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나도 세대 차이를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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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변천에 따른 다른 종류의 전화기가 전시되어 있다
시대의 변천에 따른 다른 종류의 전화기가 진열되어 있다 / 사진 = 픽사베이

[더인디고= 안승준 집필위원]  90년대생에 관한 책들이 화제가 된 때가 불과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2000년대생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그들의 새로운 가치가 또 다른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80년대생인 나는 실제 생활에서도 90년대 생 후배들에게 의도치 않게 꼰대 취급을 받곤 한다. 물론 그들 역시도 2000년대생 앞에서는 나와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사용하는 단어나 어휘마저도 서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대 간의 문화차이는 따로 시간 내어서 배우지 않으면 이해조차 할 수 없는 하나의 과제가 됐다. 특히 나름 젊게 산다고 자부하는 나조차도 20대의 언어가 마치 영어 공부만큼이나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에게선 그런 세대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10년 전 졸업한 이들은 물론 아직 재학 중인 아이들에게도 그렇다. 나에게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자들이 나에게 남다른 배려나 이해를 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장애청년들이 모이는 온라인 세미나가 있었다.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쑥스러운 나이지만 나름의 역할이 부여된 터라 화면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번 주제는 ‘온라인 수업 접근성’과 ‘버스 이동권’이었다. 어제도 이야기했고 작년에도 이야기했던 것 같은 이슈이지만 오늘도 심각했다.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 그리고 저상버스의 균일배차에 대한 내용 자체는 최근에 제기된 논제이다. 하지만 내가 스무 살 즈음 고민했던 웹 접근성과 버스 번호판 음성 알림에 관한 것들이 조금 모양을 바꾼 정도일 뿐 별반 다르지 않은 안건이었다.

‘시새롭게 등장한 소프트웨어를 시각장애인도 특별한 고민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시각장애인도 버스를 편안히 탈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도 읽고 싶은 책을 바로바로 사서 읽을 수 있을까?’에 대한 토론은 나와 또 그 이전의 선배들이 어릴 적부터 풀어내고 싶은 과제였는데, 오늘 나의 제자들도 똑같이 부르짖고 있는 목표였다.

그 때문에 슬프게도 난 스무 살 가까이 어린 후배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다이얼 전화기 쓰던 때의 어른이 스마트폰 들고 다니는 어린 친구와 대화하기가 쉽지 않고, 또 기타를 들고 노래 부르던 가수를 좋아하던 세대가 아이돌 가수 문화에 스며들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서 같은 것을 고민하고 공감한다.

버스 타는 것이 불편해서 할 수 없이 지하철 타고 먼 거리를 돌아가던 나처럼 내 제자들도 버스 대신 조금 더 돈을 내고 택시를 탄다. 책 한 권 읽고 싶으면 주변에 녹음을 부탁하던 나처럼 내 후배들은 주변에 워드 봉사를 구한다. 컴퓨터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해도 들어갈 수 없는 사이트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존재한다. 세대 간의 갈등이 사회의 주된 화제가 되고 서점의 베스트셀러가 되는 요즘도 난 졸업한 제자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같은 고민을 나눈다.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청년들과 같은 주제를 놓고 토론하지만, 그 누구도 내게 올드하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세상의 시계는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지만, 소수의 세상은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춘 듯 흘러가지 않는다.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제자와도 거리낌 없이 술 한 잔 나누며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내게도 나쁘지 않은 따뜻한 시간이지만, 난 이것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싶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그 안에서 나도 후배들과 세대 차이를 느끼고 싶다.

“예전에는 눈 안 보이면 버스도 못 타던 시대가 있었어.“
“책 보고 싶으면 일일이 워드 부탁을 하거나 녹음을 해야 했었잖아.“
“공부는 하고 싶은데 온라인 수업 접근성이 안 좋아서 교수님께 따로 메일을 보내기도 했었어.”라고 꼰대처럼 옛날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리고 제자들이 내 이야기 들으면서 “선생님 꼰대처럼 옛날이야기 좀 그만하세요. 요즘 그런 게 어디 있어요?”라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나도 세대 차이를 느끼고 싶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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