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일의 접근성 브런치] 온택트 시대의 슬기로운 쇼핑 생활, 다 같이 합시다!

아마존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는 장면/ⓒPixabay
아마존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는 장면/ⓒPixabay
김혜일 프로필 사진
김혜일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김혜일 집필위원]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사용이 보편화된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온라인 쇼핑은 누구나 쉽게 즐기는 슬기로운 쇼핑이 되었다. 버스나 지하철, 그리고 길을 걷다가도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접촉을 자제하는 언택트(untact, 사람과의 접촉을 지양) 사회가 되면서 온라인 쇼핑의 비중은 더 높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은 온라인으로 더 많은 연결이 이뤄지는 온택트(ontact, 온라인을 통해 대면) 시대가 자리를 잡았다.

쇼핑 생활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겠다.
지난 주말 마트에 다녀왔는가?
대형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생필품을 구매했던 게 언제였나?

쇼핑카트
쇼핑카트/ⓒfreepik

온택트 시대의 사람들이 주변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비중은 작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전년보다 약 31%나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새벽배송, 로켓배송, 샛별배송, 당일배송 등 물류의 발달로 구매한 상품이 내 손에 도착하는 시간이 매우 짧아진 것도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잠들기 전 침대에서 주문한 빵과 우유가 아침에 현관문 앞에 와있으니 이보다 더 안전하고 편리한 쇼핑 수단이 어디 있을까?

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니 온라인 쇼핑의 혜택이 더 크게 다가오는 계층이 장애인이다. 시각장애인은 마트에 찾아가기부터 어렵고 마트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는 일은 매우 어렵다.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은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어떤 마트는 휠체어를 탄 채 진열장 사이를 이동할 수도, 애초에 마트에 진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집에 휴지가 없어서 급히 사러 나가야 하는데 혼자서는 매우 어렵거나 장애 정도에 따라서는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 평소에 즐겨 사용하던 PC를 활용하여 쇼핑하고 내 집 앞에 그 물품이 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접근성을 보장하는 온라인 쇼핑은 단순히 생필품의 구매가 아니라 장애인 삶의 질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슬기로운 쇼핑 생활 다 같이 하고 있을까?

시각장애인이 화면낭독 프로그램으로 웹과 앱을 사용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접근성 이슈들이 다양하지만, 그때그때 새롭게 나타나는 생소한 것은 아니다. 서비스가 달라질 뿐 대부분의 이슈는 거의 동일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카테고리, 이벤트, 상품목록, 특가 경매, 상품 상세검색 기능, 상품정보, 리뷰, 판매자 문의, 구매 내용, 환불/반품, 주소록 관리, 각종 제휴 포인트, 결제수단 등 아주 다양한 기능의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와 기능을 제공하다 보니 구매 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접근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다른 서비스에 비해 많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상품 상세정보와 각종 이벤트 정보에는 대체 텍스트가 누락되는 경우가 많고, 여러 기능의 버튼은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우며, 숫자로만 들리는 많은 정보, 심지어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통해 실행되지 않는 기능들도 존재한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 관련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오픈마켓의 상품정보는 딜러가 등록하기 때문에 플랫폼 제공자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저희 잘못이 아닙니다” 일정 부분 사실이긴 하지만 관계자의 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이 있으려면 상품정보를 제외한 다른 부분의 접근성은 잘 되어있어야 하는데 사실 더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시각장애인들은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휴지나 세제 같은 공산품은 물론 우유, 생수 같은 간단히 주문할 수 있는 상품마저도 시각장애인에게는 내가 접근하기엔 너무 먼 다른 세상 이야기이다. 도움을 받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쇼핑 생활은 슬기로운 쇼핑 생활이 아니다.

2017년, 그동안 너무 힘들었던 상황을 해결하고자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쇼핑몰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시작했다.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알리고 서비스 제공자가 더 적극적으로 접근성 개선에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민사 소송의 1차 판결이 2021년 2월에 나온다고 하여 많은 사람이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관련 정보는 정보격차해소운동본부(http://www.actionwa.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국가 기관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의 이러한 어려움에 공감하는 발표가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11월 온라인 쇼핑몰들이 자사 홈페이지와 앱에서 접근성 지침을 준수하도록 권고했다. (관련 보도 https://news.v.daum.net/v/20200809074506091)

슬기로운 쇼핑 생활을 위한 결제수단

요즘 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체 결제수단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추가 적립, 장기무이자할부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일페이, 로켓페이, SSG페이, SK페이, L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많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있으나, 이 중 시각장애인이 혼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접근성이라도 보장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는 두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간편결제보안키패드
간편결제보안키패드/ⓒ김혜일

가장 심각한 이슈를 하나 살펴보자.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카드번호 입력, 결제 비밀번호 입력은 필수 과정이고 중요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이때 사용되는 보안키패드는 화면낭독 프로그램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혼자 암호를 설정하고 결제카드를 등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힘들지만 어떻게든 온라인 쇼핑을 이용해야 하는 시각장애인은 주변 사람에게 카드를 건네주고 내 비밀번호를 알려주면서 지문인증까지 도와달라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가 중요한 디지털 사회에서 이런 현상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 시각장애인들은 이런 일을 겪고 있다.

슬기로운 온라인 쇼핑몰 선택사항이 아니다

요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택배사가 우리 집에 몇 시쯤 도착하는지 대략적인 시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한다. 당신은 어떤가? 그만큼 온라인 쇼핑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온라인 쇼핑 이용이 너무 어렵다는 부분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구매하고 싶은 물건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하고 내 구매 성향과 구매 내용을 주변인이 모두 알고 있다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내 결제 비밀번호와 카드번호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야만 쇼핑을 할 수 있다면 당사자는 어떤 마음일까? 개인정보보호는 불가능해지고, 내 자존감에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내 삶의 기본인 온라인 쇼핑을 타인에게 의지해야 한다면 내 삶의 결정권은 내가 아닌 타인의 호의, 선의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여러분은 이러한 삶을 살고 싶은가?

지금 많은 시각장애인이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슬기로운 쇼핑 생활, 이제는 다 같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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