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세상풍경] 포스트코로나, 그 막막한 미래의 허술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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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 내 삶의 위치에서 보이는 열 가지 풍경, 여섯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위원]

감염병 창궐의 시대, 우리가 잃는 것들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위원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전망은 단정적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이번 감염병 재난이 이른바 글로벌 자본주의의 실패라고 말하며, 불과 넉 달 남짓 짧은 기간 동안 창궐한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규칙들로 되돌아 갈 수 없다고 우려한다. 이를테면 아침에 일어나 사람들로 붐비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로 직장으로 출근하고, 함께 배우고 일하며 함께 쉬는 방식이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감염병을 전염시키는 바이러스 ‘숙주’의 행위로 의심받고 추적당하며 감시당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관계 끊기’가 권장을 넘어 강제되는 팬데믹 상황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이 사회가 장애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좀 더 명확하게 경험하고 있다. 분리와 배제는 이들에 대한 대책으로 손쉽게 선택하는 방안이 되고, 고립과 수용은 이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변명으로 이용된다.
바이러스가 세상을 리셋 시키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사회로부터 코호트 격리시키는 ‘어쩔 수 없는’ 핑계거리가 된다면 재난으로 인한 부담은 사회의 몫이 아닌 오로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몫으로만 남는다.

감염병의 평등은 다시 불평등으로

언론들은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과 찰스 왕세자, 영화배우 톰 행크스 등 유명인이 코로나19 감염증에 걸리자 누구나 전염병의 ‘숙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역시 감염병은 계급과 인종을 가리지 않으며 우리는 모두 평등하고 취약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103명 중 101명이나 감염되었던 청도 대남병원 사례와 구로콜센터 노동자들의 집단감염에서 목도했듯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은 기왕에 존재하는 젠더, 계급, 장애, 인종적 불평등에 기생하며 폭발적으로 증폭된다. 감염병조차 결코 평등하지 않은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4월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른 속도로 인권 위기로 바뀌면서 코로나19를 다루기 위한 공공 서비스 제공에 차별이 있고, 접근을 방해하는 구조적 불평등이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바이러스의 창궐은 장애를 가졌거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차별과 불평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예방을 위한 인권침해가 당연시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제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감염병 예방의 방식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오히려 사회적 거리 좁히기여야 한다. 이미 격리되고 분리, 배제되는 방식으로 보호되고 있었던 이들에게 코로나19는 인권과 방역을 위한 예방적 조치와의 모순을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한 위기이다. 그래서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상상력은 절망을 절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절망을 절망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상상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와 또 다른 전염병 창궐의 주기는 더 잦아질 것이라는 예측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듯하다. 그리고 코로나19의 근본 원인이 그 무엇이든 간에 포스트코로나는 이제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기에 현재로써는 버겁기만 하다.

지금, 이 순간이 비정상 상태라면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과거의 정상 상태여야 하는데, 과거의 정상 상태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바라는 미래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의문은 과거의 정상 상태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정상이었는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코로나 이전은 차별과 배제를 통해 고립과 수용 당해야 했던 세상이었기 결코 ‘정상적’이지 않았으며, 인권 개념 자체가 없던 시대에 비해 장애를 가진 사람의 지금 삶은 더 좋아졌다는 식으로 위안을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과거는 언제나 불행하고 열악했으며 현재는 과거보다 좋아졌고 미래는 당연하게 더 좋아질 것이라는 무의미한 낙관적 미래를 강요받고 또 스스로를 위무하듯 기대하며 살아온 셈이다. 도대체 지금보다 더 좋아지지 않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 이후의 미래가 코로나 이전의 세상이어야 하는지를… 과거로의 회귀가 당신들이 바라는 미래의 세상이어야 하는지를… [더인디고 The 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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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a273a05519@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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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vsh@naver.com'
눈꽃*
3 years ago

오랜만에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