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로봇 키퍼와 내가 만나는 날!

0
309
ⓒ유튜브 화면캡처/https://www.youtube.com/watch?v=7Yc6ZHixgRk
  • 착한 기술이 불편한 삶 개선에 연결되길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안승준 집필위원]  요즘 동영상 공유 사이트들에서 유행하는 영상 중 하나는 로봇 골키퍼와 축구선수들과의 페널티 킥 대결이다. 국가대표 경력을 자랑하는 유명한 선수들은 웃으면서 도전을 시작하지만 상상외로 들어가지 않는 공을 바라보면서 점점 집중력을 높인 심각한 표정을 짓는데 대부분은 실패하여 허탈한 표정으로 도전을 끝맺고는 한다.

나름의 전략과 인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적절히 합하여 골을 성공시키는 선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듯 환호하는 그들의 세리머니와는 달리 골 성공률은 화려한 선수 경력에 비해 처참하고 초라하다. 페널티 킥의 성공 확률은 골키퍼보다 키커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비대칭적 확률을 생각하면 그 결과는 더더욱 비참하다.

몇 년 전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세돌 기사가 떠오르면서 이제는 인간이 지능뿐만 아니라 운동 능력에서까지 로봇에게 항복을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세계 유명 프로축구리그를 보는 축구팬들이 이젠 우리나라 축구는 못 보겠다고 하는 것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로봇축구를 보다보니 인간축구는 재미없어서 못 보겠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비관도 떠올려 본다. 반대로 생각하면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전은 또 다른 희망을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사람보다 더 빨리 감지하는 센서는 나처럼 보이지 않는 이들의 눈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로 성장할 수 있고, 또 인간 최고의 축구선수들의 공을 쉽게 막아내는 신체능력은 팔이나 다리가 불편한 이들의 운동능력을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최고의 바둑기사를 꼼짝 못 하게 하고, 사람보다도 냉정하고 침착한 판단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장애가 있거나 불편한 이들의 어떤 부분을 대신하는 데 쓰인다면 머지않아 ‘장애인’이라는 개념을 통째로 없앨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지팡이 끝에 닿는 아주 작은 정보에 의지해서 불안해 보이는 보행을 하지만 세밀한 센서의 도움을 받는다면 특별히 두려워하거나 집중하지 않아도 훨씬 자신 있게 걸음을 옮겨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음악을 듣거나 딴 생각을 하면서 걷겠지만 거의 오류 없는 기술의 도움은 나를 완벽에 가까운 안전함으로 지켜줄 것이다.

기술의 힘을 빌린다면 길거리의 간판이나 작은 글씨를 읽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오히려 더 정확하고 정밀해질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나 초행길을 찾는 것,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만나야 하는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에 있어서 적어도 신체적 불편함은 더 이상 나에게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직은 기술을 가진 이들의 생각이 나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을 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나의 희망은 불편함을 덜어내는 착한 기술을 바라고 있지만 로봇이 바라보는 쪽은 유명 축구선수와의 대결로 이슈 몰이를 하는 쪽을 향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술 적용의 우선순위는 불편한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지만 사업가들의 시선은 더 많은 관심을 받아서 더 큰 매출을 창출하는 곳을 바라본다.

그렇지만 난 아직 연결이 닿지 않았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불편한 이들은 소수이기에 기술을 가진 이들의 생각이나 시선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이다.

어느 틈엔가 많은 사람들의 손에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스마트폰이 하나씩 들려있듯 멀지 않은 미래에 착한 기술들이 소수의 사람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가져본다. 유명 축구선수들의 페널티 킥 영상 대신 나의 길 찾기 영상이나 휠체어 타던 어떤 이의 달리기 영상이 화제가 되는 날을 기대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승인
알림
66227cc851008@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