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인터뷰] 정보접근성 개선에 사활 건 손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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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씨이 코리아 손학 대표
사진_국제회의에 참석 중인 에스씨이코리아 손학 대표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누는 저널, ‘더인디고’는 2020년 창간을 맞이해 장애인 당사자 및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권익을 대변하거나 관련 분야에서 활동해온 분을 중심으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우리 사회에 잘 알려진 인물뿐 아니라 장애계 혹은 장애인 당사자조차도 잘 모를 수 있는 분을 소개함으로써 ‘사람’과 ‘이슈’ 등 다양한 정보를 알아보는 기획시리즈이다.
 
첫 번째로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모바일 접근성 전문가이자 최근에는 사물인터넷 접근성 국제 표준화 및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손학 ‘에스씨이(SCE)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 정보접근성 개선은 장애인만? 불편을 느끼는 우리 모두의 과제
  • 국제표준과 솔루션을 통해 전세계 장애인 정보격차해소 박차

“정보 취약계층을 위해 정보접근성 개선과 관련 사업을 평생 업으로 여기는 사람입니다.”

‘에스씨이코리아’ 손학 대표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모바일 접근성 솔루션 ‘forApp’을 기획하고 개발한 전문가 다웠다.

손 대표가 생각하는 모바일 접근성은 ‘모바일 기기뿐 아니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를 불편함 없이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접근성은 장애인이나 고령자뿐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는 모든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며, 그들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국제 표준화를 주도함으로써 대중교통 이용 등 모바일과 연계되는 많은 분야에 영향력을 줄 뿐 아니라 국제 접근성 비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유는 장애인 등 사용자 측면에서 괴리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현재 정부보조에 의존하는 보조기기 등을 글로벌 시장화로 이끌기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뷰 중인 손학대표
에스씨이코리아 손학 대표 (사진 _ 더인디고)

손 대표는 정책 측면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내비쳤다. 가장 먼저 접근성 가이드라인 수립에 이어 2018년 ‘국가정보화기본법’을 통해 모바일 접근성을 의무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은 아직 계류 중이라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지하철 공사를 할 때 이동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 공사를 함께하면 비용과 시간,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것처럼, 모바일 접근성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하는 손 대표를 이틀에 걸쳐 마포 ICT CoC 공유사무실에서 만났다.

이하 일문일답이다.

Q. 웹 접근성이나 모바일 접근성 등의 용어가 생소한 분들이 있다.

‘접근성’은 말 그대로 장애나 연령 등에 상관없이 원하는 장소, 교통, 정보통신 기기와 정보 등에 접근이 가능하고 사용이 쉬운가 이다. 모바일 접근성은 기기 자체와 소프트웨어(어플리케이션)까지의 접근과 원활한 사용을 일컫는다. 개인적으로는 모바일에서 접근할 수 있는 웹사이트(웹)까지를 포괄해야 하며, 누구나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참고로 웹 접근성은 모바일과 분리하여 ‘웹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

Q. 모두를 위한 접근성이 중요한 이유는?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면 누구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모바일을 이용하다 보면 기기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 마다 더 그렇다. 모바일에서 계좌 이체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미지(비 텍스트)로 되어 있는 아이콘만 있고, 대체 텍스트 등 어떠한 설명이 없다면? 물론 이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Q. 국제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다.

전 세계인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접근성 국제표준’을 만드는 작업이다. 법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지켜야 할 준칙이다.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작업을 통해 한국의 접근성 기술을 세계에 선도해 나가려고 한다. 국제표준은 선점이 중요하다. 대체로 국가표준과 국제 표준이 충돌했을 경우 국제표준을 따르기 마련인데, 어느 나라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국제사회 영향력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국가나 기업은 장애인이나 고령자들이 중요한 고객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40년이 되면 65세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 대비 약35~4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전 세계 장애인 평균인구인 15퍼센트를 합치면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Q. 우리나라를 IT 강국이라고 한다. 실제 국제사회와 비교했을 때 접근성 수준은

실제 우리나라 모바일 접근성 수준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국내표준 기준에 따른 자체조사 결과는 일부 존재하나, 국제표준에 입각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접근성 수준은 실제 사용자의 입장에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 ‘모바일 접근성 가이드라인 1.0’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2016년에는 ‘가이드라인 2.0’을 국가 표준으로 승격했고, 2018년에는 국가정보화기본법을 개정함으로써 모바일 접근성 의무화와 인증 제도까지 도입을 했다. 그러나 이후 뚜렷한 변화는 엿보기 어렵다. 더 아쉬운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21대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점이다.

Q. 현재 접근성 수준은 어떻게 측정되고 있나. 에스씨이코리아에서 개발한 ‘forApp’은?

국내에서는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전문가들의 수작업과 사용자 평가를 같이하고 있다. 접근성 평가항목이 많고, 점검하는 어플리케이션마다 그 항목에 맞게 점검하며 문서화하는 작업 자체만으로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현실적으로 전수검사의 어려움이 존재하다 보니 샘플링을 통해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사람의 일이라 실수도 발생한다. 그래서 이를 손쉽게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 ‘forApp’을 2014년부터 개발해왔다. 올해는 인공지능까지 탑재해 정확성과 신속성을 꾀할 계획이다.

Q. 모든 사람을 위한 접근성 개발이나 서비스를 하는데 있어서 문제는

접근성을 준수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자체로는 과글도한 비용이나 작업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미 접근성 준수 이전의 제품들의 경우 수정 및 보완 등에 따른 업무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물론 기존 제품이 여전히 시장에서 이용되고 있거나 기업 자체에서 리뉴얼 할 필요가 있을 시 접근성 준수는 바람직하다.

Q.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다? 장애인 영역도 부가가치 산업, 소위 자본시장에 뛰어들 만한 것인가?

단순 논리의 시장성은 작다. 통계상 65세 이상 고령자의 절반은 저소득자이다. 따라서 기업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위, B2C(business to consumer) 모델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B2G(business to government) 또는 B2B에 의존한다. 휴대폰 요금이나 보조기기 등의 경우 정부에서 얼마나 보조를 해주느냐에 따라 좌우되곤 한다. 그러나 시장이 좁기 때문에 역으로 시장 확대를 위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것만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90년대 초반에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모바일 접근성에 인생을 건 이유는?

언론사와 금융권 회사 전산팀에서 일을 했다. 2000년 IT회사를 창업했는데, 당시 고객사들 중에는 2013년부터 시작되는 웹 접근성 의무화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각장애인들과 만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장애인과 고령자에 대한 연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도 분명 불편한 점을 갖게 된다. 나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Q. 기술의 변화만큼 사람의 욕구와 사회적 환경도 다양해진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2017년부터 포괄적 접근성 연구팀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 뿐 아니라 학계, 공공기관 및 기업 등에서 일하는 분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관련 데이터 수집과 분석 등이 쉽지 않다. 여력이 된다면 관련 전문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과 협력을 해볼 생각이다.

Q. 앞으로도 접근성?

10년 전부터 접근성만 생각하다 보니 지금도 머릿속에는 접근성만 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접근성 부족으로 생기는 불편함과 시간 낭비 등을 줄이는 것 자체가 목표다. 국제표준화 활동을 이미 시작했으니 글로벌 시장도 확대하면서 개발도상국 정보격차 해소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사물인터넷 표준화를 주도했으니, 올해 당장은 대중교통접근성 표준화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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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ecdea5bd21@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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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0333@naver.com'
석봉식
4 years ago

나같은 일반인도 모바일접근성이 사실, 접근성이란 용어만 생소하지 상당히 중차대한 분야라고 생각된다.
노령층과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와 투자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손학—^파이팅♡

confideans@gmail.com'
김동하
4 years ago

훌륭합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손학대표님 파팅 !!!

gukmo72@gmail.com'
gukmo
4 years ago

우리나라에 이런 분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 알았어요~정말 대단합니다.^^앞으로도 더욱 번창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