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 의도, 학대 아니다”…무죄 선고한 법원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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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26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00유치원특수교사 장애 아동 학대 무죄 선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26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00유치원특수교사 장애 아동 학대 무죄 선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 2심 재판부, “공개된 장소에서 한 피고인의 행위는 교육적 의도…무죄”
  • 나동환 변호사, “아동학대 관련 대법원 판례, 미필적 고의 무시한 판결”

고의로 학대하지 않았다며 1심에 불복해 항소한 특수교사에게 2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해 비판이 거세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서울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26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유치원특수교사 장애 아동 학대 무죄 선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17년 5월 서울 00유치원에서 특수교사가 자폐성 발달장애 아동(4세)에게 식사와 양치교육을 한다며 울면서 격렬히 거부하는 아동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은 채, 숟가락을 입에 밀어 넣고 뱉지 못하도록 한 손으로 입을 막아 깍두기를 강압적으로 먹이는 일이 있었다. 또 칫솔도 입안으로 억지로 집어넣어 양치질을 시켰다.

이 유치원은 CCTV가 없는 곳이다. 학대신고 의무자인 특수교육실무사의 내부 고발에 의해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신고가 이루어졌고 해당 교사는 2018년 12월, 벌금 3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특수교사(피고인)는 이에 불복, 정식 재판을 청구하여 2019년 11월 1심에서 ‘약식명령의 벌금액이 과하지 않고 감액의 이유가 없다’며 벌금 300만원과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받았다.

다시 피고인은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지난 11월 6일 항소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형사부(나)는 “피고인의 행위는 교육적 의도에서 비롯되었으며 오로지 피해자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에게 학대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피해자와 검사 측은 11월 13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1심에서 피고인은 본인의 행위는 ‘피해아동에게 식사교육이나 양치교육을 위한 것으로 정서적 학대행위가 아니다’고 하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만약 그런 행동을 했다면 어떻게든 밥 먹이려고 교육적 의도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특수교사의 행위는 아동복지법에 금지되어 있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을 두고 1심과 2심은 상반된 판단을 했다.

교육적 의도의 유무를 떠나서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특수교육의 특수성에 대해 세심한 주의와 정서적 배려 등을 수반하지 않은 행위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판결은 서로 다르게 났다.

학대 피해 아동(A 군)의 어머니는 “양치질도 서툴지만 언어적 지시만으로도 충분히 스스로 잘하던 아이였다. 그 특수교사가 지원되는 날은 아이가 매번 울고 들어왔다. 음식을 먹는 부분에 대해서든 어떤 것도 협의가 없었다. CCTV가 없는 유치원에서 특수교육실무사가 학대로 판단하여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치원에서 돌봐야 할 만 4세 특수아동은 여러 명이 아니라 우리 아이 한 명이었다. 특수아동인만큼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사건 이후, 정신적 충격으로 일상생활에서 늘 그늘진 얼굴과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 양치질에 대한 두려움과 특정한 외형의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스스로 머리를 때리는 행동을 보이는 등 이상행동을 보여왔고, 이는 아이가 치료받던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의 소견서에도 적혀 있다.”고 말했다.

4년 동안 경찰에서 검찰, 가정법원, 재수사, 1심, 2심 재판까지 힘겨운 싸움을 해온 A 군의 어머니는 “이 사건이 무죄라면 앞으로 어떤 사람도 아동학대범죄에 대해 신고를 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장애 부모뿐만 아니라 비장애 부모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다.”고 토로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비판한 피켓들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비판한 피켓들/사진=더인디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변호사는 “2심 판결은 어찌해서 대법원의 판례에 반하는 선고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항소심 법원은 직접적, 명시적 기준으로 적용해야 하는 대법원의 판례를 무시하고 독자적 기준을 적용해 아동을 괴롭히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죄와 관련해 대법원은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라 함은 현실적으로 아동의 정신건강과 그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되며, 반드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2015. 12. 23 선고, 2015도13488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여 미필적 고의에 따라 아동학대죄의 고의 여부를 판단한다.

나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례는 아동에게 정서적 발달을 저해하거나 고통을 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같은 행동을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했다면, 그 행위에는 아동학대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변호사(좌)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종옥 서울지부 대표(우)가 발언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변호사(좌)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종옥 서울지부 대표(우)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서울장애인부모연대 김종옥 대표는 “당한 아이가 학대라고 하고 4년 동안 정신과 상처를 받으며 고통이라고 온몸으로 외치는데, 이 나라 법정은 교육을 학대로 오해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법원의 판단은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강압적 행동이나 어떤 학대가 있어도 교육적 의도가 있으면 그것이 학대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것이 된다.”며 “대부분의 특수교사는 작은 행동이라도 그런 행동이 학대인 것을 알 것이다.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다. 짓고도 아니라고 우기는 죄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아동학대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근거 중 하나로 ‘공개된 장소에서 떳떳하게 했으니 교육적 의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좀 더 세심한 주의와 배려를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그러한 태도는 피해자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았던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감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

이에 대해 서울장애인부모연대는 “앞으로는 공개된 장소에서 가하는 어떠한 학대도 특수교사가 교육적 목적과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만 한다면, 그것이 아동에게 명백하게 고통과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고, 강압적 행위라 하더라도 학대한 것이 아닌 게 된다.”며 이번 판결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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