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자의 색연필] ‘연대’가 만드는 더 나은 세상 2부-사회적경제 조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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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김민석・여미영] 

김민석
김민석 더인디고 집필위원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코로나19, 건강, 취업, 인간관계, 재력 등 모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대답도 다양할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위기와 어려움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이 또한 다양한 대답이 예상되는 질문이다.

다소 선문답 같은 이 질문에 먼저 고민하고 예측한 곳이 있다. 바로 세계경제포럼(WEF)이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전 지구적인 위험에 대한 리포트’에는 우리가 당면한 장/단기 위협 요소를 순위별로 나열하고, 기업 자체의 생존을 위해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지속가능경영이 얼마나 주요한 이슈인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수준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만든 환경경영시스템 및 심사, 평가에 대한 규격인 ISO 14000 시리즈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표준인 ISO 26000 등을 포함하여, 기업의 신뢰성을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사회책임투자라고 불리는 SRI(Sustainable and Responsible Investment),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분야에 중점을 두어 평가하는 탄소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 S&P 다우존스와 Robeco SAM 사가 함께 TBL(Triple Bottom Line) 관점으로 평가하는 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Clean capitalism을 지향하는 Corporate Knights가 여러 파트너사와 체결해 제공하는 Global 100 index 등 수없이 많은 평가가 있다.

출처: 세계경제포럼 홈페이지, http://www.weforum.org/

그리고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Black Rock 또한 2020년 자신들의 투자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라고 선언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올해 5월 기준, 2020년 1분기에 나타난 시장 변동성 속에서 지속가능성 투자 전략의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결과로 비추어 볼 때 투자자 입장에서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또한 투자자뿐 아니라, 새로운 소비층으로 등장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일명 MZ 세대)는 이전 세대와 소비 패턴에서 조금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들에게 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영향과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이전 세대에 비해, 소비에 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고 하니, 최근 언론에서 지속가능성,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등의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지속가능성과 사회적경제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미 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와 환경, 거버넌스를 모두 생각해온 조직이 있다. 바로 ‘사회적경제 조직’이다. 사회적경제에는 다양한 형태의 조직이 있는데 국가와 시대마다 그 정의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2007년 7월에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을 근거로 보면,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구조를 양 날개로 삼고 운영되는 조직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회적경제는 취약계층, 지역사회, 더 나아가 동물과 환경, 생태계까지 다양한 대상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UN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 즉 사회적경제 조직은 그 설립의 근거에서부터 지속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초기 조직 목표와 미션을 잃어버리는 ‘미션 드리프트(mission drift)’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사회적경제에서는 기업의 생존이 곧 지속가능성 달성에 기여한다고도 볼 수 있다.

때로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농촌지역과 도시를 연결하며 농업유통 사업을 하는 ㈜생생농업유통의 김가영 대표는 어느 소셜벤처 토론회에서 “소셜벤처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좋아졌지만 사회문제의 해결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또는 실패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여전히 재무성과가 중시되고 이로 인해 현장이 위축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사회적경제 조직의 가치는 여타 기업과 달리 사회적 가치, 공익적 가치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이익의 질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가치가 높은 기업일수록 이익의 질이 향상되었고, 이때 사회적기업 가치 중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공익적 가치 역시 이익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적 가치가 뒷받침될 때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그 이익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은 당연한 것 같지만 동시에 어렵기도 한 것으로, 다시 한번 소중하게 생각되는 결론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사회적경제 조직

하나의 기업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나가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기업이 함께 한다면 가능할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시도 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도농 간 직거래 운동과 지역살림 운동을 펼치는 ‘한살림’, 스페인 빌바오의 혁신적 도시재생의 중심 ‘몬드라곤 협동조합’, 발달장애인 기업 ‘베어베터’, ‘오티스타’ 등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꿈을 꾸는 많은 동료가 있다. 이러한 조직의 치열한 고민과 실행으로 당사자의 삶과 사회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까지 함께 바꾸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 중 세계경제포럼에서 언급한 대표적인 위기 중 하나인 ‘기후 위기’에 집중한 사회적경제 조직은 어디일까? UN의 SDGs 중에서도 ‘기후 위기’는 우리 시대가 마주한 가장 시급한 위협이다. 기후 위기로 파괴되는 생태계와 환경의 문제에 더해, 기후 위기에 노출되는 빈곤계층의 삶은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더욱 취약하다. 때문에 종종 기후 위기는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로 명명되기도 한다. 따라서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일은 전 세계의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지역과 사회를 이뤄나가는 일의 시작이기도 하다. 아래 소개하려는 세 개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기후 위기와 지역 사회, 연대의 가능성을 한 걸음씩 실천해가는 조직으로, 작은 고민과 시도에서 출발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 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있다.

‘이노마드’, 텀블러 크기의 수력 발전기

이노마드는 언제 어디서나 흐르는 물만 있으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텀블러만한 크기의 휴대용 수력발전기를 만드는 소셜벤처이다. 이노마드의 박혜린 대표는 대학시절 떠난 인도 배낭여행 때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카메라를 좋아하는 한 인도 아이에게 디지털카메라를 선물하고 싶었지만, 충전할 곳이 없어 아이에게 카메라가 무용해지는 그곳의 환경을 보며, 어느 누구에게는 아주 적은 양의 전기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후 14년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꿈에 도전한 결과, 상대적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흐르는 물’을 통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휴대용’ 전력 발전기를 만들게 되었다.

출처: 이노마드 홈페이지, http://www.energynomad.com/

어느 오지에서도 누구나 쉽게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완성된 ‘우노’는 흐르는 물을 이용한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만들며 제품의 구성 또한 100% 재생가능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등, 제품의 형태와 내용에서 모두 친환경성을 담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은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의 대표 기업인 ‘파타고니아’와의 제휴로까지 연계되었다.

박혜린 대표는 전기가 부족한 아프리카와 인도에 진출하고자 계획한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는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교육과 기업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노마드로 전기가 공급되는 곳에서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어른들의 경제 활동도 생기게 될 것이다. 결국 이노마드로 다른 이의 삶이 바뀌는 것이다.

‘콘삭스(Corn Sox)’, 혁신은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양말처럼…

콘삭스는 친환경 섬유인 옥수수로 양말을 만드는 기업이다. 친환경 섬유로 양말을 만들어 환경을 보호하고, 수익금으로 세계의 가난한 국가들도 돕고 있는 춘천에 기반을 둔 사회적 기업이다.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은 지구 패션계의 메이저를 차지하는 트렌드이지만, 동시에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민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리사이클 및 업사이클 패션 제품이 늘어나고 오래 입고 오래 쓰는 소비를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패션의 소재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동물 소재의 모피나 가죽을 쓰지 않는 것을 넘어 소재가 천연인지, 닳고 헤어져 버려진 뒤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양말에 쓰이는 실 역시 대부분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화학섬유로 매립, 소각할 때도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반면 생분해되는 옥수수 섬유가 있다면 어떨까? 이러한 옥수수 섬유로 양말을 만들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줄이고, 식량이 절실히 필요한 지역에 옥수수 농장을 만들어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며 자립하도록 돕는 기업, 바로 이런 기업이 콘삭스이다.

출처: 콘삭스 홈페이지, http://cornsox.co.kr/

콘삭스는 한 개의 옥수수로 두 켤레의 친환경 양말을 생산하며 양말 판매 수익금을 통해 34개의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의 25개 농가에 옥수수 농장을 만드는 등 가난한 지역주민의 빈곤을 해결하고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인 ‘마리몬드’, 노숙인 등 도시빈민층의 심리적 사회적 자활을 돕는 ‘희망백팩’, 올바른 성생활을 위한 소셜 프로젝트 브랜드인 ‘바른생각’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있다. 콘삭스는 양말의 제조와 유통과정에서 환경 및 소비자에 주는 피해와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패션을 지향하며, 환경과 소비자에 대한 해악을 넘어 인간적인 작업환경, 빈곤문제의 해결, 지속가능한 공동체와 인류애의 창출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양말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일지 몰라도 변화와 혁신은 언제나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거든요. 저희 양말처럼요”라고 콘삭스의 이태성 대표는 말한다.

‘에코지아(Ecosia)’, 매일 나무를 심는 가장 쉬운 방법

“You search the web, We plan trees” 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한 에코지아(Ecosia)는 2009년 독일에서 설립된 검색엔진 기업으로, 검색 시 사용하는 구글과 같은 기업이다.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사용자가 에코지아에서 검색할 때 발생하는 광고 수익으로 전 세계에 나무를 심는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검색을 하지만, 그로 인해 나무가 심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자신의 PC 혹은 모바일에서 에코지아에 접속한 뒤 검색만 하면 되는데, 에코지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인 Bing과 연계되어 있어, 검색의 수준이 높고 7일 안에 모든 검색 정보를 파기하는 등 개인 정보 보호에 있어서도 엄격한 편이다. 검색창의 상단에는 사용자가 검색을 통해 몇 그루의 나무를 심었는지, 에코지아의 사용자가 몇 그루의 나무를 심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출처: 에코지아 홈페이지, https://www.ecosia.org/

에코지아의 CEO인 크리스챤 크롤(Christian Kroll)은 대학 졸업 후 네팔과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며 나무가 파괴될 때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이 황폐해지는 것을 본 뒤 나무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후 검색엔진을 통해 생기는 이익으로 전 세계 나무가 필요한 곳에 나무를 심는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에코지아 블로그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익 중 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 약 80%가 나무 심기에 사용되는데, 탄자니아, 우간다, 호주,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21개 지역에 나무 심기를 진행한 결과, 지난 7월 9일에는 1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성과를 거두었다. 나무가 심어진 뒤에도 지역의 상황을 블로그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리며, 지역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일상적이고 중립적이며 누구나 하는 ‘검색’이라는 행위를 통해 지구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인상적이며 놀라운 아이디어이다. 일상적인 검색마저도 가치를 만들어주는 에코지아, 매일 ‘가치 검색’을 하는 것은 어떨까?

연대와 호혜의 조직, 사회적경제

앞서 지속가능성을 환경과 사회, 경제라는 세 분야로 풀어, 결국 ‘연대와 호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나’를 넘어 ‘타인’까지도, 여기 말고 다른 지역, 다른 인종, 다른 생명체까지도 생각하는 힘,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마치 내 일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이 지속가능성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이 된다.

사회적경제가 이런 조직이다. 이윤과 함께 가치를,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현대 사회 내에서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경제적 모델을 고민하고 발전시켜 기업 자체의 생존을 유지해온 ‘연대’의 조직인 것이다. ‘이노마드’, ‘콘삭스’, ‘에코지아’의 창업자들도 이러한 존재로 시작하여 지난한 과정과 시간을 버티며 노력해 왔으며, 이러한 조직이 바로 우리가 지켜내고자 하는 이웃이기도 하다.

여미영 (공동집필)
세상에 귀 기울이며 매일 배우며 살고 있는 라디오 피디. 6년 전 길에서 만난 고양이 모모와 함께 살기 시작한 뒤 동물과 환경, 지구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에 큰 관심을 갖고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앙자의 색연필]은 7월 10일부터 김민석 교수의 지도와 감수를 거친 학생들의 글, 총 10편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더인디고 The Indigo]

앙자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경영학 박사), 대학에서 환경을, 대학원에서 마케팅과 CSR,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하고,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LG전자에서 일했다. 현재는 연구소와 대학교에서 ‘나은 삶을 함께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준법진흥원 원장으로 윤리경영, 준법, 컴플라이언스 등 ISO 인증 및 교육을 하고 있다. e-mail: lab.sustain@gmail.com / kazak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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