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장애인, 부당해고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

14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부당해고 사건 행정소송 선고 결과’ 기자회견에서 법무법인 오월의 곽예람 변호사가 이번 판결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14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부당해고 사건 행정소송 선고 결과’ 기자회견에서 법무법인 오월의 곽예람 변호사가 이번 판결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 정당한 편의제공 등 장애인차별금지법 입법 취지 확인한 판결
  • 내부 장애인 차별에 문제인식 갖는 계기
  • 당사자, “사과했으면 소송 취하했을 것”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신장장애인 버스운전원이 부당해고 행정소송 판결에서 승소했다. 신장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노동자를 해고한 버스업체, 그리고 이를 문제없다고 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판결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위법이고 차별이었음이 확인됐다.

14일 서울행정법원 제12부(다)는 버스운전원 강성운 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 판정을 취소하며 채용을 거부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선고했다. 이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부당해고 사건 행정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2019년 2월 포항의 한 버스회사는 강 씨를 운전기사로 채용한 후에 신장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이니깐 나가세요”라고 하면서 서면통지조차 하지 않고 1차 해고했다. 이에 강 씨가 노동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절차를 시작하자 복직시켰고 이후 형식적인 절차를 갖춰서 다시 2차 해고했다. 강 씨는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어 작년 1월 행정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본지 6월 25일 기사 ‘신장장애인이라 버스기사 못한다고?…부당해고에 소송 제기‘ 참조

이번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오월의 곽예람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고용 관계에서의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장애를 이유로 한 것이 아니거나 업무 특성상 정당한 채용 거부 사유가 있다면 사용자 측에서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은 치료 등을 위한 근무 시간 변경 등 정당한 편의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해당 회사는 상시 300명 이상 근로자를 둔 대형 회사로, 충분히 혈액투석 치료를 위한 근무 변경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입법 취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로, ▲장애를 이유로 채용 거절 불가 ▲채용 거절 이유를 이용자가 증명해야 한다는 점 ▲장애인이 법률에 의해 정당한 편의제공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곽 변호사는 “신장장애인과 같은 내부 장애인은 외부 특성이 없기 때문에 장애인 인식이 떨어져 더 은밀하게 차별의 대상이 된다”며 “오늘 판결은 내부 장애인 차별에 문제인식을 갖게 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당사자 강 씨는 승소 판결에 기뻐하면서도 “면접 당시 일주일에 세 번 신장투석을 받는다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 측에서는 ‘투석 사실을 알았으면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며 억울해했다.

신장장애을 이유로 해고당한 버스운전원 강성운 씨가 행정소송 선고 결과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신장장애를 이유로 해고 당한 버스운전원 강성운 씨가 행정소송 선고 결과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이어 “회사에 ‘장애인이니깐 나가세요’라고 한 말을 사과하면 소송을 취하하고 대법원까지 안 가겠다고 했으나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소송 중에도 계속 연락해서 소송을 취하하도록 협박할 뿐 아니라 일용직 관광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데, 이 일조차 못하게 하려고 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사건 공동대리인을 맡고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미연 변호사도 “회사는 장애인을 차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1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고 제12조에서 사용자는 채용 이전에 장애인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의학적 검사를 실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선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 과정에서 원고가 자신의 장애 유무를 숨겼다며 이를 해고의 정당한 사유 중 하나로 언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가 아니라, 차별이 문제다”며 “차별하는 이들은 항상 ‘차별하지 않았다’ ‘차별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라고 하지만, 장애인 차별은 더욱 은밀하고 공고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법 위에서 그 잘못이 가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14일 이내에 버스회사 측이나 중노위에서 항소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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