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승강장 단차 차별구제 소송 1심 패소… 죽어야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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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대화행) 6-1 단차
3호선 충무로역(대화행) 4-3 단차 /사진=원고소송자료
  • 법원, ‘간격규정’ 이전 역사에 소급 불가… 정당한 편의제공 내용도 법에 명시돼야?
  • 원고 측, “매일 죽음의 사선, 12cm 넘나드는 동안 국가는 지켜만 볼 건가“
  • 장총, 장총련, “법원 판결은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의무 무력화… 항소할 것”

[더인디고 조성민]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연단 ‘간격’ 및 ‘단차’를 이유로 차별구제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서울교통공사(이하 교통공사)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7월 ‘장향숙 씨와 전윤선 씨(이하 원고)’는, 지하철 단차 등으로 인한 피해를 알리고 휠체어 이용자 안전에 무관심한 교통사업자에 경종을 울리고자 ‘교통공사’를 대상으로 장애인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송은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3호선 충무로역의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연단 간격이 10센티미터를 넘거나 연단의 높이(단차)가 1.5센티미터를 초과하는 시설을 방치하는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이뤄졌다. 해당 신촌역 3-2(홍대입구 방면)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은 12센티미터, 3호선 충무로역은 6-1번 (대화 방면) 또한 12센티미터였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 제48조 ‘법원의 구제조치’ 제2항에 의거, 장애인 승객의 사고를 방지하고 안전 발판 등 정당한 이동편의 지원을 위한 장비 설치와 동법 제46조 ‘손해배상’ 제1항에 의거, 원고에게 각 500만 원씩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도 제기했다.

3호선 충무로역 4-3 단차
서울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대화행) 6-1 단차 /사진=원고소송자료

더불어 ‘도시철도건설규칙(도시철도규칙)’ 제30조의 2 제3항은 ‘차량과 승강장 연단의 간격이 10센티미터가 넘으면 안전발판 등 승객의 실족 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도시철도 정거장 설계지침’은 ‘지하철 차량 바닥면으로부터 승강장 연단의 높이 차이가 1.5센티미터 이내’임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 소급 적용 불가에 이어 차별 근거 없고, 있더라도 교통공사는 ‘정당한 사유’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된 ‘간격규정’은 2004년 12월 ‘건설교통부령’으로 처음 신설된 바, 그 이전에 준공된 역사에는 소급 적용이 어렵다고 판결했다. 신촌역은 1984년, 충무로역은 1985년에 각각 준공됐다.
당시 ‘간격규정 시행 당시 건설되었거나 건설 중인 도시철도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경과규정’을 두었다. 이후 도시철도규칙이 몇 차례 개정되면서 2010년 10월 개정 때는 관련 경과규정 등 부칙을 두지 않았다. 이를 두고 원고 측과 법리적 다툼이 있었지만 법원은 당시 부칙의 효력을 인정한 셈이다.

법원은 또 ‘안전발판’ 등의 설치 여부가 차별의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동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시행령에 의하면, 도시철도차량이 제공하여야 하는 편의 내용에 ‘휠체어 승강설비’가 제외되어 있다. 또 도시철도 역사에는 공사가 제공해야 할 정당한 편의 내용을 규정하면서도 ‘안전발판’ 등 시설 기준 및 제공 방법 등에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정당한 사유’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공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설사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차별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장차법 제4조 ‘차별행위’와 관련하여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차별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공사 측이 지금까지 해왔던 편의제공 노력, 예를 들면 ▲2019년까지 전체 곡선 승강장의 절발 가량인 1310개소에 안전발판을 설치 ▲2016년 감사원의 안전성 검증에 따른 추가 설치 보류 ▲신촌역, 충무로역 등 일부 고무발판 설치 ▲직원들의 이동식 발판 서비스 도입 등을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 것이다.

원고 측, “정당한 편의제공 폭넓게 해석해야항소한다

원고와 함께 당시 소송을 주도했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 그리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측도 당장 항소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재현 한국장총 정책홍보국장은 “소급 불가라고 판단한 것은 국가와 공공기관은 접근성에 대해 어떠한 개선 없이 그대로 방치해도 좋다는 것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올해 3월 교통약자법 시행령 ‘대상 시설별 이동편의시설 종류’에 단차와 시설 설비 등까지 다 포함되어 있는데, 장애인 인권감수성이 전혀 없는 재판부가 공사 측 입장만 반영해 한 줄로 기각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용석 장총련 실장은 “법원이 정당한 편의제공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했다. 장차법 제4조에서 ‘과도한 부담’과 ‘현저히 곤란한 사항’이라는 이중적 면제 사유를 인정한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이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가급적 즉각 이행해야 한다는 조항과 충돌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1심에서 포기한다면 정당한 사유에 대한 좋지 않은 판례를 남길 수 있기에 장애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건이자 동 법 개정까지 함께 고민할 문제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고 당사자인 전윤선 씨도 전화 통화에서 “일부 역사에서 이동식 발판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장애인 탑승 위치 표시가 역마다 상이한데다 들쭉날쭉한 지하철 간격 및 단차 현황으로 인해 오히려 지하철 이용에 혼선을 더하고 있다. 그런데도 공사가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고 있다고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공사와 재판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휠체어 바퀴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에 끼는 사건이 다반사다. 개인적으로 바퀴가 턱에 걸려 오르지 못하고 내 몸만 튕겨져 지하철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경험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 장애인들이 매일 숨어있는 단차를 넘나들다 결국 누군가 죽어야 국가가 나설 것인가!”라며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항소 의지를 밝혔다.

앞서 지난달 10일, 서울고등법원은 지체장애인 5명이 신길역 등에 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서울공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기각했다. 하지만 법원은 차별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교통공사와 시장이 이미 승강기 설치에 관한 기본 및 실시 설계 용역을 도급하였기에 장차법상의 적극적 조치 이행은 명하지 않기로 한다고 기각 사유를 밝힌 바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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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aade9236af@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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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d-cil@naver.com'
이우연
3 years ago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격입니다.
장애인의 권리마져 져버리는 제판부에 화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