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의 창문너머] 선거 공약이 재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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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평가와 장애인 기본권 강화를 위한 개헌 간담회 사진/ⓒ이문희 편집위원
  • 장애인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헌법
  • 독일 헌법은 장애인차별 및 국가의무를 독립적 조항으로 명시
이문희 더인디고 편집위원

[더인디고=이문희 편집위원] 선거 때만 되면 각 당에서는 모든 유권자가 혹할만한 공약을 발표한다.

비례대표용 정당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도 각 당은 각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각 당의 장애인분야의 공약들을 보면 그리 낯설지 않다. 한마디로 재탕이 판을 친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처럼 지난 총선, 대선, 지방선거 때 등장한 공약들을 슬쩍 포장지만 바꿔 놓은 공약들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가? 종류만 많고 소위 ‘약발’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관련 법률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니 장애인의 삶이 나아지질 않고 이로 인한 재탕 공약 발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보이기도 하지만, 재탕 공약을 통해 근본적으로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법률적 기반이 약하다는 점이다.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헌법이다. 그렇다면 이 헌법이 장애인들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 때만 되면 무수한 공약이 쏟아지고 재탕 공약이 발표되는 것은 아닐까?

헌법은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고 최소한의 사회경제적 동질성을 보장함으로써 사회통합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애인은 사회 경제적, 문화적 분야에서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인식하고, 그 권리를 관철해야 한다. 그러나 여러 통계에서 나타났듯이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서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장애인단체가 자기결정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장애인 정책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어느 정도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계층은 여전히 정치적 중심에 있지 않고, 사회적 영향력이 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장애인과 관련된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더라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데 예산 문제 운운하며 사각지대 문제를 늘 발생시키고 있다. 심각한 수준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야 땜방 처리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헌법 조항의 대표적인 문제로 헌법의 비체계성과 소극성, 그리고 장애인 차별을 들 수 있다. 현행 헌법 제34조 제5항에는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신체장애자’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용어인데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장애개념이 확대되면서 정신장애인, 발달장애인 등이 새로운 장애유형으로 포함되고 있지만 우리 헌법은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한계를 나타내고 있어서 비체계적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현행 헌법이 소극적이란 이유는 최저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 과제 속에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포함하고 있지만 헌법은 일부 장애인만을 명시하여 그 범위를 매우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모든 장애인이 아닌 ‘장애를 이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만을 보호의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러한 비례원칙심사로 인해 장애인관련 법률의 대상자들을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제한하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헌법 제34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조항과 배치될 수 있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생활능력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에게도 보장되어야 하는 국가의 과제이고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도 분명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 제11조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은 장애로 인한 차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 가운데에서도 가장 약자이기에 이에 대한 분명한 명시가 필요하다. ‘장애’는 인간이면 누구나가 한 번은 겪어야 할 ‘보편적 현상’이기 때문에 독일 헌법의 사례와 같이 장애인 차별금지 조항과 이에 대한 국가적 대응 의무를 독자적인 조항으로 삽입할 필요가 있고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21대 국회에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헌법 개정은 국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헌법 개정을 통해 장애인의 기본권이 구체적으로 보장되는 의정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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