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사랑은 이글스처럼

ⓒ유튜브화면 캡쳐/https://www.youtube.com/watch?v=MvrTCJ7OWx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안승준 집필위원]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 중 이성을 고를 때 한화 팬이면 여러 말 할 것 없이 오케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팬심이 우직한 사랑꾼 보증 수표가 된다는 뜻인 듯하다.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한화 팬은 절대 안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충성심은 뭔가 이상한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 같다.

이게 맞는지 저게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난 한화 이글스의 열성팬이다. 그리고 사랑을 한다면 한화 팬처럼 해야 한다고 믿고 바란다. 그것이 연인 관계든 가족이나 친구든 좋아하고 맘에 드는 것 말고 ‘사랑’이라는 말을 쓰려면 적어도 그랬으면 좋겠다.

10년의 암흑기가 어쩌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연패기록이 어쩌고 다들 조롱하지만 그건 이글스와 나 사이의 관계에서는 작은 사건일 뿐이다. 30여 년간 응원을 하면서 때로는 많이 이기고 우승도 하는 독수리(이글스)를 사랑하기도 했지만 매일 지더라도 꺾이지 않는 투지를 존경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는 친구를 바라볼 때에는 축하하고 함께 기뻐해야겠지만 그 녀석이 힘들어 하면 격려하고 응원하고 기다려주는 것 또한 친구의 역할이자 책임인 것이다. 이겨서 좋은날도 있지만 패배의 쓴 잔을 함께 마시고 위로할 수 있어서 우리인 것이다. 함께한 날의 기억 속에 좋은날만 있다면 그것은 생각보다 가치 있지 못할 것이다. 가족이 끈끈한 것은 최고의 순간만이 아니라 모든 순간을 더불어 거쳐 왔기 때문인 것이다.

아기의 작은 뒤집기에도 모든 가족이 환호하고 파티했던 것처럼 오늘은 어제보다 하나 더 친 안타에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노래하는 것은 사랑하기에 너무도 자연스럽다. 실패하고 힘들어하는 친구 녀석이 다시 일어나기까지 십시일반 돕기도 하고 같이 모여 슬퍼하기도 했던 것처럼 우리가 한화 팬임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에 불과하다.

한 번 이기고 지는 것이 팬심의 근원이라면 하루에도 야구팬의 절반은 새로운 팀을 찾아 떠나야 한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만 훌륭한 팀이라면 1년에 반은 또 팀을 바꾸고 새로운 응원가를 불러야만 한다. 조건을 따지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쉬운 사랑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쿨하고 합리적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연인도 결혼마저도 영원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은 고리타분하다고들 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사람의 삶은 언제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아픈 날이 있으면 훨훨 날아다닐 날도 있다. 내가 관계하는 모든 것들도 다 그렇다. 사랑은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만년 꼴찌라고 우리 팀을 평가절하하지만 뜨거웠던 어느 날 우리는 누구보다 찬란하게 고공비행을 했었다. 언론에서는 KBO 역사상 최대의 굴욕이라고 놀려대지만 이글스와 나는 어느 팬들도 경험하지 못한 힘든 순간을 함께 겪어내며 누구보다 끈끈해지고 있는 중이다.

오늘 같이 느끼는 고난은 언젠가 함께 마실 축배의 잔을 더욱 달콤하게 하는 인고의 과정이다. 설령 다시는 이기는 날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이글스라는 이름만으로 팬이 되는 의미는 충분하다. 이기는 기쁨만을 즐기는 사람들보다 쓰라린 패배까지 사랑할 수 있는 한화 이글스의 팬은 진정한 사랑꾼이다. 우리는 여전히 지고 있지만 충분히 뜨겁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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