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Young의 쏘Diverse] 평등은 모두를 위한 것

INCLUSIVITY 포용성, 포용정책
포용성 inclusivity ⓒ픽사베이
  • UN CRPD와 사회이슈 ⑤_제5조 평등과 비차별, 모두를 위한 평등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김소영 집필위원] 언젠가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그 친구는 “너 페미니스트야?”라고 물었다. 나는 페미니즘은 성별을 이유로 역할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현실을 양성평등으로 새롭게 만들자는 이론이라는 평소 생각대로 “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은 없을걸.”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내가 그 책을 읽는 이유는 성별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받았을 때 어떤 논리로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두기 위함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자 친구는 의아한 표정으로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그럼 너 ‘남혐’이야?”

얼마 전, 장애인 콜택시 관련 회의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 택시 운전기사, 택시 운영 지방자치단체 관계자가 모여, 콜택시 이용과 운영의 애로사항을 나누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한창 논의가 이어지던 중, 운전기사를 대표하는 참여자가 문제를 제기했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용자들의 콜택시 탑승을 거부해도 되는지 여부였다. 대중교통 및 다중시설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당연히 마스크 사용을 거부하는 이용자는 탑승을 거부해도 좋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이용자가 발달장애인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낯선 것을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장애 특성을 고려한다면,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발달장애인 탑승을 거부하는 행위는 차별에 해당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발달장애인을 태우는 것은 운전기사와 다음 승객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 장애의 특성을 인정하기 위해서, 운전기사나 다음 승객이 감염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장애인의 신체적 자유와, 운전기사와 다른 승객의 안전권, 생명권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딜레마였다. 그런데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아크릴 판으로 운전기사와 탑승자의 공간을 분리하고, 발달장애인 승객이 하차한 이후에 철저히 환기하고 소독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인권의 총량은 정해져 있지도 상충되지도 않는, 윈윈이다

A의 권리와 B의 권리가 부딪치면 A나 B 중에 한쪽이 희생하지 않는 한 원만한 해결이 어려운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권이란 한정된 몫이어서, A와 B, C, D….가 자신의 몫을 더 챙기기 위해 서로 싸워야 하는 것처럼 쉽게 오해한다. 하지만 틀렸다. 애초에 인권과 인권은 부딪치지 않을뿐더러, 인권의 총량은 정해져 있지도 않다. 장애인의 인권 수준이 향상된다고 해서 비장애인의 인권 수준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고, 여성의 인권 수준이 향상된다고 해서 남성의 인권 수준이 하락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인권은 누리면 누릴수록 함께 커지고 견고해진다. 인권은 윈윈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제5조(평등과 비차별)를 통해 “당사국은 장애를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 모든 이유에 근거한 차별에 대하여… 효과적인 법적 보호를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밖에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인종차별철폐협약 등 개별 인권 조약과 세계인권선언은 학력, 종교, 성별, 장애, 출신지역, 인종 등 그 어떠한 이유로도 인간을 차별해서는 안 됨을 천명하고 있다. 특히 모든 사람의 평등과 비차별을 위해 UN 회원국의 인권 실태를 검토하는 유엔인권이사회의 정례인권 검토에서 한국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도록 권고 받았다.

2020년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비롯한 10인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 등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하였다. 무엇보다, 어떠한 차별 요인도 배제되지 않아 모두를 위한,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 된 것은 더욱 괄목할 만하다. 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사회에 만연한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국가가 사회적 차별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이를 공론화하는 선언적 선포는 그 자체로도 의미를 지닌다. 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여성 등의 평등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평등을 위한 법임을 인지하고 제정을 위한 지지를 한뜻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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