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죽어서도 ‘차별’… 교통사고 목숨 값, 비장애인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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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8월 6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공정한 심리를 촉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8월 6일 대법원 앞에서 동등학 교통사과 위자료를 인정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공정한 심리를 촉구했다./사진=더인디고
  • 서울지법, 장애인 교통사고 사망 위자료… 기왕장해 이유로 50% 판결
  • 장애계, 법원이 위자료 기준으로 ‘장애’ 운운하는 것은 법을 빙자한 차별
  • 김미연 유엔장애인권리위원, “정부의 협약 이행 의무를 법원이 위반한 꼴” 비판

[더인디고 조성민]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의 교통사고 사망 시 손해배상금은 얼마일까?
법원이 1심, 2심에서 모두 비장애인 목숨 값의 절반만 인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지체장애인 김모(당시 65세, 여)씨가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다 화물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의 자녀 정모씨는 사고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김모씨에 대한 위자료를 5천만 원으로 확정했다.

서울지법은 2018년부터 교통사고 사망 시 위자료 기준 금액을 기존 8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한 것을 비추어 볼 때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절반의 목숨 값’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심에서는 운전자의 과실을 90%로 책정하면서, 위자료 산정 당시, 사고 경위, 김씨의 나이와 ‘기왕장해’, 즉 장애인이었다는 이유로 위자료 감액 선고를 했다. 물론 2심에서는 기왕장해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위자료 5천만 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교통사고로 사망한 장애인의 위자료 소송에서 법원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비장애인의 절반 정도만 인정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6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공정한 심리를 촉구했다.

이 사건의 법률대리인인 박병철 변호사는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정신적 고통은 다르지 않다.”며 “1억으로 위자료를 정해두었음에도 김모씨의 경우 기준 금액의 반만 인정받았다. 1심과 2심의 판결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판결이다. 대법원이 1심과 2심의 잘못된 판단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저버리지 않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좌) 박병철 변호사, (우) 장애인 당사자 유족 김모씨/사진=더인디고

또한 원고인 유족(남동생)은 “누이는 교통사고 후 7개월 정도 병원에서 고생하다 결국 사망했다. 이것은 누이만의 사건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사회적 약자가 동일한 사건을 당할 때 이 판결이 판례가 될 수 있어 대법원에 상고까지 하게 됐다.”며 법원의 합리적 판결을 촉구했다.

장추련은 “장애인에게 ‘기왕증’, ‘기왕장해’는 낯선 말이 아니다. 장애인이 보험과 관련하여 보상을 받아야 할 때 보험회사들은 기왕증을 들먹이며 보상을 회피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며 “현재 손상의 정도와 아무 관련 없는 장애를 기왕증으로 몰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보상 금액을 깎거나 회피해왔는데, 이제는 법원까지도 기왕장해를 들먹이며 장애인의 목숨 값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정한 위자료 기준을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다.”며 “이런 차별적 판결을 근거로 보험회사들은 장애인의 보상과 관련한 사건들에 더욱더 기왕장해를 들먹일 것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재판부는 무엇을 근거로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고통의 무게가 다를 것이라고 계산한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도 전화 통화에서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이 당연한 평등의 원칙조차 이 땅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며 “‘장애’를 이유로 위자료를 비장애인의 절반으로 판결한 법원의 결정은 ‘장애인은 2등 시민에 불과하다’는 것을 법이 천명한 꼴이며, ‘법’을 빙자한 차별이고 횡포다.”고 성토했다.

▲자유, 평등, 정의가 쓰여 있는 대법원/사진=더인디고

김미연 유엔장애인권리위원도 “유엔장애인권리협약(협약)은 제5조 평등 및 비차별 제2항에서 ‘당사국은 장애를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 모든 이유에 근거한 차별에 대하여 장애인에게 평등하고 효과적인 법적 보호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협약을 10년 전에 비준해 놓고, 그 이행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과거 법원이 유사한 교통사고에 대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위자료를 차별한 것은 부당하므로 비장애인과 같은 금액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한 적이 있다.”며 “이번 원고 측이 주장한 ‘감액 사유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정신적 차원의 위자료까지 깎은 것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며 협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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