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단속 중 추락한 이주여성을 병원 다인실서 조사한 경찰,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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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더인디고
  • 인권위 “인신매매 피해부터 살폈어야”
  • 경찰청장에게, 매뉴얼 마련 등 재발방지대책 권고

경찰이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추락 사고로 입원한 이주여성을 인신매매 피해자인지 여부를 먼저 가리지도 않는 데다 다인실 병원에서 무리하게 조사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사고 당일 다인실 병실에서 피해자(이주여성)을 신문하고, 또 당시 신뢰 관계인 동석과 영사기관원의 접견·교통에 대한 권리고지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경찰관의 행위는 ‘헌법’ 제10조, 제12조 및 제17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인격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아울러 해당 조사과정에서 인신매매 피해 정황이 있었음에도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식별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 2018년 8월 한국에 처음 입국해 90일 단기 체류 자격이 만료된 미등록 이주여성이다. 태국 국적 에이전시로부터 허의 근로 정보를 받고 처음에는 마사지 업소에서 2주간 일을 했지만, 소개 비용과 태국에 있는 가족에 송금 문제, 그리고 여권까지 빼앗김에 따라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됐다는 사실이 확인 됐다.

사건은 지난해 2월 자정 경 불법 성매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해당 장소로 출동했고, 당시 내부에 있던 피해 여성은 4층 높이 창문에서 뛰어내려 온몸에 골절상을 입는 등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 돼 입원치료를 받게됐지만 경찰은 당일 오전 여러 명이 입원한 다인실에서 ‘미등록 체류 및 성매매 협의’로 1시간 이상 피의자 신문을 진행했다.

이에 이주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진정인들은 “부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어떠한 고려도 없이 조사를 강행하였으며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조치도 없었다”는 취지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하지만 경찰은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조사 중에 인신매매 피해자임을 주장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이주여성인 피해자가 당시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인신매매에 따른 성 착취 피해에 쉽게 노출될 위험이 높은 집단에 속하였으므로, 피해자의 혐의에 대한 조사를 강행하기 이전에, 우리나라가 2015년 5월 29일에 비준한 ‘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따라 인신매매 피해자 여부에 대한 식별조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이 다인실 등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의 성매매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은 피해자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인권침해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한국 내 사회적 지지기반이 미약하고, 사법제도에 접근성이 낮은 이주여성을 조사함에 있어서, 신뢰관계인 동석 조치를 하지 않은 점과, 관계 규정에 따라 영사기관원과의 접견·교통을 할 수 있음을 고지하여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식별절차·방식 및 보호조치 등 관련 규정 및 매뉴얼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일선 경찰관서에 전파교육을 실시할 것과 ▲이주 여성 등 한국 내 사회적 지지기반 등이 취약한 계층에 대한 수사를 실시함에 있어 신뢰관계인의 동석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관기관 및 단체와 연계하여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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