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③] 21대 국회의선거 코앞… 장애계 썰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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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련 회원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장총련, “상대 향해 전동휠체어 돌진은 폭력이자 민주의의 훼손”
  • 전장련, “폭력 있었다면 고발하면 될 일…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꼴
  • 자칭 좌파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나경원 후보 지지선언

선거 때마다 중앙 조직뿐 아니라 지역 장애인단체 및 조직을 이끄는 대표들도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해 오곤 했다. 각 당의 비례대표 후보 선정이나 인재 영입인사를 발표할 때면 장애계는 늘 논란에 휩싸이거나 뒷말이 무성했다.

그래서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장애 단체들이 ‘2012장애인총선연대’를 구성, 자체 경선을 통해 각 정당에 장애계 인사를 비례대표로 추천하기로 했다. 예상을 깨고 당시 김정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와 최동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상임대표는 각 당을 개인적으로 접촉했다. 그 결과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장애계 내 불신과 반목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후에도 조직 정체성이나 개인의 이념을 떠나 제도권 정치에 입문하려는 발길이 멈추지 않으면서, 20대 총선에서는 오히려 각 정당이 장애계와 선을 그었다.

그리고 다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이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각 정당마다 다시 장애인 당사자를 영입,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했다. 거대 여야 정당을 비롯한 일부 정당은 당선 안정권에 비례대표를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정당과 장애단체들은 정책협약식을 맺거나 지지 후보 또는 정당을 밝혀왔다. 지금까지는 장애단체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이 펼쳐온 정치활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4.15 총선이 불과 3일 남은 오늘 12일, 장애계도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섰다. 단체마다 지지정당과 정치적 이념은 달랐어도 선거 과정에서 장애계간 비판과 그에 앞서 대표의 단독 행동으로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는 극히 드문 일이 벌어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를 비롯한 9개 단체는 “지난 10일 전국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전장련) 회원이 유세 중이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행해 전동휠체어를 몰아 돌진한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폭력이다.”며 “이번 사태를 자행한 활동가가 소속되어 있는 장애인단체는 그동안 극단적이고 반사회적인 활동을 해왔기에, 후보를 향한 폭력이 복지활동이 아닌 의도적 정치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전장련 박경석 공동대표는 통화에서 “폭력은 없었다.”고 장총련의 주장을 일축했다. ‘장애인 비하발언이 어느 한 정당과 정치에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는 “장애인 비하발언을 한 정치인 중 이번 총선에 나선 후보자들에 대한 낙선 운동에 가깝다,”며 다시 한 번 취지를 언급했다. 이어 박 대표는 “폭력이 있었다면 고발하면 될 일”이라며, “장총련 성명서는 막말 도배에 불과하다. 폭력배에게는 폭력만 보이는 모양이다.”며 곧 반박 성명서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게다가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이 서울 동작구을 국회의원 후보에 나선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일자 윤종술 회장은 “부모연대는 더불어민주당의 장애인 부모 후보와 정의당 비례대표는 공개지지 했지만 나경원 후보를 지지 하지 않았다.”며 “대표로서의 예의와 장애인 부모로서 한 일이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해명이 오히려 비판을 더 키우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한 장애인 활동가는 “장애인 단체나 개인이 어느 정당과 후보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면서도 그러나 “꼭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조직이 한 개인의 사유물은 아닌지, 어떠한 사안을 결정할 때 사전 회원들과 충분한 합의가 있었는지, 내부 규정에 정치활동 과정이 명문화 되었는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장애인단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 하거나 정치적 야망에 사로잡혀 자신들의 역할을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기사를 작성하던 중 전장련 측의 성명서가 도착했다. 더인디고는 주말 사이에 벌어진 논란에 대해 양측의 성명문을 입수 순서대로 게재키로 했다.

  •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성명서(4.12)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장애인단체 회원의 폭력적 행태! 우리 장애계가 앞장서서 지탄한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선거구에서 장애인단체회원이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를 향해 전동휠체어를 타고 돌진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육중한 기계장비인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사람을 공격한 것은 분명 악질적 폭력사건이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속단체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상대정당의 후보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으로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차대한 공격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서 반민주적 행태를 자행한 것을 두고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우리국민 모두는 분개하고 있다.

국민이 힘을 모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민주주의국가를 폭력으로 훼손시킨 불법 폭력 장애인단체와 회원은 전 국민을 상대로 석고대죄 하는 자세로 사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건전하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장애인 활동을 하고 있는 대다수 장애인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모든 장애인 동지들에게도 진정어린 사과가 필요하다. 전동휠체어는 중증 장애인의 불편한 신체를 대신해 손과 발이 되어 행복한 삶을 바라는 염원으로 국민이 세금으로 마련해 준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가치의 전동휠체어로 폭력을 행사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은 더 이상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무리로 규정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자행한 활동가가 소속되어 있는 장애인단체는 그동안 극단적이고 반사회적인 활동으로 동료장애인들도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평일 퇴근시간대에 서울 도심의 양방향 도로를 점거하여 시민에게 큰 불편을 주는가 하면, 투쟁방법으로 공공시설을 훼손하는 등 장애인의 이미지에 먹칠을 해 온 전력이 허다하다. 그때마다 반성은커녕 폭력적 행태로 인한 비판적 관심을 오히려 투쟁의 동력으로 삼아 과격성을 이어갔다. 이제는 정치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까지 행사하는 반민주적 범죄 집단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특정정당 대표가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매도했음에도 형식적 대응에 그쳤다. 하지만 장애인을 지칭하지도 않은 다른 정당 대표의 발언에는 한없이 말꼬투리 잡아 폭력까지 행사했다. 이는 자유당 시절의 정치깡패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인가.

정부가 펼치고 있는 장애인복지 정책 그리고 여·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장애인 복지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폭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해서는 안되며 해결할 수도 없다. 특히 정치권에서 장애인의 정치참여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정당한 절차와 합리적인 방법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게 보장하고 있는 현실에서 폭력적인 방법에 의존한다면 더 이상 사회적 동의나 지지를 얻기 어렵다. 때문에 후보를 향한 폭력이 복지활동이 아닌 의도적 정치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우리 장애계는 일부 장애인의 과격한 활동이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의 모습이라고 비춰지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일부 폭력적 장애인들에게 당부한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라고 반민주적인 폭력을 사용해도 된다는 것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국민여러분께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일부 장애인이 행한 일이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저항적 모습으로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장애계 구성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선진 민주주의에 걸 맞는 높은 수준의 장애활동으로 선진 복지사회를 이뤄나가겠다고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4월 12일 /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한국장애인연맹, 한국청각장애인협회,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한국산재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근육장애인협회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성명서(4.12)
    <장총련의 눈에는 뭐만 보이는가>

장총련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장애인단체 회원의 폭력적 행태! 우리 장애계가 앞장서서 지탄한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것은 성명서에 언급된 장애인단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이다.

전장연에 대한 장총련의 성명서는 ‘막말도배서’에 불과하다.
막말도배서 내용은 전장연의 ‘민주주의 국가를 폭력으로 훼손시킨 불법 폭력 장애인단체라는 반민주적 범죄 집단 지탄과 장총련의 대리사과’이었다. 그들의 주장에서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장총련은 성명서에서“휠체어가 돌진”했다고 하는데, 장애인 유권자가 자신의 전동휠체어를 타고 정치인에게 다가가는 것은 돌진이 아니라 정당한 이동이자 민주적 소통을 위한 만남이다. 돌진은 자동차가 사람을 향할 때나 쓰는 말이다. 전동휠체어가 ‘돌진’한다는 장총련의 성명에는 장애 감수성도 보이지 않고, 민주주의의 소통 원칙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폭력배에게는 폭력만 보이는 모양이다. 전장연은 장총련이 언급한 지난 10일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에 대한 의사전달 과정에서 폭력은 전혀 없었다. 폭력사건이라면 경찰에 고발하면 된다.

장애인들은 역사적으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기 선택권과 결정권을 부정당했다(UN장애인권리협약, 지역사회 통합되어 독립적으로 사는 것에 관한 일반논평5).
우리는 2001년 장애인이동권 투쟁부터 시작해서 20년 동안 중증장애인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무시·무관심·무지(3無)한 국가권력의 무책임과 사회변화를 위해 저항하고 투쟁하였다. 우리의 투쟁은 UN장애인권리협약 일반논평5에서 언급한 역사적으로 부정당한 장애인의 삶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장총련은 전장연의 투쟁을 민주주의 국가를 폭력으로 훼손시킨 불법 폭력으로 규정하며 우리를 반민주적 범죄 집단으로 매도하였다. 중증장애인들의 거리에서 직접적인 투쟁으로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저상버스가 도입되었으며, 활동지원서비스가 제도화되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다.
장애인예산은 투쟁을 통해 2006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예산 일반회계 1,945억이 2020년 3조3,100억원으로 증가하였다. 2조268억원의 증가이다. 장애인정책국 예산의 45%가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이며, 30.1%가 장애인소득보장 예산이다. 그 결과는 중증장애인들의 피눈물 나는 거리 투쟁 없이 불가능하였다.
전장연의 투쟁만이 모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투쟁을 주도했던 전장연이 장총련 일부 장애계집단에게 ‘반미주적 범죄 집단’으로 매도당할 문제는 아니다.
장총련은 ‘자유당 시절의 정치깡패’들이라는 극한 말까지 동원하여 비난한다. ‘자유당 시절의 정치깡패’를 동원한 정치세력의 후예들은 누구인가. 군사독재·독점재벌에 저항했던 투쟁을 매도하는 정치세력의 후예들인 미래통합당의 모습에서 장총련의 막말도배서가 겹치는 느낌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황교안 후보는 장애인을 비하·혐오·차별 발언 한 정치인 중 미래통합당 당대표로 가장 책임 있는 정치인이다. 그는 ‘벙어리’발언에 이어 선거 유세 중‘키 작은 사람은 비례투표용지를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라는 발언으로 ‘저신장 장애인’에 대한 비하발언을 반복하였다. 우리는 황교안 후보의 발언에 대하여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 차별발언으로 진정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황교안 후보는 지난 1일에는 시각장애인 김예지(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1번) 씨의 안내견을 쓰다듬어 논란이 일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지원하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여 쓰다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해서도 황 대표는 “호기심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를 수 있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이제 황교안 후보에게 인권교육 제대로 받고 차별발언을 멈추기를 요청한다.

장총련에게 당부한다. 그래도 나름 법정단체들 모임의 체면은 갖추기를 당부한다. 장총련의 황교안 후보 사수대 줄서기 역할은 눈물겹다. 그만큼 하면 족하다. ‘단지 성은이 망극하나이다’로 발전되지 않기를 바란다. 선거가 끝나 장총련의 황교안 후보 사수대 역할이 끝나면 장애계에서도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혐오·차별발언 방지의 제도화에 대하여 토론도 함께 제안해 본다.
마지막으로 국민여러분께 장총련 막말 도배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2020년 4월 12일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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