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무너진 장애인의 삶, 기본대책 나오나?

▲2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코로나19와 장애인의 삶, 감염병 및 재난 장애인 종합대책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더인디고
  • 언택트와 코호트 격리로 ‘재난의 크기는 장애인에게 더 불평등’ 입증돼
  • 코로나19 등 재난 대책 놓고 장애계와 정부 온도차

“장애인은 이미 갖고 있는 건강 취약성과 일상생활을 의존해야 하는 특수성으로 인해 바이러스 감염에 더 위험하다. 특히, 주거시설과 정신질환 관련시설 등에서 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 세계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장애인은 정보 접근에서부터 의료 환경과 서비스 접근성, 장애가 고려되지 않는 지침 등으로 재난의 크기가 더 불평등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장애인 피해사례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피해사례가 별도 집계되지 않았으며, 대책 마련에서도 장애계와 정부는 온도차를 보였다.

2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코로나19와 장애인의 삶, 감염병 및 재난 장애인 종합대책 마련 토론회”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6개 장애인 단체의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맹성규 의원, 박주민 의원, 박홍근 의원, 최혜영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함께 했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와 장애인의 삶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정책국장/사진=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혐의회

발제자로 나선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2017년 정부가 재난안전대책을 마련할 때 장애인이 재난 인지와 대응력이 낮고 비장애인 중심의 재난대응 매뉴얼과 정보제공 등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장애인 안전 정책 기반이 미흡한 상태라고 진단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전 국장은 대구지역사례를 중심으로 건강권과 장애인거주시설 및 사회복지시설, 지역생활・자립생활 등으로 나눠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전 국장에 따르면 건강권은 예방과 검진, 자가격리, 환자치료 및 관리 부분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 일어난 문제들이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관련 재난 방송 시 수어통역, 자막, 화면해설 부족한 상황, 질병관리본부 상담센터 청각장애인 사각지대 발생, 발달장애인 등이 이해 가능한 정보전달 미흡, 코로나 관련 포스터, 안내자료 등에 점자나 음성 변환코드가 없는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장애인거주시설과 같은 사회복지시설은 ‘집단성’, ‘격리성’ 등이 더욱 강화되어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예방적 코호트 격리’가 권고되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며 “이로 인해 시설 거주 장애인은 직원의 유기, 방임, 구속, 폭력 등의 인권침해 위협뿐만 아니라 시설 입소자의 면회‧외출‧외박 금지가 되었다.”고 전했다.

또 “코로나로 주간활동서비스 기관, 복지관, 주간보호시설 등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당사자와 가족이 오롯이 책임을 전가 받는 상황이 되었다”며 “장애인은 고립이나 격리되는 경우 더 높은 폭력의 위험에 처하는데, 특히 장애여성들이 가정 폭력의 위험에 직면하는 비율이 높다.”고도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애 유형별 문제들도 제기됐다.

최용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국장은 “학령기와 청장년기, 중노년기에 활동지원서비스만 거의 지원되고 다른 것들은 휴교・휴관 등으로 지원이 되지 않거나 지원되더라도 미미한 상태”라며 “전반적으로 부모에게 발달장애인 지원의 책임이 전가된다.”고 전했다.

이영정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사무총장도 “코로나19 대응 초반 신장장애인이 고위험군 분류가 되지 않아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고 언급하며, “격리투석 병원에 관한 지침이 없어 이에 대한 대응책이 전혀 없었고, 주3회 투석 받아야 하는 신장장애인에게 이동권이 곧 생명 유지권인데, 심지어 마스크 부족 등 2차 감염 노출 문제로도 이어졌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 장애계, “공공성 확충과 탈시설 로드맵” 마련돼야 …정부 “많은 것 담기 어려워”

토론회에서는 일상생활과 현장에서 경험한 구체적인 대안에서부터 종합대책 방안도 제시됐다.

전근배 국장은 위험에 빠진 장애인의 삶을 제시한데 이어 ▲코로나19 관련 정보 접근성과 보건의료 체계 접근성 확보 ▲장애인의 관계 중심적 방역 지원 ▲장애인의 건강상태, 가구상태, 주변 환경이 고려된 자가격리 지원 ▲장애인 확진자를 위한 치료와 지원 ▲기존 의료자원 공백 지원 ▲시설 거주 장애인의 사회활동 및 최소한의 교류 보장 ▲안전한 거주 공간 및 지원인력 제공 ▲모든 수급자의 활동지원 시간 한시적 확대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코로나로 불평등의 문제가 세상에 드러났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나 비대면(언택트)이 장애인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포문을 열었다. 장애인의 신체적 취약성과 지원 공백의 문제가 그 이유다.

변 국장은 “입원 환자 대비 98% 수준의 집단 확진 수준을 보인 청도대남병원의 입원 환자 이송계획을 보면 사설의료기관 이송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며 “경상북도 청도의 환자들이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되어야만 적합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책 집행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공적지원체계에 소홀했고, 시장적 차원에서 충분한 공공 병상 수나, 넉넉한 사회서비스원의 인력 등을 마련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제는 팬데믹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의 공공성에 대해 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는 “2011년 이후 신규 장애인거주시설은 정원이 30인 이상을 넘을 수 없지만 법 개정 이전에 설립된 시설에 대해서는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이번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시설은 모두 현재 법상 정원 30인을 초과하는 시설이다. 예측 가능한 재난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감염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정부의 모니터링 계획 없는 선언적인 코호트는 격리를 위한 격리”라며 “코로나를 이유로 폐쇄성이 더 강화된 시설 속에서 정부는 탈시설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계가 제시한 문제점과 대안을 들은 권병기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은 “현장의 요구를 받아서 그때그때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수어통역 실시도 현장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지 한 달 정도 지나면서 매뉴얼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하며 “우선 정보제공, 돌봄공백 방지, 이동지원, 방역물품제공, 집단시설 방역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필요한 부분을 제공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현재 매뉴얼 초안을 만들어 둔 상태다. 장애인단체들과 TF를 구성해서 탈시설까지는 담을 수 없지만 오늘 토론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은 초안에 담을 수 있겠다.”고 언급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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