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생 1년] 국내외 자폐당사자, “어떤 도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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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호 = 인하대 문화콘텐츠경영학과 교수 겸 더인디고 편집위원
[윤은호 = 인하대 문화콘텐츠경영학과 교수 겸 더인디고 편집위원
  • ‘일자리’, ‘친구’ 찾는 자폐당사자… 정부 지원 여부에 따라 삶의 질 달라져

[윤은호 = 인하대 문화콘텐츠경영학과 교수 겸 더인디고 편집위원]

코로나19, 정신적 장애인을 강타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된 지 1년이다. 코로나19는 일반 시민에게도 영향을 끼쳤지만, 장애인에게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다.

특히, 장애인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BBC의 지난 11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한 장애인단체가 1004명의 장애인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시작 이후 영국의 장애인 직원 중 22%가 무급휴직이나 이동 배치 등 자신의 안전과 맞바꿔야 하는 고용 상태를 요구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부는 일자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5%가 장애인은 정부의 경제회복정책에서 ‘잊혀져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장애인들이 어떠한 고용 위협에 처해 있는지 구체적인 연구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조금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정신적 장애인들이 코로나19에 의해 받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가 없다. 영국 보건부는 지난 11월 12일 학습장애 당사자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조사된 학습장애 당사자 10만 명당 45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하였고, 전체 인구통계를 반영하면 실제 비율은 10만 명당 692명으로 일반인보다 6.3배, 일반 청년과 학습장애 청년을 비교했을 때 30배에 달하는 차이가 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시설에 갇혀 거주하는 학습장애인은 그렇지 않은 장애인보다도 2.3배 더 사망률이 높았다.

미국에서도 페어헬스사가 존 홉킨스 의대 등의 기관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8월 사이에 발달장애인이 3배 이상 더 자주 코로나19에 걸려 죽을 확률이 높다는 결과를 냈다.

또한 미국 지적발달연구센터네트워크 이사들은 미국정신학회지에 보낸 논평에서 발달장애인에게 있어서 봉쇄 상황이 감염여부와 무관하게 2차적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발달장애인의 요구와 권리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he Journal of Biological and Medical Rhythm Research Volume 37, 2020 - Issue 12
The Journal of Biological and Medical Rhythm Research Volume 37, 2020 – Issue 12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자폐성장애인의 감염현황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공식적인 통계가 나온 바가 없다. 그러나 de Sausa Lima 등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면역 체계가 취약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특정 수용체들과 결합하여 일반인보다 더 쉽게 감염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또한 터키 셀축대학 의학부의 튀르코글루(Türkoğlu) 교수 연구진은 2020년 논문에서 4-17살 자폐당사자를 연구한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폐당사자들이 일반 시기에 비해 더 많은 수면 장애를 겪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수면시간 부족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즉 코로나19의 영향은 자폐성 장애인에게 더욱 치명적이며, 자폐 특성은 일상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자폐성장애인들, ‘친구가, 일자리가 필요해요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폐성 장애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인터넷을 통해 연락한 국내 자폐성 장애인 다섯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특히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장애등록제에서 제외된 자폐당사자들도 인터뷰에 포함시켰다.

당사자들은 우선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당사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과 불안감, 무기력감을 호소했으며, 특히 일자리에 필요한 전문기술을 배우기 위한 대면수업을 해야 하는 가운데 외부 이동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에 대한 불안을 느꼈다.

경제 위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도 호소했다. 한 당사자는 “경제적 타격으로 생계에 압박을 받으면서 개인적 활동범위가 줄어들었다. 돈이 없어서 휴대폰이나 후불 교통가드는 이미 정지된 상황이다”며 돈 벌 기회의 상실을 호소했다. 또 다른 당사자는 “택시기사인 아버지가 코로나19 이후로 수입이 반이나 줄어들면서 집안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아직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청소년 자폐당사자도 “일반학급과 특수학급 수업을 동시에 받고 있는데, 일반학급 수업은 어려워져만 가고 특수학급에서는 내 수준을 무시한 교육만 받고 있는 것 같다”며 공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학교폭력 사건에 휘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보호를 받지 않은 사례를 언급하며 아직까지 학교 내 장애인 대상 폭력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가장 크게 지적한 어려움은 사회적 소통의 부재였다. 인터넷 정모나 번개가 온라인으로 바뀌거나 대화가 줄면서 다른 사람과의 소통 기회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가운데 당사자들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대안도 없이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자폐성당사자가 느끼는 행정적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한 등록당사자는 “동사무소에서 공적마스크를 보내준 것을 빼고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고, 미등록 당사자는 “주민센터에 긴급지원을 신청할 때 공무원이 자폐 진단 여부를 반영해 준 점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어떠한 공식 지원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등록당사자는 “독립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으로서 2차 긴급지원금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며 “바이러스는 무차별적인데 왜 지원은 차별적이냐”고 말했다.

등록 발달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센터)의 역할 또한 제한적이었다. 등록 당사자들에게 지원센터를 찾아가거나 관계자가 방문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찾아가본 적도 없고, 또 어떤 기관인지도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원센터가 재량으로 미등록 자폐당사자들도 지원할 수 있지만, ‘저와는 관련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당사자들은 등록 당사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홍보와 능동적인 홍보를 요청했다.

그렇다면 자폐당사자들은 정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랐을까. 당사자들의 공통된 주문은 ‘친구도우미’였다. 장애학생들을 위해 장애학생도우미가 있듯이, 주간보호서비스에서 제외된 장애당사자들을 위해 정부가 당사자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공적 도우미제도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었다.

다만 도우미 선정에 당사자의 동의가 우선되어야 하며, 당사자들도 도우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전문직 수준의 대우를 통해 선정된 도우미들이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는지 물어보자, “당사자가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조언을 해준다거나, 눈맞춤 연습을 시켜주는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러한 대화를 듣고 있던 한 등록당사자는 “코로나 때 친구도우미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당사자도 “이미 복지선진국인 스웨덴에서는 탈시설과 함께 제도가 도입이 된 만큼 정부에서도 제도 도입을 전향적으로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장애복지 일선에 있는 사회복지공무원 중에서 자폐당사자 특화 공무원을 임명하는 등 자폐당사자들이 느낄 수 있는 정부의 도움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위기 속에 있는 자폐당사자를 대상으로 핀셋 정책을 펼쳐 한 복지프로그램 및 공공기관 일자리 등 적극적인 평생교육 및 일자리를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미등록 자폐당사자에 대한 지원 요구도 당사자들의 공통 요구사항이었다. 당사자들은 우선 현황파악이 시급한 만큼 미등록 당사자의 실태조사를 요청했다. 일정 정도의 손상이 있다면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당사자를 도와주는 자폐당사자 지원센터나 협동조합, 단기공공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다. 또한 자폐당사자의 선호에 맞게 고등교육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 괜찮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단계적 장애등급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국제법과 무관하게 이어가고 있는 장애의 의학적 모델을 청산할 필요성이 도출됐다. 자폐진단을 받았지만 국내 장애인 등록기준인 GAS 수치로 인해 등록을 받지 못한 한 당사자는 “자폐당사자를 주변의 전적인 도움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과 그 장애의 존재조차 없는 것으로 취급하며 서로 양극화를 시켜 버리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구색 맞추기식 장애등록제도 자체부터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국제법 준수를 촉구했다.

해외 자폐당사자들, 정서적 어려움에도 정부 지원으로 높은 삶의 질 느껴

해외의 자폐성 장애인들은 어땠을까. 의견을 듣기 위해 몇몇 해외 자폐장애인들의 커뮤니티에 의견을 물어보았다. 다양한 의견들을 받을 수 있었는데, 비교적 안전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오랫동안 계속해서 갇혀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음은 그들의 주요반응을 번역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은둔자 같이 살아왔다. 락다운(봉쇄령)이 시작되고 나서, 그리고 락다운이 끝나고 나서 도시가 다시 붐비면서 나의 정신건강은 계속해서 위험을 겪고 있다. 한 두주에 한번 집을 나서지만 지난 3월 이후 집에서 1.5마일(2km) 바깥으로는 움직이지 못한다. 슈퍼마켓 방문은 꿈도 못 꾸고, 카페도 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가 났을 때부터 락다운이 발생한 것 마냥 지금까지 살고 있다.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아이가 수영교습소나 스카우트, 도서관에 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빼면 이전과 비해 우리 삶에는 차이가 없다.”

“나는 지난 3월부터 거의 적은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친구들로부터 꽤 고립되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원래 대학교육을 원격으로 받고 있었는데, 모든 대면 튜토리얼이 취소되었고, 원격 튜토리얼은 원격접속 지원 대수, 대화 볼륨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 주는 도움은 더 많은 전화번호뿐이다. 정신적 장애가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에 전화를 걸 수 있는 능력 같이 느껴진다. 일자리를 얻기를 바라고 있지만 희망을 잃고 있다.”

상황은 개인별로 달랐다. 그러나 국내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정부의 도움이 있는지의 여부가 삶의 질을 결정했다.

정부에서 장애와 관련해 지원금을 주는 영국의 당사자들은 비교적 어려운 가운데서도 안전하게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었다. 반면 한 미국 자폐당사자는 “정부에서 지원금을 끊으면서 현재 2만 3천 달러를 빚지고 있다”며 냉소를 던졌다.

국내외 국외의 자폐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서, 코로나19가 장애인, 특히 자폐성장애인의 삶의 질에 끼치는 영향이 심대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동시에 그러한 영향을 감소하는데 있어서 정부가 어떠한 도움을 주고 있는지가 핵심 사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0년 자폐장애 등록이 시작된 이해 등록 자폐장애인의 수는 계속 늘어나 2020년 말 기준으로 3만 1천명 정도다. 미등록 당사자를 합하면 그 수는 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폐성 장애인에게 더욱 가혹한 고맥락적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 이후 온택트 사회 속에서도 자폐당사자들이 더 좋은 삶의 질을 누리기 위해 보다 자폐친화적 장애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정책 청년모니터링단(’20. 9. ~ 11.)’에 참여한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윤은호 초빙교수가 작성한 글이다. 장애인정책 청년 모니터링단은 ‘장애등급제 2단계 폐지’를 계기로 장애등급제 및 장애정책에 대해 장애단체뿐 아니라 청년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수렴한다는 취지로 구성됐다. 장애등급제 2단계 폐지 인식현황 등을 주제로 30명의 장애·비장애 청년이 모니터링과 정책제언 활동 등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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