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장애인 공약평가, 서울시는 ‘이동권·접근권’ 개선 중심, 부산시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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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공약, 이동권·접근권 치중… 내용 단조로워
▪ 부산시, 개선할 점 많지만 관심 기울이지 않은 듯

이제 4·7 재·보궐선거가 3일 남았다. 서울시, 부산시 등 우리나라 가장 큰 도시의 광역단체장을 선출하는 보궐선거인 만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들의 정치적 공세가 치열한 선거다. 특히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여서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의미까지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도 여야 공히 사활을 건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서울시와 부산시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성폭력 사건으로 낙마하면서 치러지는 선거여서 정책적 이슈보다는 각 후보들의 도덕성 여부가 당락의 결정 요인으로 작용할 듯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LH사태와 김상조 전 대통령 정책실장과 조응천, 박주민 의원 등이 임대료를 5%로 제한하는 임대차 3법 통과 바로 전에 전셋값과 임대료를 제한 비율보다 높게 올리는 등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었고,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후보 당사자인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값 셀프 보상으로 여전히 논란이다.

더인디고는 재·보궐선거를 맞아 서울시와 부산시 등 주요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내건 장애인 정책 관련한 공약을 알리고 비교·분석하기로 했다.

평가 방식은 SMART 지표를 근거로 했다. SMART 지표는 ① 구체성(Specific: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는가 ② 측정 가능성(Measurable: 수치나 비율 등 신뢰할 만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가) ③ 달성 가능성(Achievable: 현행 법·제도와 부합하며, 지역 자원 활용 및 현재 여건으로 달성할 수 있는가) ④ 적절성(Relevant: 지역의 중요 문제이며 공약 간 상충되지 않고 투입된 예산에 비해 더 큰 이익이 있는가) ⑤ 시간적 계획성(Timed : 임기 내 완료할 수 있는 추진 계획이 있는가)등을 근거로 0-5점까지 점수를 매겨 후보자들의 능력과 공약의 진실성을 평가하는 방식(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06)이다.

또한 공약의 주요 내용은 두 정당의 홈페이지와 관련 SNS 정보 및 한국매니패스토실천본부에서 공개한 자료를 참조하였으며, 공약 비교 대상 후보는 서울시와 부산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 중 지지율 1위와 2위로 한정했다.

❚ 서울특별시: 박영선(더불어민주당) vs 오세훈(국민의힘)

① 박영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장애인정책공약 카드뉴스 @최혜영 의원 패이스북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모두 5개의 주요 아젠다를 중심으로 해서 세부 실천공약 17개를 발표(합니다 박영선 https://online.fliphtml5.com/prdle/erhs/#p=2 참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장애인정책공약 카드뉴스 더인디고 재구성

장애여성 지원 공약 돋보이지만, 탈시설은 내용 없어

박영선 후보는 장애인 정책 공약의 캐치프레이즈로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도시 서울’로 설정해 서울시 장애인의 이동권 및 접근권 중심 공약화에 중점을 두었다.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조성 기본 조례 개정을 통해 장애인의 접근권을 법/제도로 규정하겠다고 했으나, 그 대상이 서울시 운영 시설이나 기관으로 한정한 점은 아쉽다.

또한 2025년까지 서울시내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교체하고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 설치도 공약하였지만, 임기가 1년이어서 그 가능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건강권 공약은 건강주치의제도 운영과 서울시가 운영하는 의료기관 13개 모두를 장애친화 건강검진 기관으로 지정하고 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고 공약하였지만, 장애인건강권법 사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할 듯하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긴급돌봄서비스는 현재 시행 중에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코호트 격리 대신 분산 지원은 이미 보건복지부가 약속한 내용이며, 거주시설 장애인 외출, 외박 시 정부와 상의하겠다는 공약은 거주시설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반하는 내용이어서 의아하다.

박영선 후보의 공약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장애여성 권리보장이다. 장애여성의 인권실태조사를 통한 학대 당하는 장애여성에게 상담과 쉼터를 지원하고, 교육지원사업 운영과 장애여성지원을 위한 기관의 설립은 매우 의미있는 공약이다. 다만, 성별영향평가를 장애인정책에만 한정하지 않고 여성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서울시 장애여성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적절해 보인다. ‘거주시설 장애인의 탈시설 지원’은 기존에 서울시 탈시설 지원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의미인 듯하다.

② 오세훈 후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장애인정책공약 카드뉴스 @이종성 의원 패이스북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도 모두 5개의 주요 아젠다를 중심으로 해서 세부 실천공약 11개를 발표(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 페이스북 참조)했다.

국민의 서울시장 장애인정책공약 카드뉴스 더인디고 재구성

이동권 공약으로 치중했지만, 장애인 고용 확대는 필요

오세훈 후보는 장애인 정책 공약의 캐치프레이즈로 ‘첫날부터 능숙하게 장애인이 행복한 서울’로 설정해 이미 서울시정을 맡았던 경험을 통해 장애인 정책을 꾸려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 후보는 이동권 공약으로 서울시 보도 개선을 위해 장애인 보행 환경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버스요금 무료화, 장애인 차량 LPG 소비세 감면, 저상버스 도입, 장애인콜택시 증차 등을 공약하였다. 보도 개선을 위해서는 휠체어나 목발 등 보조기기 사용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과 함께 시각장애인 점자유도블럭 등 장애 유형의 고려가 필요하다. 모니터링단 운영은 당사자 참여가 보장된다면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겠지만 자칫 저임금의 단기 일자리만 양산될 우려도 있다. 장애인 차량 LPG 소비세 감면은 장애인 자동차 연료 분포(휘발유 36.2%, 경유 29.1%, LPG 34.7%_2017년 장애인실태조사)를 볼 때 점점 LPG연료의 이용 빈도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고개가 갸웃해진다. 장애인 전동보장구 충전소 확대 및 수리비 지원, 수도요금 감면 등은 서울에 사는 많은 장애인이 대상이며 당사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정책이어서 의미있다. 오후보는 그러나 출마 초기 강서 어울림플라자 문제로 ‘차별을 공약한다’는 빈축을 샀고, 한 장애인단체의 공약요구 문서를 사진만 찍고 되돌려 주기도 했다. 장애인 정책자문위원회를 두어 서울시 장애인 정책을 포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건강권의 경우 발달지연 아동의 조기 진단 지원을 공약하고 있는데, 현재 지적·자폐성장애인은 만 2세 이상부터, 척수·뇌병변장애인은 만 1세 이상부터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며, 장애인으로 등록돼야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연령과 관계없이 발달장애 진단과 동시에 치료와 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건지 분명하지 않다.

장애인단체들이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선언 하고 있다.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지지선언, 국민의힘 지지선언 @ 최혜영, 이종성 의원 패이스북

❚ 부산광역시: 김영춘(더불어민주당) vs 박형준(국민의힘)

부산시는 2020년 12월 기준으로 176,293명의 등록장애인이 살고 있다. 경기도, 서울시에 이어 세 번째로 장애인이 많이 살고 있다. 그럼에도 두 후보의 장애인 관련 공약은 미흡하기 짝이 없고 찾기조차 어렵다. 각 후보의 공약 등을 볼 수 있는 홈페이지도 찾을 수 없었으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특정 후보의 재산 축적에 관한 내용만 난무한 실정이다. 결국 언론의 기사 검색을 통해 확인한 두 후보의 장애인 정책 공약 만을 검토했다.

장애인 일자리는 반드시 필요한 공약

김영춘 후보는 모두 네 가지의 공약을 발표한 듯하다. 김 후보 역시 저상버스 보급과 부산시 교통약자 콜택시인 ‘두리발’ 200대 증차를 임기 내 하겠다고 공약했다. 두리발은 현재 1,070대를 3교대로 운영 중에 있으며 대기 시간은 평균 40분 이상 대기해야 해서 200대 증차는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 듯하다. 또한 장애인 일자리 3,000개 창출은 부산시가 현재 장애인 고용률 23.3%로 전국 최하위인 상황에서의 공약이다. 부산시는 총 24개 공공기관 중 절반이 넘는 13곳이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벡스코와 부산문화재단,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은 단 한 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았다. 특히 오 후보의 공약 중 눈길을 끈 것은 장애인 인권센터 운영이다. 센터의 목적이나 운영방식 등은 분명치 않으나 장애인의 인권증진을 위한 유일한 공약이어서 주목된다.

② 박형준

장애인 의료시설 확충만?

박형준 후보는 장애인 전용 의료시설 확충 만을 공약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장애인 전용 의료시설 확충을 위해 공공병원의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의료시설 확충과 지역 장애인보건으료센터 확대 운영을 하겠다고 했다. 아쉽게도 부산시가 운영하는 실질적인 공공병원은 특수병상을 제외하면 장애인 등 시민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종합 공공병원은 부산의료원과 부산대병원 단 두 곳에 불과하다는 점이 공교롭게도 장애인의 의료접근성 개선을 임기 내 충분히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될 지도 모르겠다. 부산시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지난해 11월 동아대병원 내에 개소했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장애인건강권법에 의해 전국 17개 시도에 법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의료센터이다. 이미 장애인건강권법에 규정되어 있는 의료센터의 확대 공약이 무엇을 확대하겠다는 건지 모호하기만 하다.

❚ 임기 1년? 로드맵과 예산 없는 공약! 장애인 유권자의 몫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영선, 오세훈 두 후보의 장애인 정책 공약은 다른 선거에 비해 정량적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내용 또한 매우 단조롭다. 특히 이동권 및 접근권 등 특정한 정책에 치우쳐 있어 전 시장의 사업을 이름만 바꿔서 공약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또한 김영춘, 박형준 후보의 부산시 장애인 정책 공약은 찾기에도 힘들 정도였는데 박형준 후보가 내건 장애인 전용 의료시설 확충 공약은 기왕에 보건복지부가 해왔던 사업에 덧댄 수준이어서 민망할 지경이다.
서울시장 두 후보는 ‘장애인 이동권 및 접근성 개선’을 주요한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영선 후보는 서울을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공공건물 등에 장애인의 접근성을 개선하겠다고 했고,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 보도 개선을 통해 장애인의 보행 환경 개선을 공약했다. 두 공약 모두 서울시 장애인의 이동권 개선에는 크게 이바지할 듯하다. 그러나 두 공약 모두 구체적이고 세부적 정책 로드맵은 아직 없다. 예산 추계도 찾아볼 수 없다.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마련하고 사업을 시행하기에는 남은 임기 1년은 지나치게 짧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 아젠다는 장애인당사자가 우리 사회의 한 사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제도들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행을 위한 방안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단순히 복지서비스의 양을 늘리고 서비스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법/제도의 개선을 통한 복지시스템의 구축, 그리고 정책 이행에 필요한 예산 확보 방안 등 포괄적인 이행 로드맵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공약이 필요하다. 이제 장애인당사자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할 때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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