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를 말하다] 고등교육 진입에 대한 지속적인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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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 윤은호의 ‘왜 자폐당사자는 죄송해야 할까?’ 다섯 번째 이야기
윤은호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 = 윤은호 집필위원] 지난 (네 번째)글에서 자폐당사자를 우리나라 정부가 체계적으로 차별하고 있다는 말을 대뜸 꺼냈다. 차별이라는 말을 쓰면서도, 그 말이 현재의 상황을 묘사하는 데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늘 고민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소위 ‘역차별’ 논란 때문이다. 해당 주장들이 그들의 감성에 의해 나온 표현이지만, 동시에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유효하지 않은 주장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직시하면서, 앞으로 펼쳐나갈 ‘체계적인 차별’에 대한 설명도 이러한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는지 항상 반성해 나가고자 한다.

자폐당사자에 대한 차별은 크게 세 영역에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던 불평등한 등록기준 및 미등록자에 대한 정책 배제를 통한 차별, 두 번째로 고등교육 진입에 대한 차별, 세 번째로 취업에 대한 차별이다. 이 글에서는 고등교육 진입에 대한 차별을 다뤄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중등교육이다.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오전 8시 이전에 ‘등교’하다 일부 교육청의 9시 등교 제도화와 수업시수 완화로 수업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수업 이후에도 학생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밤 9시에서 10시까지 야간타율학습 등이 진행되고 있고, 엄격한 생활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생애주기 내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끼치는 영향력은 더 이상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수능이 비록 2005학년도부터 대폭 개정되면서 사회탐구·과학탐구 동시 공부 부담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몇 년 지나지 않아 재개정되어 인문계 학생들이 실생활 활용도가 낮은 수학 Ⅱ 지식으로 대학 진학 여부를 측정 받는 등 학습 부담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한 번도 시험 형태가 개정되지 않으면서 매년 출제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학습 자료로 쌓여 갈수록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높이고 있다.

특히 2005학년도부터 도입된 표준편차를 바탕으로 한 상대평가제도는 1등급 컷을 4%로 설정해 ‘한 문제만 틀려도 3등급’이라는 부담감을 높이면서 변별력 논란을 일으켰다. 그 결과 매년 난이도가 상승하면서 외국인도 치르기 힘든 영어시험 등을 보아야 했다. 수학능시험 이후 일상생활에서 하나도 활용되지 않을 지식을 위해 3년의 세월을 낭비해야 하는, 극도의 난이도를 갖춘 평가로 수능을 전락시키는 데 큰 작용을 한 것이다.

이러한 극한 경쟁 속에서 장애인이 일반교육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장애인이 통합교육을 받아 고등교육에 진학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 그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지원해주는 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대한민국은 장애인이 통합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니 상황 파악부터 하고 있지 않다. 얼마 전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교육부에 다음 사항들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넣었다.

정신장애·지적장애·자폐장애인 및 정신적 미등록 특수교육 대상자의 2000년도~2019년도 중등교육, 고등교육(전 대학원 포함) 입학, 재학, 졸업자수(단, 고등교육의 경우 미등록 특수교육대상자 출신자수가 파악 불가능한 경우에는 제외)
2000년도~2019년도까지 등록장애인 및 정신적 미등록 특수교육대상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현황
2000년도~2019년도까지 등록장애인 및 정신적 미등록 특수교육대상자 대상 중등교육기관 내 장애 유형별 학교폭력 신고 현황 및 장애유형별 폭력 가해자 처리 현황

공개 청구 요청을 하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교육부에서 한번 전화가 온 이후에 결과가 나왔다. 정보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해당 정보는 ‘현재 교육부에서 미생산·미접수된 정보, 정보의 취합가공 등 별도의 작업이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란다. 등록장애인들이 얼마나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얼마나 응시했는지의 수를 확인할 수 없으니 장애 세부유형에 따른 모든 장애인들의 대학 진학 정책이 합당하게 펼쳐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장애 통합교육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점을 엿볼 수 있는 정책인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활성화 방안〉이 작년 11월 21일, 발달장애인법 시행 4주년을 맞아 발표되었다. 이 활성화 방안은 2018년 12월 발표된 〈장애학생 인권보호 종합 대책〉의 후속작이다. 특히 발표 당시 장애학생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통합교육 및 고등교육 진학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특수교육을 중심으로, ‘취업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저임금 일자리로의 연계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학에 도전하는 ‘장애학생’의 현실을 무시하기 어렵겠다 싶었던지, ’21년 사업에 ‘장애학생 대학 진학에 대한 정보 제공 가이드북’을 하나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가이드북에 따라 대학교에 진학한 장애학생이 졸업 이후에 어떻게 취업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는 애써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교육부 외(2019),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활성화 방안〉

그러나 올해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자폐등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특수학급이 아닌 통합학급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등록 자폐당사자가 여전히 존재한다. 1학년이 45명, 2학년이 42명, 3학년이 62명이었으니, 이들 중에서 절반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친다고 해도 매년 20~30명 이상의 자폐당사자들이 고등교육에 도전하는 셈이다. 여기에 미등록 장애인 사회소통장애 당사자는 1학년 41명, 2학년 26명, 3학년 17명에 달하며, 중학교에서는 그 수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고등교육에 도전하는 자폐성장애인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비장애학생과 동일한 기준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해야 한다. 계속해서 교육부가 보이지 않는 장벽을 설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에 따르면 시험편의 제공 대상자의 유형은 청각장애, 시각장애, 뇌병변 등 운동장애뿐이다. 매년 시험을 치루면서도 왜 15개 장애유형 중에서 이 3개 유형만 시험에 편의를 제공하는지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그 때문에 정신적 장애인들은 그동안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동일하게 시험을 치러야만 했다.

이러한 한국교육의 지속적인 장애 차별은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까?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24조를 교육에 할애하고 있다. 24조 1항은 장애인이 교육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특히 모든 수준에서의 통합적인 교육제도를 보장할 것을 당사국에 요구한다. 또한 2항은 당사국이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일반 교육제도에서 배제되지 아니할 것을 보장하고(a), 일반 교육제도 내에서 필요한 자원을 제공받을 것(d), 학업과 사회성 발달을 극대화하는 환경 속의 완전한 통합을 위한 효과적이고 개별화된 지원(e)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부는 발달장애인이 통합 교육제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작년 3월 8일 공개한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2-3차 병합 국가보고서 149항에서 “장애유형 및 특성을 고려한 교육환경의 한계로 인해 장애아동을 둔 가족의 특수학교 설치에 대한 요구가 있으며, 장애유형에 따른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특수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가지 물어보자. 장애학생의 고등교육을 부정하는 교육이 어떻게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이 될 수 있는가? 같은 보고서 151항에 따르면 ‘완전통합학급 등 다양한 형태의 특수교육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활성화 방안’에서 보다시피 완전통합학급에서는 어떠한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이 대학에 들어가면 학업에 오히려 더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편견에 근거한 주장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재까지 대학에 진학한 자폐당사자들이 보고하는 내용이다. 이유는 자폐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선호에 있다. 선호기반 접근은 자폐당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성 중재에도 활용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수학능력에 맞는 학습을 통해 학습 부담을 줄이고, 전문성을 함양하는 데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이화여대 이소현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대학에 진학한 자폐당사자들은 대학 진학 이후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만끽하는 등 삶의 질 향상 또한 누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저자의 박사학위 연구 결과에서도, 다른 연구들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조차 대학 진학 자폐당사자가 늘어나고 있고, 대학원 진학자도 존재하는 마당에 왜 정부는 자폐성 장애인들의 대학 진학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이를 방해하는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것일까? 이것을 살펴보기 위해, 다음 시간에는 학교와 성인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이 가지고 있는 슬픈 연결고리-학교폭력과 갑질, 회사 내 폭력을 연결하고 있는 사회성-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그전에 교육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자. 일단 대학입학시험의 난이도를 낮추고, 장애인도 통합교육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생각을 촉진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에 온 학생들 모두가 대학교육에 필요한 사고 능력, 자신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개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과거의 산업화 시대에는 올바른 방향이었으나 지금은 그것이 틀리다는 것을 모두가 깨달아가고 있다.

이런 식의 대학선발 과정에서 빚어지는 해프닝도 있다. 미대에서는 입시미술로 치열한 경쟁을 겨우 통과한 학생들에게 1년 동안 ‘입시물 빼기’ 교육을 시킨다. 작년 한 대학교 입시에서는 그림 주제로 ‘입시미술’에서 아예 상상도 하기 힘든 주제가 나오기까지 했다. 그동안 배웠던 정답을 지우고, 세계 모두가 경쟁할 수 있는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입시물 빼기 교육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학교 진학이 이뤄진다면, 미대생들은 1년 동안 더 창의성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창의 산업과 문화예술 또한 그만큼 더 발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저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가?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 수능평가를 통한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일각의 주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창의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4차 산업시대, 뉴노멀 시대를 살아나가야 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래 발전을 위해서라면 물론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수능과 공무원시험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냐”는 질문도 있겠으나, 현재의 경쟁 교육 자체가 장애인을 통합교육에서 제외해 국제법을 위반하는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누군가는 이 최악의 교육을 뒤집어 엎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특수교육이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는 장애교육의 현실은 우리나라 교육의 현상과 결과에 직결되어 있다. 모두가, 특히 장애인이 평등하게 접근할 수 없는 교육 현실이 해소되지 않는 한, 장애인의 동등한 교육 참여는 이뤄질 수 없다. [더인디고 The Indigo]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초빙교수] 한국의 첫 자폐 연구자이자 지식생산자로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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