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시설 장애인 학대 사망… ‘국가와 지자체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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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5개 인권단체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시설 거주 장애인 사망사건’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 시설 원장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5개 인권단체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시설 거주 장애인 사망사건’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 시설 원장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 복지부, 폭행 직전 점검 시 F 등급 주고도 아무런 조치 취하지 않아
  • 미신고 시설을 공동생활가정으로 신고하도록 면죄부 줘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장애인 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사망에 대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묻는 첫 민사 소송이 제기됐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5개 인권단체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시설 거주 장애인 사망사건’에 대해 국가와 평택시, 미신고 시설의 운영자인 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20년 5월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개인운영신고시설 사랑의집(공동생활가정)이 불법적으로 운영한 미신고 시설 평강타운에서 37세의 지적・지체 중복장애인이 활동지원사 정 모 씨의 폭력에 의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현재 정 씨는 상해치사와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되어, 작년 11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해당 시설은 모두 폐쇄됐다.

이번 소송은 사망한 장애인의 유족을 대리하여 불법 미신고 시설을 운영하고 장애인을 학대해 온 원장뿐 아니라 시설을 관리감독하지 않고 방치해 온 평택시와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국가배상청구 포함) 소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추련에 따르면 시설 원장은 개인운영신고시설과 함께 미신고 시설을 운영하면서 장애인이 매달 지급받는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인연금 등 복지급여를 착복하고 활동지원제도를 악용하여 활동지원사의 급여를 가로챘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지속적으로 학대하거나 활동지원사에게 폭행도 지시, 방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신고 시설은 사회복지시설로서 신고하지 않고 요보호 대상자를 수용・보호하는 불법시설이며, 개인운영신고시설은 정부의 ‘미신고 시설 양성화 정책’에 따라, 지난 2005년 8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완화된 신고요건을 적용한 시설이다.

장추련은 “복지부는 거주인을 다른 시설로 전원시키는 지자체 조치를 방관하거나 미신고 시설을 공동생활가정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태도로 면죄부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관련하여 장애계는 전국의 미신고 시설 즉각 폐쇄와 함께 당사자들에 대한 자립지원 대책마련과 미신고 시설 관리 지침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본지 2020년 5월 19일 기사 미신고‧개인운영시설 실태조사 및 탈시설정책 수립 촉구 | 더인디고 (theindigo.co.kr) 참조

소송 대리인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장애인권클리닉 김남희 교수는 “시설에서 무수히 많은 학대와 인권침해가 있어 왔다. 그러나 그저 시설장의 책임 정도만 문제되거나 아니면 그것도 제대로 책임지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면서 “장애인들을 사회와 격리하고 시설에 방치하고, 시설의 불법 운영에 눈감은 국가나 지자체에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장애인권클리닉 김남희 교수가 기자회견에서 소송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장애인권클리닉 김남희 교수가 기자회견에서 소송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이어 “복지부가 2019년 현장평가에서 모든 항목을 F 등급으로 평가하여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 시설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장애인이 폭행 당해 죽고, 또 직후에 다른 장애인이 시설에서 사고로 죽은 후에 그제서야 시설을 폐쇄했다”면서 “장애인이 목숨을 잃어야만 조치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가의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고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대표도 “평택시 소속 공무원들은 매년 최소 2회 이상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하여 정기적 점검을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미신고 시설의 운영과 장애인 학대 상황에 대하여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 김남희 교수는 “학대받아 사망한 중증장애인이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라며 “인간의 생명이 침해되었을 때 장애인이라도 충분한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 인간은 노동시장의 가치만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정받기 위한 소송”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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