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장애인의 날] UN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촉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등 5개 장애인 단체는 7월 9일 국회 앞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 제한규정 삭제 건의안’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등 5개 장애인 단체는 7월 9일 국회 앞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 제한규정 삭제 건의안’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논평]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_12.3

전세계 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사회적 불이익 시정을 위한 UN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촉구한다!

2020년 12월 3일, 오늘은 국제 연합(UN)이 지정한 국제 기념일인 ‘세계장애인의 날’이다. 어느덧 28회째 맞이하는 세계장애인의 날은 1992년 태어나고 자라 어엿한 28세의 완전한 성년이 되었다. 오늘만큼은 ‘세계장애인의 날’의 제정 의미를 되새겨보고, 한국의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의 현주소를 살펴보았으면 한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CRPD)은 2006년 12월 유엔총회에서 192개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한국은 이에 발맞춰 2008년 12월 정기국회에서 이를 비준했고, 2009년 1월 이를 발효했다.

CRPD는 제1조 ‘장애인의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유하는 기본 목적’을 서두로 총 50조문의 평등 및 비차별, 생명권, 개인의 존엄성, 교육, 건강, 문화생활 등 광범위하고, 폭넓게 장애인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 CRPD가 비준된 지 12년째인 2020년, 얼마나 이행되었을까. 대한민국 정부는 2011월 7월 1차 보고서를 제출했고, 3년 후인 2014년 9월, 대한민국 정부의 1차 보고와 이에 대한 UN의 심의가 이뤄졌다.

공개된 UN의 최종 견해를 살펴보면, 여전한 의료적 관점의 장애인 법령과 판정 시스템, 실효적이지 않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체계적·지속적인 장애인 인식 개선 해결 방안 부재, 자연재해를 포함한 위급상황의 보호 정책 부재, 정신장애인의 자유 박탈을 허용하는 기존 법률 유지, 효과적이지 않은 탈시설 전략, 선택의정서 비준 유보 등 총 60개 항목에 걸쳐 권고했다. 이에 2019년 3월 대한민국 정부는 UN의 권고에 대한 답변서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2차·3차 병합국가보고서’를 제출했다. 약 95페이지에 걸쳐 나열된 정부의 답변서는 UN이 제시한 권고에 대한 정부의 노력과 조치사항들로 가득하다.

허나 답변서를 본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단체는 아쉬움과 답답함이 가득했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살펴보겠다. 먼저 ‘여전한 의료적 관점의 장애인 법령과 판정 시스템 개선’ 권고에 정부는 장애등급을 장애정도로 개편하고 맞춤형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시행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2019년 7월 단계적 폐지를 시행으로 맞춤형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적용해 본 결과, 1구간에서 5구간까지 하락하거나 구간 외로 탈락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또한 모든 장애유형을 한 가지 종합조사표로 판정하는 형태로 ‘맞춤형’이라는 단어를 부여하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다. 다음으로 ‘자연재해를 포함한 위급상황의 보호 정책 부재’ 권고에 대해서는 U-119 안심콜, 응급안전알림서비스 등 예방이 아닌 사고 발생 시 신고 중심의 서비스만이 주 내용으로 명시되어 있다.

2003년에는 사스, 2014년에는 메르스, 2020년 현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고 그 중 올해 초,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첫 희생자는 역시 장애인이었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위기상황에 더욱 취약하지만 국가재난 상황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과 서비스는 부재하거나 한정적이다. 더불어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일부가 폐쇄되며 모든 돌봄이 당사자와 가족에게 남겨졌다. 이런 사유로 2020년 3월에는 발달장애인과 그의 어머니가 동반 자살하는 참담한 사건도 발생했다.

또한 UN은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음’에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과 중복 적용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 더불어 정신장애인의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주요업무와 업무실적, 정신재활시설의 종류 및 사업 등의 표를 제시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업무를 잘 추진하고,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장애인복지법 제2조 장애인의 정의에는 정신장애인이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동법에서 장애인복지법의 제도와 서비스는 제공받을 수 없다는 모순적 조항이 표기되어 있어 정신장애인은 장애인이지만 장애인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에 처해 있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이지 않은 탈시설 전략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충분한 조치가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2018년 2월부터 탈시설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장애계 의견을 논의·법안을 개정하고 탈시설 연구용역을 통해 2018년 말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9년 4월 이후 탈시설민관협의체 회의는 열리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로드맵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또한 시범사업 중인 지자체 16곳 중 13곳이 노인모델이며, 장애인모델은 2곳에 불과하여 시범사업 결과가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과 장애인거주시설 전수 조사자에 대한 장애감수성 부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UN CRPD는 전방위적인 장애인의 권리를 다루고 있다. 이에 다양한 영역과 분야의 이해, 장애유형별·성인지적 관점의 재고, 관련 정책과 제도의 검토 등 논의하고 바꿔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이행 과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NGO연대의 적극적인 이행 촉구와 참여가 국내 CRPD 이행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 희망한다. 제28회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이한 오늘, 전세계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사회적 불이익을 시정하고 누구나 동등한 기회와 참여가 촉진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는 CRPD 협약 국가의 의무와 약속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이 약속을 이행해주길 강력히 요구한다.

※ CRPD 제4조(일반의무) 국가의 의무와 약속은 이러하다 ※
– 장애인의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완전한 실현을 보장하고 촉진하기 위한 의무를 부담한다.
–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점진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가용자원이 허용하는 최대한도까지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
– 장애인을 대표하는 단체를 통하여 장애아동을 포함한 장애인과 긴밀히 협의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참가시킨다.


“사회는 인권의 결집체이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인권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준수는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다!
장애인의 인권과 완전한 자유 실현을 보장하고 촉진하는 모두의 의무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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