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의 창문너머] (2)장애를 갖고 있는 것은 과연 사람일까?

장애는 개인의 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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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이문희 논설위원] 장애가 질병이라는 국제질병분류(ICD)는 6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 중심의 장애인당사자단체에 의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75년 12월 9일 국제 연합 제30차 총회에서 ‘장애인권리선언’이 만장일치로 채택된다. 비록 강제력은 없지만 이 선언이 갖는 의의는 장애인 문제는 복지가 아닌 인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국제 사회에 선언한 것이다.

이문희 논설위원

이 선언은 장애인들이 다양한 활동 분야에서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경제·사회적 생활 보장과 품위 있는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여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13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첫 번째 조항이다. 장애에 관한 정의를 새롭게 명시한 것이다.

“장애인”이라는 개념은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신체적 능력이나 정신적 능력에 결함이 발생함으로써, 자신 스스로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전혀 갖출 수 없거나 부분적으로 갖출 수밖에 없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장애인권리선언 제1조)

이러한 정의의 골자는 ‘장애는 개인의 결함’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정의가 ICD의 ‘장애=질병’보다는 진취적이었다. 장애인권리선언이 UN 차원의 장애인 인권보장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장애를 개인의 결함으로 보았기 때문에 장애인당사자들은 이에 반발하게 된다.

이러한 장애정의가 유엔에서 제시되자 일 년 만에 영국의 장애인단체인 UPIAS (Union of Physically Impaired Against Segregation)는 장애인권리선언이 여전히 장애를 개인의 결함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을 비판하였다.

UPIAS가 1976년에 장애와 빈곤에 관하여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장애의 기초원리’(Fundamental Principles of Disability’)라는 문건에서 ‘장애’를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우리의 관점으로는 사회가 신체적으로 손상을 사람들이 장애를 갖도록 만든다. 장애(disability)는 사회에서의 완전한 참여로부터 불필요하게 격리되며 배제되는 것으로 우리의 손상(impairments)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다.’

UPIAS가 제시한 이 정의는 ‘손상’과 ‘장애’를 분리하였고, 장애는 손상 때문이 아니라 차별과 배제로부터 발생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차별과 배제로 인해 장애인의 참여가 불가능하게 된 사회로부터 발생된다고 보았다. 장애 발생의 관점을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전환시킨 것이었다.

45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장애 발생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안타깝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장애의 원인을 개인의 손상으로 보고 개인과 그 가족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로 보는 70년대의 경향이 남아있다.

그 때문에 부양의무제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듯이 현재 시행되는 장애인정책들에서 장애인이 갖는 문제는 개인과 가족이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장애인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생존권 등 여러 문제는 국가가 해결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외면당하는 삶의 현장에서는 인권 문제가 발생한다. 장애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우리 사회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따뜻하고 깊은 통찰을 통해 장애인 인권을 위한 다양한 정책활동과 자문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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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38967e007b@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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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chgil
4 years ago

잘 읽었습니다.

gukmo72@gmail.com'
leevom
4 years ago

장애인이 갖는 문제는 어쩔 수 없이 그 개인과 가족이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쭉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문제, 인권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인식전환하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