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투표보조 2인 동반 조항 위헌 소원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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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 기자회견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공직선거법 헌법소원 심판청구 선고 기자회견 /사진=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 헌재, 공선법 관련 조항은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불가피한 예외
  • 장애인 단체 헌재 판결 일제히 성토, “헌법 재판관의 인식, 30년 전 그대로“

헌법재판소(헌재)가 27일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에 대해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을 동반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공직선거법(공선법) 제157조 6항’은 후단에서 장애인의 기표 지원을 위한 기표소 출입 인원을 가족의 경우 1인 동반이 가능하지만, 그 외의 가족이 아닌 경우 2명이 함께 기표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장애인의 투표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한 조치이지만, 실제 투표권자인 정명호 씨의 경우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인천 계양구 ○○투표소에서 활동지원사 1명만 동반해서 투표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천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공선법 규정을 근거로 활동지원사만 동행하여 기표소에 출입하는 것을 제지하였고 결국 정명호 씨는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정 씨는 157조 제6항 후단과 피청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천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가 활동보조인 1인만을 동반하여 기표소에 들어가려고 하는 청구인을 제지한 행위가 청구인의 선거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같은 해 8월 5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정명호씨
정명호씨가 이날 헌재 선고후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그러나 헌재는 ▲기본권 침해의 상태가 이미 종료되어 청구인의 권리 구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각하를 ▲비밀선거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청구인의 선거권 침해는 기각을 했다. 또한 ▲오히려 투표보조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중증장애인들이 선거권 행사를 포기하게 될 수 있다는 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여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다수 의견에 재판관 3명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우선 ▲투표의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거권자의 투표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 ▲투표를 통한 정치적 의사 표현은 가장 내밀한 영역에 해당하므로, 무엇보다 선거인은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스스로 투표보조인으로 선정할 수 있어야 하며 ▲투표 사무원 중에 추가로 투표보조인으로 선정하는 것은 낯선 제3자에 대해서까지 자신의 내밀한 정치적 의사를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선거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헌재로부터 기각이 결정되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4개 단체는 일제히 헌재를 비판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근본적으로 장애인이 참정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과 재판관들은 조금의 변화도 없이 고리타분한 법 조항에 얽매여 있다.”고 이번 기각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대표도 “처음 정명호 동지가 본인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구한 것이 아닌, 투표할 때의 비밀 보장이 기본인데, 그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 제공되어야 하는 편의 지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특히 헌재는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으로 바라보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하며,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 힘으로 투쟁을 통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참정권을 쟁취하자.”고 촉구했다.

실제 헌법 소원 당사자인 정 씨는 “국민의 한 사람이자 성인으로서 투표를 하고 싶어도 이런 취급을 받는 게 분통이 터져 헌재에 위헌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기각 결정이 나왔지만 결과가 어찌 되었든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인만큼 이번 계기를 통해 선거제도가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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