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강장 간격 12센티, 장애인에겐 죽음으로 향하는 틈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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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대화행) 6-1
서울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대화행) 6-1 단차 /사진=원고소송자료
  • 법의 이름으로 판결한 정당한 차별, 장애인 당사자의 안전한 삶을 위협한다

[성명]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_7.29

이 땅의 법원은 또다시 장애인 차별을 정당화하는 판결(서울동부지법 제14민사부 사건 2019가합 108198 차별구제청구, 재판장 박미리)을 하였다.

처연하고 부끄럽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에서 여전히 장애인 당사자들은 열차와 승강장 단차에 걸려 넘어지고, 간격에 휠체어 바퀴가 걸려 고꾸라지는 상황을 법원은 개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하고 싶은 장애인 당사자의 염원을 ‘법의 이름’으로 무참히 짓밟았다.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의 12센티, 그 한 뼘의 간격이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어쩌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덫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법원은 외면했다. 비장애인들은 한 걸음이면 족히 건널 수 있는 그 12센티의 간격에 장애인 당사자들은 목발이 빠져 고꾸라지고 휠체어 바퀴가 끼여 몸이 튕겨져 나가 지하철 바닥에 나동그라져도, 또 그 사이 지하철 운행이 멈추는 아찔한 상황이 반복되어도 법원은 ‘법의 이름’으로 ‘차별’의 정당한 사유라고 판결하였다.

옹졸하고 민망하다

대한민국 법원은 ‘간격규정’은 2004년 12월 ‘건설교통부령’으로 처음 신설되었지만, 신촌역은 1984년, 충무로역은 1985년에 각각 준공되었기에 소급 적용이 어려우며, ‘안전발판’ 등의 설치 여부도 차별의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가 법(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과 교통약자법)에 도시철도차량이 제공하여야 하는 편의 내용에 ‘휠체어 승강설비’가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며, 더욱 어이없는 것은 그 법적 근거가 설사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차별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장애인차벌금지법 제4조에서 규정한 이른바 차별해제 조건인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차별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결하였다.

그렇다면, 오히려 서울교통공사에 묻겠다. 공사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대체 무엇인가?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지향하고 책임져야 할 공사가 얼마나 곤란한 사정이기에 고작 12센티의 간격에 휠체어 바퀴가 빠져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장애인 당사자가 승강장 바닥을 나뒹구는 위험한 현실을 외면한 채 현저히 곤란한 사정을 운운하는가? 그렇다면 누군가 죽고, 여론의 비판이 있어야 ‘현저히 곤란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개선에 나설 참인가? 그 주장이 참으로 옹졸하고 민망하기까지 하다.

서울 시민 어느 누구도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어쩌면 다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 또한 한 사람의 시민이기에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사회가 공정한 사회인 것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법의 이름’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250만 장애대중의 이름으로 이번 판결을 규탄하고, 나아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물론 모든 장애인단체, 국회 등과 연대하여, 지하철 승강장 간격 12센티가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죽음으로 향하는 틈새인 현실을 각종 언론을 통해 고발하고 개선에 앞장 서 나설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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