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④] 3겹토크 ‘장애인 비례대표, 자기 정치 말라’

▲ 이용석 편집위원(왼쪽), 이문희 편집위원(오른쪽)/사진=더인디고

  • 1%, 작지만 큰 의미… 4년만에 장애인 비례대표 국회 진출 환영
  • 각 당은 전국장애인위원회의 기능 재고해야 … 후보자의 공약과 정치적 견해 아쉬워
  • UN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잣대로 정책 사각지대만은 해결해야
  • 장애인정치세력화 다시 시동… 장애인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달렸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무사히 끝났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과 재난기본소득으로 대표되는 경제이슈가 시민의 일상과 정치를 블랙홀로 만들었지만 선거는 절차대로 진행되었다. 국제사회와 정치평론가가 바라보는 이번 총선의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기록도 남겼다.

우선 66.2%, 28년 만의 총선 최고 투표율이다.
50.3%는 초선이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17대 국회 이후 16년만이다.
19%는 역대 최다 57명의 여성 의원 비율이다. 이 중 정의당은 6명 중 5명이 여성이다.
비례대표 선출 정당 포함, 180 의석은 역대 선거사상 최대 기록이다. 혹자는 한국 정치지형도 그동안 산업화 세력에서 민주화 세력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제도권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1%가 있다.

제18대 국회 때와는 비교가 안 되지만 3명의 장애인 비례대표 후보자가 당선자 신분이 되었다. 장애인이 중앙 정치에 진출하기 시작한 13대 국회 이후 이번 비례대표만 놓고 본다면 몇 가지 특징도 있다. 우선 평균 44세로 상대적으로 젊은데다 2명은 여성의원이다. 장애현장에 잔뼈가 굵은 실무자 출신도 있는 반면, 거리가 먼 의원도 있다. 한 당에 장애인 비례대표가 2명인 것도 새로운 일이다.

<참고> 장애의원 수로 따지면 이상민 지역구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유성구을)과 지성호 비례대표 의원(미래한국당)도 있다. 이상민 의원은 오래된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과 지성호 의원은 ‘장애’가 아닌 북한이탈주민으로 영입되었다는 점에서 논외로 했다.

가장 큰 의미는 20대 국회에서 멈춰버린 장애인의 국회진출이 재개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저녁, 4.15 총선 특집을 마무리하기 위해 더인디고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문희, 이용석 위원과 여의도 한 식당에서 ‘3겹토크’를 진행했다.
총선 다음날에는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날’이기에 17일로 일정을 잡았다. 편한 대화를 이어가고자 참여자 모두 소속 단체가 아닌, 한 사람의 장애인 유권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사진=더인디고

■ “4년 만에 장애인 비례대표 진출, 환영”

[3겹토크]에 참여한 세 사람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그동안 장애인 의원들이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법 제,개정에 공헌을 한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 의회진출 역사를 간단히 짚어봤다.

장애인의 제도권 정치참여는 제13대 국회(1988~1992)에서 시작되었다. 헌정사상 최초로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철용 국회의원이다. 그는 ‘어둠의 자식들’을 쓴 소설가로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장애인복지법을 의무조항으로 개정하고, 장애인 의무고용 등을 입법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하는 이유다.

이어 첫 장애인 비례대표는 이성재 15대 국회의원(1996~2000)부터 시작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여야 장애인 몫의 직능 비례대표의 출발은 17대 국회(2004~2008)의 장향숙 의원(열린우리당)과 정화원 의원(한나라당)을 꼽는다. 당시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8대 국회(2008~2012)는 장애인 비례대표 전성기 시대였다. 이정선 의원(한나라당), 박은수 의원(통합민주당), 곽정숙 의원(민주노동당), 그리고 정하균 의원(친박연대)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임두성 국내 최초 한센인 국회의원(한나라당)과 지역구에서 당선된 윤석용 의원(한나라당)까지 합치면 앞으로도 쉽게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그 힘이었을까. 장애인연금법 제정뿐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장애인 의회 진출은 순풍에 돛단 듯했다. 19대 국회(2012~2016)는 장애계가 의견을 모아 상향식 공천을 추진했지만 장애인 단체 대표들의 개인적 접촉으로 최동익 의원(민주통합당)과 김정록 의원(새누리당)이 비례대표로 진출했다. 임기 중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장애인 정치참여의 불신의 계기가 되었다.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와 함께 20대 국회에서는 단 한사람의 장애인 비례대표도 국회에 진출하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꼬리표가 붙게 되었다.

“21대 총선과정, 아쉬움이 크다”

[이용석] 정의당 배복주 후보의 비례대표 진출이 무산된 것이 아쉽다. 거대 여야가 비례대표 정당을 만든 것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여러 계파가 공존하는 정의당의 경우 장애인이 앞 번호(안정권)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이문희] “당 전국장애인위원회 활동인사들은 일만하고 공천이나 안정권에도 들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안정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인재영입대신 장애인위원회 등 당내 활동을 통해 앞 번호를 받은 것은 한지호 민생당 후보가 유일하다. 장애인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결국 선거 때가 되면 달라지는 당의 태도도 문제다. 위원회가 만든 공약을 받지도 않고, 그렇다고 주도한 인사를 등용하지 않으면 장애위원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조성민] 선거제도의 개편문제와 선관위가 2월 6일에서야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불허하면서 후보자 선정이 늦게 이루어졌다. 당 차원의 공약은 확인했지만 장애인 후보자들의 1호 법안이나 개인적 정책견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발달장애인과 농인 등의 참정권 침해 등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문희] 비례대표는 소수파와 다양한 사회계층 및 직능을 대표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지난 19대 국회 진출과정에서 생긴 불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는 있겠으나 장애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후보들도 진출했다. 그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4년간 보좌관을 한 경험으로 볼 때 현장과 상당히 괴리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국회의원의 역할은 입법이 핵심인데 확고한 철학과 의지가 없이 국회에서 활동하다보면 장애 이슈는 묻히기 마련이다.

[이용석] 그 점에서는 동감한다. 총선에서의 공약은 비례대표라 하더라도 후보자가 4년간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새로운 아젠다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나왔던 공약 혹은 장애인정책 5개년 계획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5개년 계획은 정부가 하면 되고, 지난 공약에 있었더라도 뭐가 문제여서 어떻게 하겠다든지, 특히 OECD 기준 장애인 예산을 얼마로 늘리겠다는 정도의 소신을 밝혔어야 했다. 후보 선출이 늦은 원인도 있지만 준비가 안 되었거나 소심하게 접근한 측면이 있다.

“UN장애인권리협약이 기준, 기존 법률에서의 사각지대 해소와 예산 확보가 관건”

공약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헌법 개정과 결국 예산 문제 등으로 이어졌다. 총선보다는 대선에서 장애인 공약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러한 이슈 등은 2년 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의 논의로 넘겼다.

[조성민] 그런 면에서 당선자와 관련된 당 공약까지 포함하면 ‘활동지원서비스 개선’, ‘특별교통수단 강화 등 이동권 보장’ 및 ‘재난안전체계 마련‘, 그리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편집위원들이 생각하는 정책 방향도 들어봤다.

[이문희] 자주 하는 말이지만 장애인 관련법은 나올 만큼 나왔다. 18개나 되는 장애 관련 각 법의 문제나 사각지대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대안과 해결 등을 21대 국회 임기 내에 마무리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본다. 다만 사각지대의 기준 잣대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핵심이다. 필요하다면 이에 기반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통해 맞춤형 지원체계까지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용석] 여기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3명의 비례대표와 장애계가 간담회 등을 통해 예산 추계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 국회의원들의 노력은 물론이고 개인진정제도의 실효적 이행을 위한 관심과 연구들이 필요하다.

“우려도 있지만 지켜보자, 장애계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조성민] 그동안 경험을 보면 입법과 정책수립 과정에서 특정 단체 혹은 일부 장애 유형에 편중될 우려도 있다. 한국장총에서 주관한 장애인비례대표 간담회(4.8)에서 어느 후보가 스스로 언급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조직 이익을 위한 로비, 지지활동 등은 당연하지만 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전국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간의 공방도 따지고 보면 장애계 내 복잡한 정파성 문제다. 사과는 했지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가 조직 정체성과 다른 후보의 지지연설을 한 것을 보면, 결국 정치적 이유 없는 활동이 있겠는가?

[이용석] 사실 단체들의 입법로비는 당연한 활동이다. 회원단체 또는 특정 장애유형을 대표하는 경우 더 그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단체들이 당사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어떻게 모으고 공유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용석, 이문희] 지켜봐야겠지만 장애인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는 것, 즉 장애인 친화적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길은 열렸다.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할 만하다. 20대 국회 때는 어떤 논의와 제안을 하려고해도 대부분 비서관조차도 복도에서 만나야 했거나 “놓고 가세요.” 식의 말을 듣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이 말을 하는 과정에서 두 노회한 선배들이 지난 4년간 국회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서로의 눈빛으로 교환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사진 = 더인디고

[이문희] 다만 장애 현장에 없던 인물들의 경우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장애유형 이외 다른 영역은 잘 흡수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최혜영, 김예지 의원 등은 상대적으로 빚진 것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체 영향력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의원 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소통, 그리고 정책보좌진이 어떤 사람들이냐 등에 따라 약 1년만 지나면 잘 할 것으로 본다.

“장애인 정치세력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조성민] 19대 때 무너진 신뢰와 실망도 있었지만 20대 국회 때의 충격을 생각하면 ‘장애인 정치세력화’ 논의도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세력화라는 것을 제도권 진입 여부에 무게를 둔다면 더 그렇다. 다만 국어사전에서 ‘어떤 사람들이나 집단이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을 정치세력화라고 한다면, 지난 17, 18대 국회 때보다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구심점이 없다는 점과 ‘세력화’를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에 의미를 두면 더 그럴 것 같은데…

[이용석] 과정 측면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이미 정치세력화는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한 사람의 장애인 의원만 있더라도 장애계의 참여와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입법 등 장애인 관련 이슈를 해결해 나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문희] 비록 장애계가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한 비례대표 추천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제도권 정치에 다시 진출했다. 제도권이 있을 때 영향을 더 발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17, 18대 국회 때 좋은 기회를 놓쳐왔다는 점이다. 당시 의원했던 분들,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나? 대부분 개인일 하고 있지 않나? 개인의 의정활동으로 4년을 끝내지 말아야 한다. 당선인 모두 정기적인 간담회 등 소통을 강조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장애인위원회도 어떻게 발전시킬지도 말이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단체 실무자로서 잔뼈가 굵은 데다 개인자격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할 말이 참 많았다. 실제 이 글에서 다 담아내지 못했다. 삼겹살 먹으며 세 사람이 이슈를 놓고 주고받는 대화, ‘3겹토크’를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글 정리, 사진 = 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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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ry424@naver.com'
조영인
1 month ago

글이 빛난다 빛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