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사회복지 노동자가 일궈 낸 탈시설… 서울시, 자립지원· 고용 승계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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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사회복지 노동자 김치환 지부장(사진 오른쪽)이 서울시내 탈시설 지역과 임대주택 유형 등이 적힌 피켓과 함께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더인디고
▲도란도란 사회복지 노동자 김치환 지부장(사진 오른쪽)이 서울시내 탈시설 지역과 임대주택 유형 등이 적힌 피켓과 함께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더인디고
  • 사회복지 노동자에 의한 ‘탈시설’… 국내 첫 사례
  • 법인, ‘자립지원 위한 시설기능 전환’ 나 몰라라… 시설 폐쇄 신청
  • 이제는 서울시가 탈시설-자립생활 체계 구축 완성해야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하던 사회복지사에 의해 장애인이 모두 탈시설에 성공한 첫 사례가 나왔다.

그동안 장애인 단체들의 노력에 이어 지자체의 시설 폐쇄 결정에 따라 ‘탈시설-자립지원’이 진행된 적은 있지만, 해당 직원들이 주도한 경우는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탈시설 자체만으로는 1차 목표 달성에 불과하다. 거주인의 자립생활과 직원들의 고용 승계라는 두 과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지루한 공방이 예상된다. 탈시설 정책을 추진해 온 서울시는 도란도란을 나온 거주인들의 자립지원과 이를 주도한 종사자의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란도란과 해당 법인 대한성공회는 설립취지와 달리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사업전환 모색이나 직원 고용승계 등을 무시한 채 시설 폐쇄를 결정했다. 탈시설 장애인을 위해서는 돈 한푼 쓰지 않은 채 후원금은 법인으로, 법인 국고 보조금은 지자체에 반납하고 이달 30일, 최종 폐쇄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발바닥행동 등 4개 단체는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거주인 탈시설_자립생활 지원 체계 구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발바닥행동 등 4개 단체는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거주인 탈시설_자립생활 지원 체계 구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탈시설-자립을 추진한 사회복지 노동자들과 공공운수 사회복지노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개 단체는 18일 오전 11시 서울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탈시설-자립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도란도란 외부전경 ⓒ홈페이지
▲도란도란 외부전경 ⓒ홈페이지

서울 관악구 소재 도란도란은 학대피해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고자 2009년 12월에 설립된 발달장애인생활시설이다. 신안염전 강제노동 생존자 등 학대 피해 장애인들의 일시 거주 쉼터로 출발했다.

하지만 2016년 5월 입사 때부터 탈시설을 이끌어 낸 김치환·강자영 씨에 따르면 도란도란은 자신들이 알고 있었던 탈시설-자립지원을 위한 노력보다는 점차 다른 시설처럼 유지에만 초점을 맞춰 운영해 왔다. 설립 12년 동안 ‘지역사회로 나가기에는 준비가 안 됐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식으로 미루거나 자신들을 왕따와 징계, 직무배제 등으로 탈시설을 방해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7월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탈시설은 올해 3월 3일을 끝으로, 18명 모두 지역사회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했다.

각자 선택에 따라 거주지와 주거 형태를 정했지만, 임대주택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18~19년에는 강서구 LH영구임대아파트에 3명, ’20년 4월에는 서대문구 SH재개발임대주택에 1명, 그리고 관악구에는 SH 전세임대와 재개발임대, 그리고 LH 주거사다리사업을 통해 14명이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이들 모두 1인당 월 평균 240시간(복지부 120시간, 서울시 탈시설 장애인 120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 외에는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화재 등 안전 사고에 무방비 상태이다.

그나마 관악구에 거주하는 14명 중 10명은 충현복지관 지원주택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해당 지역 4명과 서대문, 강서구 등 나머지 8명에 대한 지원은 김치환, 강자영 씨의 몫이다. 이마저도 곧 시설이 완전 폐쇄되면 중단된다.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도란도란 거주인 탈시설을 주도한 사회복지 노동자 강자영(도란도란 자립생활지원팀장, 사진 왼쪽)씨와 김치환(공공운수 노조 사회복지지부 부지부장, 사진 오른쪽)씨가 서울시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도란도란 거주인 탈시설을 주도한 사회복지 노동자 강자영(도란도란 자립생활지원팀장, 사진 왼쪽)씨와 김치환(공공운수 노조 사회복지지부 부지부장, 사진 오른쪽)씨가 서울시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더인디고

도란도란 자립지원을 맡으며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부 부지부장을 겸하는 김치환 씨는 “서울시 담당 부서와 법인 주도로 탈시설을 완성해가고 있는 프리웰, 도란도란 두 기관의 관련 모델을 놓고 몇 차례 논의를 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며 “서울시가 행정 편의주의에 사로잡혀 미적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SH 공급형지원주택이니 비공급형주택(독자적으로 임대주택 선정) 식의 힘든 용어는 걷어치우고, 서울시가 탈시설-자립을 위한 공간만 내주면 주거코치(주거서비스 지원인력) 등을 받지 못하는 8명과 추후 나머지 10명을 포함해 자신과 강자영 자립지원팀장이 맡아 하면 간단한 일”이라며 “이유는 지금까지 시설 거주인(발달장애인)과의 오랜 신뢰와 소통, 또 그들의 특성과 욕구를 누구보다 자신들이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강자영 자립지원팀장도 “신안염전 학대피해자 분이 자신에게 했던 ‘소금은 햇볕이 만들어, 나는 그걸 주어 담을 뿐이고’라는 말이 늘 잊혀지지 않는다”며 “도란도란에서 만났던 당사자분들은 고된 삶을 살아내다가 잠시 쉼표를 찍고,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위해 거주하게 된 분들”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탈시설은 빨래를 할 줄 알고, 밥을 지을 줄 알고, 조용해야 나가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어떤 능력을 다 채우고서야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부족함을 채워줄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이자 도란도란의 존재 이유였다”며 “이를 위해 지역 내 관악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간은행, IL센터 등 자원을 발굴해 연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시설은 당사자의 의지와 함께 주변 환경 구축이 중요한데, 법인은 이런 환경을 만들어주기는커녕 자신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공격했다”며 “도란도란의 사업 방향에 맞게 1차 목표, ‘탈시설’을 달성했으니,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탈시설 당사자 지원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서울시가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18일 기자회견 주최측이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사업전환을 위한 위원회 구성과 사업전환으로 탈시설 당사자를 지원하고 노동자 고용을 보장하라'는 피켓을 준비했다
▲18일 기자회견 주최 측이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사업전환을 위한 위원회 구성과 사업전환으로 탈시설 당사자를 지원하고 노동자 고용을 보장하라’는 피켓을 준비했다 /ⓒ더인디고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주최 측은 서울시와 면담을 갖고자 했으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빠른 시일에 서울시와 탈시설 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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