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차별금지법’…평등에 합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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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시민사회단체가 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60일, 2020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행동’을 선포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 2007년 발의된 차별금지법, 7번 무산 끝에 21대 국회에서 불씨 살려
  • 인권시민사회단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행동 선포하며 21대 국회 압박

[더인디고 조성민]

21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이 발의될까?

미래통합당이 ‘성적 지향’은 뺀 채 차별금지법제정 발의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정의당은 지난달 29일, 이른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성별과 나이, 장애, 인종, 성적 지향 등 25가지의 차별금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고용이나 교육, 공공 재화를 이용하는 데 있어 직접적인 차별뿐 아니라 혐오나 괴롭힘 등 간접 차별까지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튿날 30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평등법)’ 시안을 제시하며, 21대 국회에서 이를 조속히 입법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표명한 지 14년 만이다.

차별금지법은 인권위의 의견 표명 이후 2007년 법무부가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한 뒤 13년 동안 7번 발의됐다가 번번이 무산됐다. 노무현 정부 때 발의한 첫 법안은 2008년 17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18~19대 국회에서 노회찬·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김한길·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를 했지만 두 번은 발의자 일부가 자진 철회를 하거나 회기 만료로 폐기되기도 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아예 발의조차 못했다.

가장 큰 장벽은 보수 기독교그리고 눈치 보기에 급급한 국회의원들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유지해온 기독교계 등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 금지를 위한 설교 등이 제한될 수 있는 데다, 오히려 동성혼이 합법화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지난 30일 인권위의 평등법 제정 필요성을 표명하는 기자회견 당시, 이들 기독교계는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를 외치며 ‘성적 지향’이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전체 300명 중 94명의 의원만 설문에 답했다. 이중 제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9명, 반대가 25명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 보면, 찬성 의원 69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54명, 미래통합당 7명, 정의당은 소속 의원 6명 전원, 그리고 열린민주당 2명이 찬성했다. 반면 반대는 미래통합당이 19명, 더불어민주당은 6명으로 나타났다. 반대 의원 가운데 대부분은 ‘성적 지향’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문제는 설문에 응답하지 않은 의원이 206명이라는 점이다. KBS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설문에 응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무응답’으로 처리해달라는 의원이 대부분이었고, 익명 조사임에도 의견을 밝히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세는 이미 차별금지법!…평등에 합류하라

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빈곤사회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등 15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60일, 2020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인권시민사회단체가 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60일, 2020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행동’을 선포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기자회견을 주최한 단체들은 “시민들의 열망과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전면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한다”며, “국회는 평등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어 “법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은 시작되었으나 법 제정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국회가 대선 준비를 핑계로 소극적으로 돌아서기 전에 이번 첫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상임위원회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월 31일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D-day로 선포한다.”며 “아직 차별금지법 발의에 동참하지 않은 290명의 의원들에게 차별금지법에 이름을 올릴 것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권시민단체가 앞으로 60일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을 선포하면서 배포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 평등에 합류하라! 대세는 이미 차별금지법이다 ●

지난 6월 29일 정의당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데 이어 30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안을 발표하고 제정을 촉구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는 차별금지법을 향한 시민들의 열망과 오랜 시간 이 사회에 평등을 틔우려 노력해온 시민사회 인권 운동이 열어낸 길이자, 인권의 가치에 부응한 의원들이 일궈낸 성과이다.

2007년 누더기 차별금지법이 무산된 이후 차별금지법은 철회되거나 발의조차 되지 못하는 등 수차례 수난을 겪었다. 차별금지법이 유예되는 동안 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고 그 속에서 소수자들은 존재를 거부당했다. 성소수자들은 없는 존재로 치부되었고 난민들은 존재를 의심받았으며, 이주민들은 자격을 증명해야 했다. 폭력에 희생당한 여성들, 삶을 부정당한 장애인들, 너무 쉽게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과 유예된 시간을 살아가는 청소년들, 동등한 시민으로 이 땅에 서지 못한 수많은 존재들의 삶이 벼랑으로 내몰렸다. 그로부터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부재한 사회의 목격자이자 투사가 되었다.

우리는 차별을 말하고 드러내며 연결되었고 평등한 삶을 요구하며 연대했다.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편을 가를 때 우리는 모두의 권리를 외쳤다. 권력을 눈치 보며 침묵할 때 우리는 차별에 저항하며 말하기를 시도했다. 그렇게 빈곤한 이들, 정상성을 강제당한 이들, 존엄을 박탈당한 이들이 평등으로부터 밀려난 자리에서 평등은 다시 선포되었다.

그런 동안 이 사회는 차별이 공동체를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 혹독하게 경험했다. 차별은 소수자들의 삶만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 누구의 삶도 나중으로 밀려날 수 없으나, 누구라도 가장자리로 내몰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불안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필요를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88.5%,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론조사에서는 87.7%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했다는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차별금지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평등사회로 가는 길, 이제 정치만 남았다. 국회는 들으라. 지금이야말로 혐오에 휘둘리며 인권을 거래한 과거의 오욕을 씻을 기회다. 평등을 염원하는 민심을 사로잡을 적기다. 평등에 협상은 없다. 비겁하지 말라. 시대의 준엄한 요구를 받들어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헌법이 보장한 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라. 그것이 ‘일하는 국회’를 자처한 21대 국회가 응당 해야 할 책무다.

우리는 오늘부터 정기국회 개원 전인 8월 31일을 차별금지법 제정에 합류할 마지막 기한으로 선포한다. 앞으로 60일 동안 21대 국회 전원의 발의 동참을 위한 집중행동에 돌입할 것이다. 전국 각지의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자리에서 권리를 외치고 평등을 선언할 것이다. 더욱 시끄럽고 소란스럽게 한국 사회를 차별금지법으로 뜨겁게 달굴 것이다.

평등이 오고 있다. 모든 국회의원은 차별금지법 발의에 이름을 올려라. 평등에 합류하라! 시대의 열망에 응답하라! 발의에서부터 제정까지 21대 국회에서 새 역사를 쓰자! 차별금지법 제정하여 평등 사회로 함께 나아가자!!

#대세는_차별금지법이다 #평등에합류하라! #발의부터_제정까지 #21대국회는_시대의열망에_응답하라!

2020년 7월 2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1337fd4cc4@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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