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인터뷰 ③] 기로에선 IL운동, 변화 예고한 황백남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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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백남 한자연 상임대표
▲황백남 신임 상임대표 ⓒ한국장애인자립생활헨터총연합회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누는 인터넷 뉴스, ‘더인디고’는 2020년 창간을 맞이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권익을 대변하거나 관련 분야에서 활동해 온 분들을 중심으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장애인 등 소수자 운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내밀히 지원하는 분을 소개함으로써 다양한 정보나 이슈도 함께 제공하는 기획시리즈이다.
더인디고가 만난 세 번째 ‘이 사람’은 지난 5월 제7대 한국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상임대표에 취임한 황백남 사람희망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이다.

  • IL 운동의 내・외부 평가, 장애주류화 운동으로 돌파
  • 발달, 정신장애인 등 소수 장애인 배제되지 않도록 현장 중심 운동 강화할 터
  • 자립생활 조례에 근거한 시행규칙 제정과 장애인권한 중심의 정치세력화 이룰 것

지난 5월 26일 국회 앞에서는 연이은 장애인 학대, 폭력에 대한 가해자의 법적 처벌과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6개월 전 친모와 활동지원사의 학대와 폭력으로 스무 살 지적장애 청년이 죽음에 이른 사건이 계기가 됐다.

폭력의 주체가 친모라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인 데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도 함께 가담했다는 점에서 장애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활동지원사는 중증장애인의 일상 및 사회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보조하여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한자연)’는 이들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잇따른 장애인 학대, 폭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본지 ‘더인디고’는 당시 현장 취재를 하던 중 자립생활센터(이하 IL 센터) 관계자들과 황백남 한자연 신임 상임대표의 몇 가지 공통된 발언에 주목했다.

리더십의 변화 때문일까? IL 운동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한자연의 활동 방향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앞으로 3년 동안 한자연을 이끌어 갈 황백남 상임대표를 이룸센터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더인디고

이하 일문일답이다.

Q1. 취임 축하드린다. 상임대표를 맡은 지 한 달이 넘었다. 소감과 한자연 운영 방향을 듣고 싶다.

과분한 자리이고 부담이 크다. 전임 대표의 성과를 이어가면서 한편으로는 미흡한 점을 채우는 역할을 하겠다.

한자연의 정체성인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그 의미를 다시 (조목조목) 짚어 보려고 한다. 내・외부의 평가 등에 대해서도 미진한 부분은 개선하면서 장애인 인권 등 기본적 이슈에는 언제든 당장, 지속적으로 대응하겠다.
중・장기적으로는 장애인 권리실현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마련할 것인지, 당사자 단체와 정부, 국회 등과 함께 대응하겠다.

Q2. 내부 평가에 대한 의견을 더 듣고 싶다. 무엇이 문제이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결국 이 문제가 상임대표로 선출된 이유가 아닐까?

그동안 내부 평가에 대한 해결 노력이 미흡했다. 2000년 초반 법이나 제도 그리고 사회적 인식도 중증장애인에 맞춰지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자립생활운동은 중증장애인의 이동권 등이 당면한 과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한자연이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맞게 정책과 제도를 촘촘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장애인 당사자를 대변하는 입장에서도 신체장애인 권리와 IL 센터 평가 등에 집중하다 보니 발달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 등 소수 장애인에게는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예를 들면 정신장애인이 직면하고 있는 시설의 문제나 이들을 장애인으로 규정하면서도 정신건강보건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로 이들을 보편적 전달 체계에서 배제하는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측면이 있다.

즉 소수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주류화와 이들에 대한 정책 이슈화 및 권익옹호에 앞장서겠다는 것에 회원들의 지지가 있었던 것 같다.

Q3. 당사자 세력화를 넘어 현장 정치세력화를 위해 연대하겠다고 했다. 주류화의 방법론이자 그동안 부족했던 한자연의 활동 방향인 것 같은데… 정치세력화란 어떤 의미인가?

상당 부분 장애인 단체가 정치세력화에 대한 모순을 갖고 왔다고 본다. 한 개인의 정치화가 아닌 장애인 당사자가 지역 내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정치세력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세력화라고 한다면 기초단체에서부터 의회 진출 등을 정치세력화의 완성이라고 하는 것 같다.

지역사회에서 한 장애인 개인이 얼마나 권리를 보장받고 있느냐, 즉 정책 기반이 얼마나 잘 조성되었느냐가 중요하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5개년 계획 등이 중요한데, 전국 지자체마다 자립생활 조례를 만들었지만 서울시를 제외하고는 완전한 자립생활을 위한 단체장의 책무나 지역 장애인실태조사, 위원회 구성 등 시행규칙이 없다.

따라서 조례에 근거한 시행규칙으로 종합계획수립과 연차별 평가, 탈시설 계획 등이 추동되어야 하는데 지방으로 갈수록 이것이 약하다. 따라서 지역 순회투쟁을 하면서 IL 센터뿐 아니라 당사자와 다양한 단체와 연대 등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권한을 강화하는 것 그것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세력화이자 한자연의 방향이다.

Q4. 지난 기자회견을 보며 몇 가지 궁금해졌다. 우선 장애인 학대에 대해 정부가 납득할 만한 대책을 수립할 때까지 현장투쟁을 예고했다. 앞으로 한자연의 노선이 조금 더 현장운동 중심이라는 것인가?

한자연 회원단체가 전국에 108개이다. 일부 그렇지 않은 센터도 있지만 현장 중심 운동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자연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과 달리 지역별 사안은 해당 IL 센터와 광역 시도별 거점 IL 연합회가 맡는다. 그래서 마치 한자연이 조용한 것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장운동 중심이라면지자체별로 조례에 기반한 시행규칙 등 제도 중심의 활동은 물론이고, 금천 루디아의 집처럼 장애인 학대 등에 대해 지역사회 현안을 관내 구청을 비롯한 다양한 조직이나 당사자들과 함께 해결하는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정신장애인의 경우 장애주류화에서 왜 배제되었는지, 통원이 아닌 왜 입원 중심 치료인지, 그들이 경제적인 여력이 되는지, 의료 권력에 의해 병원 이익만 취하는 것은 아닌지 등 한 지역 또는 현장 안에서도 논의할 것이 많다. 그러나 이를 IL 센터 혼자 할 수는 없다. 권익옹호를 위해서라면 정신병원이나 시설, 당사자, 사회복귀시설 등 누구와도 만나 함께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의미다.

▲한자연이 26일 국회 앞에서 장애청년 학대 폭력 사망에 대한 가해자의 법적 처벌과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Q5. 지역사회 장애인의 권익옹호와 주류화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학대에 대처하기 위한 권익옹호기관이 별도로 있는데 IL 센터가 역할은 무엇일까?

그렇다. 권익옹호기관은 전국 광역 중심 지자체로 거점 역할을 한다면, IL 센터는 지역사회 내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다. 한자연 회원단체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전국적으로 약 300여 개의 IL 센터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센터가 지역 내 차별사례접수, 관리 감독 및 모니터링 등을 강화하는 반면, 권익옹호기관은 정책과 연구, 매뉴얼 개발 등 역할을 나눌 수있다. 실제 권익옹호기관 관계자와도 논의를 하는중이다.

Q6. IL 센터의 경우 활동보조사업 등 프로그램 중심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가 소수장애인을 포함한 주류화와 권익옹호, 그리고 정치세력화 등을 강조한다고 해서 생각대로 잘 움직일까?

IL 센터가 본래의 목적인 권익옹호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일부 비판은 겸허하게 받겠지만 그렇다고 모두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선 IL 센터와 지역마다 처한 위치가 다르다.

서울이나 경기 등 수도권은 권익옹호 활동 등이 그나마 안정적이다.
다만 지방은 센터가 열악해서 운영에 한계가 있다. 특히 지방정부 관리 감독을 받다 보니 이를 의식하게 되고, 이슈화를 시키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 의미에서 시행규칙 수립 등 정치세력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장연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중앙과 지방이 처한 현실에 따라 단절된 부분이 있다.

활동보조 제도의 결함도 분명 있다. 2007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자립생활이 포함되었음에도 전달 체계 내에는 이용시설, 생활시설과 달리 편입되지 못한 구조적 측면이 있다. 게다가 정부가 이 모순을 민간위탁 운영방식으로 해놓고는 그 책임 또한 IL 센터가 떠안으면서 양적 평가에 치중해왔다고 본다.

Q7. 기자회견 때 또 다른 메시지는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이다. 별도 법안이 있는지 아니면 기존 주장 단체와 함께 논의 구조에 참여할 계획인지?

어쩌면 지난 사건(친모와 활동지원사의 폭력에 의한 지적장애 청년의 죽음)에 대한 반감이 크다 보니 기자회견에서 관련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측면이 있다.

우선 조금 더 논의를 통해 지켜볼 예정이다. 현행 차별금지법과 장애인복지법 내에도 학대에 대해 대응할 수 있으며, 활동지원제도 내에서도 인권 강화와 활동지원기관 등의 관리 감독이 있다. 먼저 현행법을 충분히 활용하고 필요하면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장애인권리협약의 정신에 따라 국내법을 재정비하고 정책 서비스 강화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0대 국회 때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안에서도 논의할 수 있는 문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면 특례법 제정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라고 보면 된다.

Q8. 스무 살 지적장애 청년의 죽음에 친모와 활동지원사가 있다. 시설뿐 아니라 가족에 의한 폭력 등도 만만치 않은데 법 제, 개정이 효과가 있을까? 또 다른 대책이 있다고 보는가?

부양의무제 폐지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성인 중증장애인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도 쉽지 않듯이, 성인이 된 나를 부모가 데리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가족이 부양의 책임을 다 져야 하는 상황에서 이 고난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부양의무제 폐지를 통해 개인별 지원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즉 최소한 성인이 되면 가정에서나 시설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 등이 조례에 근거한 시행규칙에 담겨야 한다.

Q9. 한자연이 활동지원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활동지원사를 교육하고 중계하는 역할 등.. 기자회견에 앞서 한자연도 사과를 먼저 하고 대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도 문제가있다. 활동지원법 설계 당시부터 이용자는 본인 부담과 서비스 시간이, 활동보조인은 균일한 급여체계가 문제가 됐다. 또한 교육기관은 40시간만 이수하면 자격증을 발급하다 보니 전문성과 인권감수성이 부족한 활동지원사를 양성하게 되고, 활동지원기관은 수수료를 통해 운영하는 구조다.

물론 공급자 입장에서 한자연의 도의적 책임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각 영역에서 제대로 했다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까? 발달장애인에게 조금 더 많은 활동시간 등을 제공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화했다면 어땠을까?

또한 전국에 800여 개의 활동지원기관이 지자체별로는 6~7개가 있다. 장애인복지관, 자활기관, 단체에서도 운영하는 활동지원기관이 많이 있는데 그런 민간 활동지원기관의 책임성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활동지원법)의 불합리성이나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지만 이번 건은한자연이 사과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Q10. 코로나19로 20주년 IL컨퍼런스를 연기하게 되어 많이 아쉬울 것 같다. 지난 20년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 20년에 대한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겠다는 의도가 보이는데, 컨퍼런스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 핵심을 전한다면?

컨퍼런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행사가 두 차례나 연기됐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현재까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형태의 컨퍼런스 개최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9월 초경 당초 1일차 일정이었던 이·취임식, 기념행사, 토크 콘서트만 온라인을 통해 개최할 계획이다.

더불어 앞으로 한자연의 방향을 장애주류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특히 신체 중심에서 발달 및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탈시설 등을 강화하기 위한 지자체별 시행규칙 제정과 권익옹호를 위한 현장 운동 중심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방향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당사자와 조직들의 정치적 역량 강화가 병행될 때 가능하다고 본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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