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목숨 건 사투(死鬪), 희생자 기다리는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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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신길역, 전동차가 멈춰 서면 승강장 아래에 설치해둔 발판이 자동으로 올라오는 구조다. /사진=더인디고
  • 정당함이란 제공자가 아닌 소비자가 느껴야 하는 것

#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은 1984년 준공되어 개통되었고, 같은 역 홍대입구역 방면 3-2번 승강장의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은 12cm이다. 원고 장OO은 2019. 4.30. 위 승강장에서 하차를 하던 중 휠체어의 앞바퀴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에 끼는 사고를 당했다.

28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은 지난해 7월 서울교통공사(이하 교통공사)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이하 법원)에 ‘장애인 승객의 사고를 방지하고 정당한 이동편의지원을 위한 안전발판 등 설비를 설치’하라는 차별구제 소송에 패소한 것과 관련 성명을 내고 항소한다고 밝혔다.

장총은 해당 사건의 원고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함께 항소를 결정하고, 지난 7월 27일 항소장을 접수했다.

앞서 서울지하철 신촌역, 충무로역은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연단의 간격이 10 cm를 넘거나 그 높이 차이가 1.5 cm를 초과하는 부분이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지난 7월 8일 교통공사의 편을 들어 이 사건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본지 기사 ‘서울지하철 승강장 단차 차별구제 소송 1심 패소… 죽어야 바뀌나!(https://theindigo.co.kr/archives/7351)’ 참조

장총에 따르면 법원은 도시철도건설규칙의 위반 여부에 대해 ‘오래된’ 이 역사들은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니며, 심지어 설계지침 시행 이후 개량 사실 주장에 대해서도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추락사건으로 중증장애인의 본격적 이동권 투쟁이 시작되었고 이후에도 수많은 전철, 지하철 관련 사건사고와 희생, 그에 따른 뒤늦은 대응이 반복되어왔다. 장총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이동 문제에 과연 ‘소급’을 운운하는 것이 법원과 교통공사의 역할인가, 누구에겐 12cm가 내딛기에도 무서운 절벽이란 걸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가라며 반문했다.

또한, 법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은 교통사업자가 제공하여야 하는 편의의 내용을 규정하면서도 원고들이 적극적 시정 조치로 구하는 안전발판 등 설비는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정당한 편의제공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장총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의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에 따르면 승하차 지원이 있다.”며 “차량과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나 높이의 차이 등을 해소하기 위한 시설제공 등 교통약자의 승하차를 도와주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행 장차법은 ‘현저히 곤란한 사정’과 ‘과도한 부담’이란 이중적 사유로, 장애인 차별구제에 면죄부를 준다.”며 “이번 판결에서도 법원은 충무로역에서 시행 중인 원스탑케어 서비스와 교통공사가 시행 중인 안전 승강장 위치안내 앱, 이동식 안전발판서비스 등을 들며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마다 다른 안전승강장 위치에 낙담하며, 불안한 이동식 발판을 이용하기 위해 수십 여 분을 기다려야 하는 서비스가 정당하다는 것인가”라며 “정당함이란 제공자가 아닌 소비자가 권리로 느끼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결문에서 법원은 “설령 피고가 이 사건 지하철역 승강장 연단에 안전발판 등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2016년경 감사원이 자동안전발판의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실제 설치를 더 진행하지 못한 점과 해당 역사에 고무발판 설치 시 위험과 안전상 우려 외 달리 설치할 사유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장총은 “감사원의 의견이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교통약자에 대한 정당한 조치 의무와 차별 발생 판단에 근거 잣대로 해석될 수 있는 선례”라며, “고무발판 이외의 추가적 시공기법에 대한 검토 노력조차 하지 않는 부끄러운 민낯으로 남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 소송의 또 다른 원고 전 씨는 “바퀴가 턱에 걸려 오르지 못하고 내 몸만 튕겨져 지하철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경험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며 “장애인들이 매일 숨어있는 단차를 넘나들다 결국 누군가 죽어야 국가가 나설 것인가!”라며 언론을 통해 울분을 토했다.

장총은 “항소를 결정하고 장애인당사자와 단체, 언론, 국회까지 그 연대를 넓혀갈 것이다.”고 전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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