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시행 13년] 비대면 시대, 키오스크↑· 일상생활 장애인차별↑… 집단소송제 도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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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3주년을 맞아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와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공동주최한 ‘코로나19 비대면 시대, 무인서비스 접근권 증진 촉구 기자회견’에 앞서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롯데리아가 쓰여진 풍선을 터뜨리고 있다. 풍선이 달린 피켓에는 ‘키오스크는 우리의 장벽’이라고 적혀있다. / 사진제공 = 대구상담전화네트워크
▲지난 9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3주년을 맞아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와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공동주최한 ‘코로나19 비대면 시대, 무인서비스 접근권 증진 촉구 기자회견’에 앞서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롯데리아가 쓰여진 풍선을 터뜨리고 있다. 풍선이 달린 피켓에는 ‘키오스크는 우리의 장벽’이라고 적혀있다. / 사진제공 = 대구상담전화네트워크

  • 코로나19 속 카페·패스트푸드점 무인화 확산… 디지털 빈곤 심각
  • 맥도날드, 스타벅스, 롯데리아 등 접근성 ‘무책임’… 대구 인권단체 인권위 진정
  • 무인단말기, 소프트웨어의 장애인 접근성 포함 장차법 개정 시급

[더인디고 조성민]

▲ 이민호 활동가/사진=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
▲ 이민호 활동가/사진=대구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

“4억7100만km 떨어진 화성에 무인 탐사로봇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를 발사하는 시대에 무인단말기(키오스크) 접근권 보장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다.”
적어도 굴지의 대기업이라면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이민호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대구상담전화네트워크) 활동가의 일침이다.

그는 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3년이나 되었지만, 지역 사회의 장애인 차별은 여전하다”며 “특히, 지역사회 시민 누구나 즐겨 찾는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는 국내외 민간 기업은 이익만 생각했지,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을 위해서는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장차법 시행 13주년, 주택·도서관식당 등 생활영역 차별 여전

오늘 4월 11일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목적으로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3주년을 맞는 날이다.

대구상담전화네트워크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구경북지역본부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려는 장애인을 고려한 주택 개조를 거부하고 있다. 대구통합도서관은 ‘무인도서 예약 대출 반납기’가 있는 곳이 3곳, ‘스마트 도서관’이 7곳이다. 하지만 장애인은 이용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화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키오스크(KIOSK)와 비대면 단말기 등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무인·자동화 시스템은 은행 ATM이나 탑승권, 서류 발급 등에서 주로 사용돼왔지만, 최근엔 음식점과 편의점, 카페 등 다양한 형태의 매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은 2006년 600억 원이었다. 이후 2013년 1천800억 원, 2017년 2천500억 원으로 연평균 약 13.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키오스크 시장은 물론이다.

하지만 장애인은 누구나 쉽게 넘나드는 주거공간과 도서관은 물론 식당과 카페 등에서의 주문 결제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의 차별과 배제는 여전하다. 키오스크 시장의 빠른 성장에 비해 장애인과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휠체어 사용자와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 10대 중 2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장애인·노인 등 정보 취약계층의 접근성 보장에 관한 ‘2019 무인정보단말기 정보접근성 현황조사’ 결과 접근성 수준은 평균 59.82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도권의 키오스크 800대만 조사한 결과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설치 장소별로 보면, 음식점·카페·패스트푸드 가게에 설치된 무인정보단말기는 50.5점, 대학은 51.1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외에도 영화관·공항·터미널·종합병원 등 무인정보단말기가 설치된 대부분 장소에서 접근성 수준이 60점을 넘지 못했다.

2019 무인정보단말(키오스크) 정보접근성 현황/ 출처 =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승래 의원실 재구성
2019 무인정보단말(키오스크) 정보접근성 현황/ 출처 =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승래 의원실 재구성

*본지 기사 ‘정부, 장애인과 노인 위한 키오스크 개선 외면… 예산 0.06%‘ 참조(‘20.10.19)

이용자별로 보면 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조작이 가능한 위치에 작동부가 위치한 키오스크 비율은 25.6%, 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화면이 위치한 키오스크 비율은 36.4%에 불과했다. 시각장애인이 인식할 수 있게 시각정보를 음성정보와 함께 제공하는 키오스크 비율은 27.8%에 그쳤다. 휠체어 사용자나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는 10대 중 단 2대 정도다.

디지털 빈곤은 장애인만의 문제 아냐… “키오스크 앞에서 20분 헤맨 엄마, 결국 우셨다

작년 9월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키오스크 사용 관찰 조사’에서는 버스터미널 키오스크 이용 과정에서 70세 이상 노인 5명 중 3명이 표를 사지 못했고,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이용에서는 5명 모두 주문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낯선 용어 ▲어려운 조작방식 ▲심리적 부담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도 마찬가지다.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음식을 고르고 있다.
▲서울 00마트에 설치된 키오스크 앞에서 한 여성이 음식을 고르고 있다./사진=더인디고

한편, 지난 3월에는 한 네티즌이 ‘키오스크 앞에서 20분을 헤맨 엄마’와 관련된 글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네티즌은 트위터에 “엄마가 집 앞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려다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 20분 동안 헤매셨다. 그냥 집에 돌아온 엄마는 통화 중 ‘화가 난다. 엄마 이제 끝났다’며 우셨다”는 글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키오스크 도입보다 더 큰 문제는 키오스크를 설계할 때 사용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주문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면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키오스크는 비단 장애인과 노인 등 정보취약계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메뉴 선택’에서부터 ‘복잡한 단계’, ‘뒷사람 눈치’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디지털 빈곤’ 혹은 ‘소외감’은 마치 경제적 가난처럼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 대구 스타벅스, 맥도날드, 롯데리아 상대로 “인권위에 차별 진정이라도 해야”

집 문을 열고 나오면 곳곳에서 키오스크가 설치된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을 만난다. 문제는 한 네티즌의 말처럼 키오스크를 설계할 때 장애인, 노인 등 사용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 체인망을 가진 글로벌기업조차 ‘모두를 위한 접근성’은 전혀 없다.

대구에 사는 청각장애인 장세일 씨는 “바쁠 때는 스타벅스 DT(드라이브 스루) 점에 들르곤 한다. 하지만 모든 주문이 음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때마다 카메라 앞에서 ‘청각장애인입니다’라고 한 뒤, 곧장 음료를 받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종이에 써서 주문하면 직원은 늘 음성으로 응대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는 청각장애인을 많이 고용하는 기업으로 알려졌는데, 청각장애인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는 형편없다”며 “예전부터 이를 지적하고, 차별 진정도 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9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3주년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비대면 시대, 무인서비스 접근권 증진 촉구 기자회견’ 도 청각장애인 장세일(사진 왼쪽)씨와 김운용(사진 오른쪽)씨가 자신들이 겪은 차별사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더인디고
▲지난 9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3주년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청각장애인 장세일(사진 왼쪽)씨와 김운용(사진 오른쪽)씨가 자신들이 스타벅스와 롯데리아에서 겪은 차별사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 = 대구상담전화네트워크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김운용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할 때 출입문 구조도 불편하고,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손이 잘 닿지도 않고, 또 손이 불편해 조작하기도 어렵다. 설령 간신히 주문에 성공해도 그걸 받아서 제 자리로 다시 가져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이민호 활동가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장차법 시행 13주년을 맞아 대구 시민사회단체들과 지역사회에 만연한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에서의 차별, 특히 시설물과 정보 접근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하지 않는 LH 대구경북지역본부 등 공공기관뿐 아니라 스타벅스,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민간기업의 차별 사례를 조사했다”면서 “총 31건을 인권위에 진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3주년을 맞아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와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코로나19 비대면 시대, 무인서비스 접근권 증진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구상담전화네트워크
▲지난 9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3주년을 맞아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와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코로나19 비대면 시대, 무인서비스 접근권 증진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사진제공 = 대구상담전화네트워크

통화 중 이민호 활동가에게 지난 3월, 온라인 쇼핑몰이 1심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고 항소한 사건을 꺼내 들었다.

963명의 시각장애인이 롯데쇼핑과 이마트, G마켓을 상대로 ‘정보이용 차별 피해자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이마트가 지난달 3월 4일 항소를 제기한 데 이어 8일에는 이베이코리아도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에 항소장을 제출한 사건이다.

‘인권위 진정만으로 민간 기업은 쉽게 승복하지는 않겠죠?’라는 질문에, 이민호 활동가는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기업 등의 차별 사례를 널리 알리고, 인권위 진정하는 것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은가”라며 반문했다.

이어 “인권위의 시정 권고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해당 지점들과 협의도 하고, 때로는 압박이라도 해야 그나마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뿐 아니라 차별 등에 대한 ‘집단소송제도’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인권위 권고와 법원 판결 무시하는 기업들… 21대 국회,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과 집단소송제 도입 나서야!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당시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3항을 신설, ‘무인단말기를 설치, 운영 시 장애인이 쉽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 제공 등’을 골자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작년 8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웹사이트뿐 아니라 ‘무인정보단말기와 모바일 응용 소프트웨어 등에 대해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명시한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부는 이미 ‘국가정보화기본법’을 개정, 작년 6월부터는 국가기관 등은 장애인·고령자 등이 웹사이트와 이동통신 단말장치에 설치되는 응용 소프트웨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도 아니다.

이에 대해 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뿐 아니라 장애인 차별에 있어서 집단소송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 민사소송을 하면 기업은 그 소송 제기 당사자만 해결하면 끝이다. 하지만 미국 ADA(장애인차별금지법)처럼 포괄적 책임을 묻게 해야 한다”면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장애인 권리보장법 등에 집단소송제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집단소송제는 특정 피해자가 승소하면 나머지 피해자도 별도의 판결 없이 모두 배상받는 제도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면시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2005년 증권 분야에 한정돼 도입됐다.

집단소송법 제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또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다.

작년 9월 법무부가 집단소송법 제정을 입법 예고했고,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20대 국회에서는 여야의원 일부가 발의했던 만큼 이번 21대 국회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과 집단소송법이 제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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