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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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가 두 손으로 책을 들고 읽다가 그 너머로 누군가를 응시하고 있다. ⓒunsplash
어린 아이가 두 손으로 책을 들고 읽다가 그 너머로 누군가를 응시하고 있다. ⓒunsplash

[더인디고= 안승준 집필위원]

아는 것이 독이다.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요즘 어린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많으면서 바람직한 어른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한다.
‘멋진 어른과 부담스러운 꼰대의 경계는 어디인가?’
‘나는 그 경계 어디쯤에 있는가?’

아직 몸도 마음도 뼛속까지 청년이라고 나 스스로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갖고 살지만 현실 속 후배나 제자들을 만나면서 그 생각은 착각일 수 있겠다는 또 다른 인지를 경험한다.

세대의 차이는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다름을 만들어 낸다. 또래가 함께 경험하고 만들어낸 문화는 그들과 다른 시간을 살아온 세대가 100% 공감하기 어려운 또 다른 공감대를 창조한다. 내가 확신을 가지고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도 그들에겐 동의할 수 없는 것이 될 수 있고 내가 인정하기 힘들거나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들에겐 자연스럽고 당연한 문화가 되기도 한다.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 사용하는 어휘마저도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다른 세대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인간은 경험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한다. 직접 하기 힘든 경험은 책을 통해서라도 간접적으로 얻으라고 말한다. 그 때문에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대체로 지적 수준이 높거나 높은 문화 수준을 갖는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라도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고 수만 권의 책을 읽은 사람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만약 현시점에서 진리에 통달했다 하더라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가치에 의해 다시금 완벽함에서 점차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작은 경험 속에서 과도한 확신을 갖거나 많지 않은 독서를 통해 지적 오만함을 갖는다. 5살 꼬마가 몇 살 차이 안 나는 동생 앞에서 세상 모든 것을 아는 듯 우쭐대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작은 세상이 나보다 어린 세대 앞에서 모든 것인 냥 으스댄다.
‘해봐서 아는데’ ‘살아봐서 아는데’는 대체로 맞을 수 있지만 언제나 옳을 수는 없다. 어설프게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못한 것은 지나친 자신감이 다름을 수용하지 못하는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지나온 과거 시간이 미래 세대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책 속의 진리 또한 그렇다. 우리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전의 경험과 책 속의 내용을 참고할 뿐이다.

어느 원시 부족의 사람들이 두 갈래의 길 앞에서 호랑이를 만나지 않는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고 생각해 보자! 두 갈래의 길 중 한 곳에는 호랑이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어떤 용감한 사람이 왼쪽 길을 다녀와서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왼쪽 길에는 호랑이가 없습니다. 모두 그쪽으로 움직이면 안전합니다”

처음 몇 번은 그의 말은 옳은 주장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먹이를 먹지 못한 호랑이가 위치를 바꾸게 되면 그의 주장은 틀린 것이 된다. 몇몇 다른 이는 그의 단순한 주장보다 좀 더 진화하여 호랑이를 피하는 방법을 말하고, 그 또한 당분간 설득력을 가지겠지만 그마저도 호랑이의 작은 움직임에 따라 정확히 반대의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때로는 아무 경험도 없는 어린아이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고 적당한 경험이 있는 젊은이가 맞을 수도 있다.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고 호랑이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도 없기 때문이다.

내 말도 다른 어른들의 말도 그렇다. 우리는 열심히 경험하고 또 많은 책을 읽을 필요가 있지만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 내가 모르는 것은 아는 것보다 언제나 많다. 수많은 곳을 여행해 보니 어디 어디가 최고더라고 말하지만 내가 못 가본 더 좋은 곳을 일상으로 여기며 사는 어린아이도 있다.

세상 최고의 음식은 이거야라고 말하지만 먹어본 것보다 먹어보지 못한 것이 더 많다. 많이 알고 있다는 것,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 조금 더 오래 살았다는 것은 대체로 더 옳을 수 있지만 때때로 완벽히 틀리는 무모함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고집스러운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언제나 귀를 열어야 한다. 알고 있는 지식 앞에 겸손해야 한다.

다른 세대와 함께할 수 있으려면 내 입을 열기 전에 그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는 것은 힘이지만 때론 독이 될 수 있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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