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풀기 어려워 미룬 숙제와 같은 ‘장애인 건강권’… 그 현실은

권재현 한국장총 국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정책홍보 국장

[권재현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홍보국장]

2020년 12월, 이 땅의 장애인은 본인의 장애로 인한 만성질환 치료와 건강관리를 위해 병·의원을 쉽게 찾아가 이용할 수 있는가.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건강권법)’ 제정(2015.12.29)에 이어 시행(2017.12.30.)이 된지 만 3년이 되어 간다. 하지만 2차례에 걸친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하고, 장애친화건강검진기관 선정도 더디기만 한 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관련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주요 정책적 과제는 물론이거니와, 장애인의 건강권을 지켜가기 위한 현안 문제와 해결 과제는 무엇일까. 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보자.

가장 먼저, ‘접근성확보이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정기적 진료가 필요한 장애인의 25%는 장애인시설·설비 설치 미비로, 10.7%는 의사소통 어려움으로 진료를 받지 않고 있다. 최근 1년간 본인이 병·의원(치과 제외)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하는 미충족 의료 발생의 경우에도 43.4%는 경제적 이유를, 18.6%는 교통편 불편을 들고 있다. 이는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의 접근편의성 문제에도 고스란히 나타고 있어 저조한 장애인 참여율의 한 이유로 평가되기도 한다.

병·의원에 나의 상태를 마음 편히 상담, 치료받으러 갈 수 있도록 물리적 접근성(시설,설비) 개선과 이동·의사소통 지원, 지속적 의료비 경감 지원을 통해 다양한 측면의 접근성을 늘려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 의료 혹은 일정 규모 이상의 병·의원부터 의무화와 함께 관련 지원을 늘려가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종합병원부터 장애인에 대한 재활·진료 및 건강검진 등을 적절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인력·장비 등을 갖추도록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송옥주 의원 등 10인)도 발의된 상태다.

둘째, 장애 및 질병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환경마련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2차에 걸친 장애인건강주치의제 시범사업을 수행했다. 일반적 건강관리 및 주장애 관리 등 필수적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자 함이다. 하지만 장애인 등록이 1,179명(이용 963명)에 그쳤고, 주치의 등록 417명, 의료기관 등록 301개소 중 각각 참여율이 15.8%(66명), 17.6%(53개소)에 머물렀다. 현 시범사업의 문제는 참여 병원의 미흡한 편의시설 설치 현황, 교육·상담·재택방문서비스 등 서비스에 대한 모호성 및 범위 제한, 주장애 및 일반건강관리 이해 및 연계 부족, 자원과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의뢰·연계·협진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장애인건강주치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급자(의료)와 수요자(장애인)입장에서의 인센티브와 유인기제가 필요하다. 행위별 수가가 아닌 사람 중심의 수가 적용으로 지불 방식의 변화, 병·의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 장비, 인력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장애인들에게는 시범사업에서 보여줬던 장애유형 제한과 일반건강과 주장애관리, 방문서비스 등 서비스 선택의 모호성을 없애줌과 동시에 의료비 부담의 장벽을 해소해줘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협동조합 형태와 같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연계와 협력, 당사자의 참여가 가능한 모델 활용 가능성에 대해 깊이 살펴 활성화시켜야 한다.

셋째, 대상, 분야별 특화 지원강화이다.

이번 국정감사 결과 현재 전국에 15개뿐인 장애친화산부인과의 진료환경 편의성 및 시청각 장애인의 의사소통지원은 전무하다시피하고 지자체사업이란 이유로 국비지원도 안 되고 있다. 또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치과진료를 위한 장애인치과병원은 그 숫자가 미비하고 구강진료센터에서 마취진료를 받기까지 평균 128일이 소요된다. 발달장애인의 문제행동 치료를 위한 행동발달증진센터, 장애어린이의 재활의료사업을 위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운영 현실도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이처럼 생애주기 혹은 장애특성별로 전문적으로 지원되어야할 시설, 장비, 인력에 대해서는 최소 권역별, 대도시별, 공공을 중심으로 우선 구축되고 점진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지역사회 내 일반 의료접근성 만큼 중요한 부분임을 잊어선 안 된다.

끝으로, ‘질병예방 및 건강관리시스템 구축이다.

장애친화건강검진기관과 재활운동 및 체육은 장애인건강주치의와 함께 장애인건강권법의 핵심 내용이다. 이는 장애로 인한 질환 이외에도 추가적 질병예방을 위한 일반건강검진 수검률 향상과 병원중심 재활치료와 일상 속 생활체육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건강관리 프로그램의 필요성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최초 2022년까지 100곳까지 지정하기로 한 정부의 목표는 공모 미달로 2024년까지 기한을 변경할 만큼 쪼그라들어있고, 2019년 기준 16개 지정에 그쳤을 뿐 운영을 시작한 곳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하물며 재활운동 및 체육 관련해서는 몇 년째 연구만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장애인건강검진기관과 관련해서 정부나 일부 의료진에서는 현재 개소된 검진기관의 의외로(?) 적은 장애인 이용률을 우려한다고 한다. 이동 편의시설 설치나 저상버스 도입요구에 도대체 장애인이 얼마나 이용한다고 그러냐며 앞뒤가 뒤바뀐 논리를 내놓던 시절로 돌아갈까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杞憂)일까.

물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고 장애인당사자나 가족들의 적극적인 이용과 평가를 위한 홍보도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물리적 접근성과 전문 설비 확보를 위해 개소 당 지원 규모와 항목에 대한 유연성 확대는 물론, 수가 산정 상향 등 기존 기관들의 참여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도 필요하다. 또한 공모제가 아닌 권역별 공공 중심의 우선 지정으로의 전환, 장애유형별 특화건강검진기관의 지정 및 확대 등을 통해 당장 장애인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환경 마련부터 시급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장애가 있는 어린이에 대한 재활의료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설치 또는 지정하고 운영 경비를 보조할 수 있도록 명시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강선우 의원 등 18인)이 처리되었다.

이 개정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근거 마련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제안이유 중에 장애인 건강권과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향성을 언급하고 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정법안의 제안이유 중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의 이유를 설명한 다음 글에서 ‘어린이’를 ‘장애인’으로 바꿔보자.

「장애가 있는 (어린이→장애인) 환자의 경우 그 질병이나 장애의 치료·재활에 있어서 (어린이→장애인)의 성장단계와 장애유형에 따른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하는바, (어린이→장애인)의 신체에 적합한 의료장비·시설을 구비하고 전문적인 치료와 교육, 돌봄을 병행하여 제공할 수 있는…(생략)」

질병이나 장애의 치료, 재활 및 건강 관리가 필요한 장애인은 그 ‘생애주기와 유형에 따른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고, ‘적합한 의료장비·시설’을 구비하고 ‘전문적인 치료와 교육, 관리’를 병행하여 제공함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권재현 국장은 2001년부터 장애인단체 생활을 시작해 현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서 일하고 있다. 늘 소임과 역할에 충실한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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