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기다린 약속…‘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삭발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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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위한 삭발투쟁이 7일 세종대왕 상 앞에서 열렸다.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위한 삭발투쟁이 7일 세종대왕 상 앞에서 열렸다./사진=더인디고
  • “돈 없으면 앉아서 죽으라는 것” 삭발 호소…10일 중생보위 앞두고 압박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일주일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응급실에서 엄마를 진료했던 의사는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위로를 했습니다. 가난하면 무참히 병원도 못가고 죽는 것을 당해보니 비참했습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죽으라는 것입니다.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지 않으면 국가는 살인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이형숙 위원장의 삭발투쟁 호소문 중 일부-

지난 7월 31일 서울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에서는 내년도 기준중위소득만 결정되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하 2차 종합계획)’은 미뤄졌다. 오는 10일 2차 종합계획이 결정될 제61차 중생보위를 앞두고 시민단체는 기자간담회와 삭발 투쟁으로 다시 한번 정부를 압박했다.

7일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3대적폐폐지공동행동)과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광화문 농성장에서 “대통령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약속을 지키라”며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는 7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대통령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약속을 지키라”며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더인디고

빈곤사회연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9대 조기대선 후보시절 부양의무자기준의 단계적 폐지를 공약했다. 2017년 8월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농성장’에 방문하여 2020년 발표될 2차 종합계획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완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3일에는 코리아나 호텔에서 있었던 ‘제59차 중생보위’ 회의장 앞에서도 박 장관은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지난 7월 31일 중생보위 회의 안건에는 생계급여에서 2022년까지 부양의무자기준의 단계적 폐지만 담겨 있을 뿐, 의료급여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안이 담겨 있었다. 이는 7월14일 발표한 한국형 뉴딜 종합계획에 담겨있던 내용 그대로라며 종합계획에 ‘개선’이라는 문구는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안 하겠다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가족 부양에 대한 인식이 최근 20년간 크게 변화했다. 2002년 부모부양의 책임이 가족에 있다는 응답이 70.7%에 이르렀던 반면, 2018년 그 비율은 26.7%로 줄어들었다. 반면 사회에 책임이 있다는 비율은 19.7%에서 54.0%로 크게 늘었다.”며 “부양의무자기준이 우리나라 공공부조 사각지대의 주범이라는 데 시민사회, 학계와 정부 내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말하면 국민건강보험제도로 보장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가 양산된다.”며 “2019년 8월 기준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자 190만 세대 중 월 보험료 5만 원 이하 생계형 체납자는 141만 세대로 74.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며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강조했다.

박경석 대표도 “부양의무자기준은 처음부터 잘못된 출발이었다. 개선은 20년 전부터 되어 왔다. 개선은 ‘사기’다.”며 “2차 종합계획에 ‘폐지 계획’이라도 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담회 이후 세종대왕 상 앞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의 당사자이자, 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이형숙 집행위원장의 삭발투쟁이 진행됐다. 이형숙 위원장의 삭발식이 진행되면서 투쟁참여 호소문도 낭독됐다.

▲7일 세종대왕 상 앞에서 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이형숙위원장의 삭발 투쟁이 진행됐다./사진=더인디고

호소문에서 이 위원장은 “광화문 광장 지하역사에서 1842일 동안 5년이라는 긴 세월 농성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염원인 인간답게 살기 위한 생존의 투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에는 반드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담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홍남기 장관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어릴 때는 어머니의 짐으로 나이가 들어서는 자식들의 짐이 되고 있다. 어머니에게 한 평생 짐이 됐는데 자식에게까지 짐이 될 수는 없다. 부양의무자기준을 꼭 폐지해서 더 이상 짐덩이 취급을 받지 않고 싶다.”고 호소했다.

사진=더인디고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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