이를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7조에 따르면 모든 아동은 장애 유무나 장애 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완전히 참여하여 놀 권리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놀이터에서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된다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 일부 개정안에는 ‘어린이’ 대신 ‘장애 및 비장애 어린이’로 개정하고, 장애 어린이의 이용에도 적합하도록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을 마련, 설치자는 휠체어 등 장애인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의 접근성이 용이하게 어린이놀이 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장애인권익기관 서경숙 장애인인권교육 강사는 아동발달을 위한 통합놀이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일주일에 5일을 아이를 데리고 치료실에 간다. 그런데 물리치료나 작업치료를 하는 감각통합실에서 선생님이 아이를 안고 그네를 태운 것을 보고 물었더니 몸의 긴장을 진정시키는 치료라는 것이다”면서 “놀이터가 동네마다 있는 이유는 아동들의 발달을 위한 것이다. 장애아동을 위해서도 치료실이 아닌 그런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서부터 장애아동과 같이 놀이터에서 논 아이들은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며 “장애아동과 가족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 지역사회통합을 위해서도 통합놀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사업부 김영란 팀장은 “통합놀이터는 장애유무나 장애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온전히 참여하여 놀 권리를 실현하는 개념일 뿐 아니라 단지 장애아동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모든 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장소다”면서 “현재 전국 무장애통합놀이터는 20여 곳에 불과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법 개정안과 관련된 부처인 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 이종섭 사무관은 “놀이기구의 제조와 인증은 산자부, 놀이시설 설치 및 유지관리는 행안부 소관이라 안전한 놀이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면서 “통합놀이터에 설치되는 어린이놀이기구도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이면 설치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산업기술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생활어린이제품안전과 박용민 과장은 “안전인증을 받으려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장애인놀이시설은 제품이라기보다 시설에 가까워서 대량 생산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면서 “기술표준원의 역할은 제품의 안전을 보기 때문에 행안부와 같이 협업해서 진행해야 한다. 또 장애인 놀이시설은 많이 팔리지 않으므로 지자체나 행안부에서 지원을 해서 보급할 필요가 있다. 부처간 협업할 부분은 안전기준 제정 등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충분히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호 위원은 “부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 같다. 통합놀이터에 대해서만큼은 장애인의 가족으로서 아니면 당사자로 접근해서 어떻게 하면 안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하거나 개정안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아니면 예산 확보가 문제인지 등의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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