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자의 색연필] 웃으면서 출근한 길, 웃으면서 퇴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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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미소 / 출처 = 유튜브 캡처
자본주의 미소 / 출처 = 유튜브 캡처

[더인디고 = 김민석 집필위원] ‘자본주의 미소’, ‘자본주의가 낳은 사랑꾼’ 등 ‘자본주의’가 들어간 말이 종종 사용되고 있다. ‘자본주의 미소’는 긍정 또는 부정의 의미보다는 ‘자본주의’와 ‘미소’를 합한 단어로, 실제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지는 않더라도 경제활동(=돈을 벌기 위해)을 위해 미소를 짓는 것을 의미한다.

김민석 교수
김민석 더인디고 집필위원

‘자본주의’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돈, 물질만능주의, 기업 등의 단어가 생각난다. 이중 자본주의의 꽃인 기업은 우리에게 어떠한 이미지일까? 직장인들의 일상과 삶을 사실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평가받는 드라마 ‘미생’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2014년에 방영된 이 드라마는 새벽에 출근하고, 별이 떠 있는 밤에 퇴근하고, 회사 상사, 동료들과의 갈등과 지지를 통해 울고 웃는 재미에 감동도 있었다.

“오늘 하루도 견디느라 수고했어, 내일도 버티고, 모레도 견디고, 계속 계속 살아남으라고”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 중 하나였던 이 문장을 들으며 감정이입은 물론 표현하기 힘든 뭉클함과 힘듦, 그러면서도 오기가 생기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대사에서는 ‘자본주의’하면 떠오르는 기업을 견뎌야 하고 버텨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년에 개봉했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영화가 있다. 실무 능력은 뛰어나지만, 회사에서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입사 8년 차 동기인 말단 여직원들이 대리로 승진하기 위해 영어토익반에 모인다. 하지만 우연히 회사의 비리를 보게 되고 양심을 저버릴 수 없어 내부고발자가 되며, 회사의 나쁜 무리와 싸우는 스토리의 영화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출처 = 네이버 영화

당시 상대적 약자였던 여직원들이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끝나는 다소 뻔한 권선징악이라는 스토리로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현재 방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빈센조’는 어떤가? 어려서 해외로 입양된 빈센조(송중기 분)가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된 후, 한국에 돌아와 악당보다 더 악당 같은 회사인 바벨그룹과 맞서 싸우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TV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는 기업의 모습은 어떤 목적(주로 특정 대상의 이익)을 위해 환경과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환경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직원들의 권리나 안전을 도모하지 않고, 막말과 인격모독을 일삼는 상사들이 있는 곳. 그래서 가슴 한쪽에 사직서를 늘 품고 다니는 직장인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 실제로 기업은 이렇게 나쁜가? 온갖 드라마나 영화에 나쁜 이미지의 기업이 그려짐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업은, 기업에 일하는 사람들은 침묵할까? 사실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드라마니까 그렇지, 영화니까 그렇지”라고 한낱 소재거리로만 치부해서일까?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기업은 기업을 소유한 주주들의 도구일 뿐이다(밀턴 프리드먼)’
‘연금기금은 종업원들의 예금이다(피터 드러커)’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열렬한 옹호자였던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주주들이 기업을 소유한다는 것이 자명하고 당연하다고 하였고, 이 주장에 익숙해져 있는 수많은 사람은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고 단정하였다. 따라서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서 주주들에게 가치를 돌려주는 것이 지상최대의 미션이자 목표였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고 있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신자유학파의 영향을 받아 지난 1997년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고 ‘기업은 주주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 주장을 했던 미국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 Table, BRT)은 지난 2019년 8월 19일, 더 이상 기업의 존재이유가 주주가치 극대화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고객 가치 제공, 종업원 투자, 협력업체와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 지원, 장기적인 주주가치 창출, 이상 모두가 기업의 필수 목적’이라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즉 과거 주주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와 주주가 선정한 대표이사 및 이사회, 그리고 감사기구가 기업을 구성하는 주체였다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관점에서는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경영을 해야 하며, 더 이상 이익만이 아닌 사회적 가치 창출을 고려하여 기업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새로운 자본주의, 새로운 기업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지금까지 자본주의와 기업의 탐욕스러운 부분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경제적인 부분과 함께 사회적인, 환경적인 것들도 고려하며 기업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요즘과 같은 추세라면 더 이상 악덕기업, 부도덕한 기업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기업과 기업인의 추악한 모습이 더 이상 나의 이야기로 치환되는 것이 아니라, ‘예전엔 저랬지’라며 웃으며 이야기하는 시대가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견디고 버텨야 하는, 살아내야 하는 직장생활이 아니라 모 공공기관의 로비에 걸려있는 ‘웃으면서 출근한 길, 웃으면서 퇴근하자’ 라는 현수막의 내용이 모든 조직에 실현이 되는 날을 기다려 본다.

[더인디고 THEINDIGO]

앙자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경영학 박사), 대학에서 환경을, 대학원에서 마케팅과 CSR,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하고,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LG전자에서 일했다. 현재는 연구소와 대학교에서 ‘나은 삶을 함께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준법진흥원 원장으로 윤리경영, 준법, 컴플라이언스 등 ISO 인증 및 교육을 하고 있다. e-mail: lab.sustain@gmail.com / kazak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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