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종합계획(’21~’23),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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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의 민중생활보장위원회가 2020년 7월 3일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가난한 사람들의 민중생활보장위원회가 2020년 7월 3일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 “중생보위, 생계급여 현실화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하라”
  • 박능후 장관 “우리가 가는 길 같다” 부양무의자기준 완전폐지, 또 약속
  • 7월 말 60차 중생보위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 여부 결정

[더인디고 조성민]

“한 달 52만원으로 한 평 남짓 주거비내고, 물세, 전기세 내면 하루 세끼를 6천원으로 해결한다. 그럼 이게 목숨 유지비이지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유지하라는 최저생계비냐?”
“노점에서 재봉틀로 먹고 살다가 철거로 쫒겨나 수급자가 됐다. 아들과 딸이 결혼해서 따로 살며 연락도 안하는데 다시 수급자를 박탈하면 어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지난 3일 오후 2시, 59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 회의가 열리던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입구에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 수십 여 명이 기자회견을 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관계자 및 전문가 등 중생보위 참석자들에게 ‘기준중위소득 적정인상’ 필요성과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알리기 위해서다. 매년 중생보위에서는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한다. 이때 인상률 결정 등은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수준 현실화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7월말로 예정된 60차 중생보위에서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에 중위소득 증가율 정도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가 담기느냐가 관건이다.

올해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한지 20주년 되는 해이자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느냐가 판가름 나는 해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임기 3년이 지나는 동안 현재, 주거급여에서만 폐지가 되었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단계적 완화만 이뤄졌다.

▲‘박경석대표와 이형숙 공동집행위원장이 박능후 장관에게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요구에 이어,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회의 시작 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호텔 입구에 다가서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이형숙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이하 3대적폐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기준중위소득 인상과 부양의무자기준폐지 약속 이행 촉구와 함께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 면담요청’을 박 장관에게 대신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부양무의자기준 완전 폐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서로 가는 방향은 동일하다. 약속한다. 그러나 시기가 문제인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경석 대표와 이형숙 공동위원장은 “‘제2차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담겨야 하는데, 이번 안건에 없다. 7월말에 열리는 차기회의에 의료급여까지 포함시킬 것”을 주문하자, 박 장관은 “약속하겠다.”고 답한 후 회의장에 들어갔다.

59차 중생보위 회의가 열리는 동안, 호텔 밖에서는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이하 기초법공동행동)과 3대적폐공동행동은 ‘기준중위소득 적정인상을 통한 생계급여를 현실화할 것’과 ‘생계,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 하루 평균 식대, 6,650원… 52만원이 사회안전망? 기준중위소득 적정 인상을 통해 생계급여 현실화하라!

손피켓/사진=더인디고

빈곤사회연대에 따르면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수급자의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결정하는데, 최근 3년 동안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은 평균 2%에 불과하다. 이는 2015년 기초법 개정 이전 최저생계비 평균인상률 3.9%, 개정 후 기준중위소득 평균인상률 2.25% 보다 낮은 수준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알리고자 발언에 나선 세븐 홈리스야학 학생은 “최저생계비는 최저 생존만 강요하고 있다. 1인가구 52만원의 생계급여로 주거비 내기도 턱없이 부족한데,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누리라고 한다.”며 오히려 “사회 안전망이 아닌 가난의 포획망이며, 타인의 삶을 제멋대로 짓누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생계급여 현실화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는 홈리스야학 학생 한음과 세븐(좌), 추경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우)/사진=더인디고

한음 야학 학생도 “한 달에 장애수당과 생계급여로 약75만 원을 받는데 주거비와 관리비, 생활비를 다 떼고 나면 겨우 10여만원 남는다. 365일 이런 생활을 반복하니 눈물이 나고 서럽다.”며 “아무리 발버둥치구 애써 봐도 기초수급자들은 다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울분을 터뜨리면서도 “우리의 목소리가 정부와 중생보위 관계자에게 꼭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경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도 “잠만 자는 한 평 남짓 공간도 월30만원, 그런데 월52만원으로 방세, 전기세, 수돗세 내고 나면 겨우 평균 6천원으로 밥을 먹고 살라고 한다.”며 “비장애인 기준으로 먹고 자고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는 최소비용도 200만 원 이상이라고 하는데, 좋은 호텔에서 회의하는 중생보위 관계자들은 우리는 겨우 목숨만 유지하고 살라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이러한 원인을 정해진 예산에 기준중위소득을 짜맞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기초법공동행동이 전국 30개 수급가구의 가계부를 분석한 결과 하루 식대가 6650원에 불과했다.”며, 이는 “2017년부터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되면서, 지난해는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했어야 했다. 그러나 중생보위에서 이를 중간값으로 결정하다 보니 2.94%라는 낮은 수준의 인상률이 결정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고려한 것이 아닌 정해진 예산에 맞춰놓고 인상률을 결정하기 때문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왜냐고? … “연락 안 하는 엄마 있다고, 수급자 안 돼”…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2012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 농성’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으로 채택했고, 박능후 장관도 약속했지만 진전된 것이 없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실제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후 현재까지 수급자는 31% 증가했지만, 생계급여와 주거급여에서는 1% 내외의 차이에 불과하다.

▲2018년 9월 & 2020년 4월 급여별 선정기준 / ⓒ 빈곤사회연대

관련하여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수기공모 심사를 맡은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가 당시 대상을 받은 작품을 소개했다.

김경희 간사는 글쓴이(엄마)가 1년여 동안 협의 이혼과정 동안 5살 아이를 책임질 당시에는 남편 때문에, 이혼 후에는 친정아버지와 통화만으로도 부양의무자기준에 적용되어 수급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을 전했다. 글쓴이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식당 서빙 일을 하면서도 아이 병원비를 비롯해 양육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아이를 볼 때마다 나쁜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사진=더인디고

그러면서 김 간사는 “글쓴이의 수기 중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받아야 할 혜택을 못 받는 사람이 저 포함 많이 있다면, 그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힘듦도 더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저는 아이를 선택했지만, 그럼에도 쉴 새 없는 거절과 쉽지 않은 일자리로 나쁜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니기에 제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으면 좋겠다. 가족이 짐이 되는 일이 없어지도록, 나쁜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 폐지가 되기를 바란다.’는 부분이 가슴에 와 닿았다.”며 “국가가 시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가난한 사람을 더욱 죽음으로 내몰거나 종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불평등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줄이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번 2차 종합계획에는 반드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필요성을 주장하는 발언자 대부분의 이유는 연락도 안되는 아들, 딸 아니면 부모였다.

▲이형숙 3대적폐공동행동 위원장(좌),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사진=더인디고

이형숙 3대적폐공동행동 위원장은 “2017년 박능후 장관이 광화문 농성장에 처음 찾아와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했고, 또 매년 만날 때마다 그리고 오늘도 (박 장관은)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며 “기준중위소득 인상과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경석 대표는 “박능후 장관이 아무리 약속한다고 해도 기재부 결정이 중요하다.”면서 기자회견 도중 기재부 사무관과 접촉한 결과를 언급했다. 박 대표는 “7월 20일이 포함된 주(넷째 주)에 기재부 국장과 만나기로 했다. 이때 대통령도 약속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2차 종합계획에 넣을 것인지 여부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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