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오늘] 비교와 칭찬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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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안의 타조 얼굴과 울타리 밖의 나무로 만든 오리 얼굴
ⓒPixabay
조미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조미영 집필위원]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로변에서 심하게 발버둥 치며 우는 아이를 바라보며 당황하는 어떤 엄마의 모습이 예전의 나와 닮았다. 사람들이 모른 척하고 그냥 지나가주면 좋은데 모녀를 안쓰럽게 또는 불쾌하게 힐끗거리거나 대놓고 서서 바라보고 있다. 엄마 입장에서 보면 우는 아이도 힘겹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힘들다.

걱정스러워 바라본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폭력일 수 있다. 나는 그랬다. 그 시선의 폭력을 온몸으로 받는 게 힘들었다. 그렇게 거리에서, 마트에서 이유를 알아차릴 수 없는 아이의 과한 행동으로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아들은 25세의 청년이 되었다.

어렸을 때보다는 많은 부분이 편해졌지만 가끔 남의 시선을 끄는 행동(자신만의 기분 좋음으로 소리 내어 웃는다거나 갑자기 흥분하여 펄쩍펄쩍 뛴다거나…)을 하면 조금 기다려주는 여유가 생겼다. 인내심의 끝자락에 닿을 때쯤이면 나는 나에게 최면을 건다.

‘○○보단 낫잖아. 걘 길 가다가 사람 많은 곳에서 침을 마구 뱉는다던데…’
‘**보다는 나아. 걘 지나가는 사람에게 자꾸 말을 걸어서 그 엄마 미치겠다잖아…’

나보다 더 힘든 엄마의 상황을 끄집어내서 나를 편하게 하고자 하는 이 비교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고는 반성했다. 그동안 나의 이 터무니없는 비교 대상으로 의문의 1패를 당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애꿎은 누군가를 들먹이며 위안을 삼는 건 정말 아닌 거였다.

내가 내뱉는 말은 쉽게 공중으로 사라지니 누군가 그 말을 문제 삼지 않는 한 잊고 살게 된다. 하지만 글은 다시 꺼내 읽을 수 있어 그 글이 나를 실망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나의 습관이 선량한 차별주의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게 되니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두려워지고 신중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폐아 아빠가 쓴 책 ‘자폐아에겐 특별한 재능이 있다’로 인해 내 아들이 자폐인 것을 아는 지인이 한때 물어온 말이 “댁의 아들은 어떤 재능이 있나?”였다. 내 딴에는 그런 질문 따위 달관한 사람처럼, 잘 먹는 재능, 잘 뛰는 재능, 건강한 게 재능이라는 등 기본적인 신체 관련해서 한마디 던지곤 웃어넘겼다.

어느 날 문득 생각해보니 잘 먹지 못해 위루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었다. 걷거나 뛰지 못해 보장구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었다. 건강하지 못해 많은 약을 복용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것을 재능이라고 농담 삼아 얘기하다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폐인에게 어떤 특별한 재능이 있는지 궁금한 사람은 다음에도 자폐인을 만나면 또 질문을 하겠구나 싶어 준비한 대답이 있다.

“재능 없는 사람이 더 많고요, 그런 질문은 재능 없는 사람에게 상처될 수 있으니 하지 말아 주세요.”

당장은 서로 어색할 수 있지만 그런 질문은 더 이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식욕이 지나쳐 식탐으로 인해 매 끼니마다 전쟁이었던 아들이 어떻게 하면 밥을 천천히 먹을까 궁리하다가 티스푼으로 밥을 먹게 했다. 그 조그만 숟가락에 밥을 다져서 제법 많이 얹어 먹으며 흡족한 표정의 아들이 놀라웠다. 자신이 필요한 건 저렇게 하는데 먹는 것 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티스푼 대신 젓가락을 줬다. 딱 하루 젓가락에 반찬을 걸쳐 먹더니 바로 메추리알까지 집어먹는 묘기를 보여주는 아들에게 엄마는 졌다. 먹고 싶은 만큼 먹게 내버려 뒀다.

선생님은 학교에서 아들이 젓가락 사용을 잘한다고 집에서 교육을 잘 하셨다며 엄마인 나를 칭찬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기분 좋은 것과 거리가 있는 칭찬은 바로 사양한다.

“아니에요 선생님, 그럼 하진이가 잘 못하는 것들은 제가 집에서 교육을 안 시켜서 그런 건가요? 젓가락 사용 못 하는 아이는 엄마가 교육 안 시켜서 그럴까요? 본인 의지가 중요하더라고요.”

비교해서 나를 위로하다 보면 나는 사라지고 대상만 존재한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칭찬도 주위의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간 말과 글 실수에 대해 조용히 반성하고 사죄하며 좀 더 나은 나를 만들기로 약속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그 행복을 나누면서 따뜻한 사회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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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경
3 years ago

멋진 글 잘 읽었어요~~^^b

bokttine@naver.com'
김은똥
3 years ago

조미영 작가님~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쉽게 부담없이 읽을수있게 써 주신 글 보며 제 자신 스스로의 생활을 비추며 생각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마음 속에 후끈한 불씨하나 품어질 듯합니다.

다음 글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famina@naver.com'
famina
3 years ago

멋진 출발 축하하며 멋있는 글에 공감합니다

okhwan.kang@halla.com'
강옥환
3 years ago

멋진 어머니
언제나 홧팅

beauty3young@naver.com'
유세영
3 years ago

갑자기 읽는 중에 눈물이 났습니다~칭찬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우리 아이들에게도요~우리 아이에게 잘했다 칭찬했더니 우리 아이가 그러더군요~엄만 내가 바본줄 알아~이런 것도 못하게~~라고요~얼마나 더 성장해야 진짜 엄마가 될까요? 아이로인해 조금씩 느리지만 성장합니다~좋은글 감사합니다 ♡

ljo0302@daum.net'
이정옥
3 years ago

칭얼되지않고 밥 잘 먹고 하루 세번씩 먹는 약들도 잘 먹어주고 즐거우면 웃기도 해줘서 우리 가족들은 세나한태 고맙다!! 고맙다!!
한답니다. 또 세나한태 우리가 감당할수있는 만큼 장애가있어줘서 세나 언니들은 그것도 고맙다 사랑한다해줘서 고맙고요
이렇게 되기까지는 참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난후랍니다 이제 내 나이가 칠십 중반이니깐 이제야 철?이 좀 든다고 해야되나요?
키우다보면 우리애가 기쁨도 주고 위로도 된답니다~~~
우리 엄마들
넘 힘들어하지말고 이쁘다이쁘다 하다보면
정말 이쁜짓도 많이 한답니다
파이팅 하시고 행복합시다!!!

daldal2pjh@gmail.com'
박정화
3 years ago

지혜롭게 살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

heojs671228@naver.com'
거북맘
3 years ago

잘 읽었습니다. 저도 반성하며 보게 됩니다. 얼마나 많은 말로 비교하고 저주하는 말도 서슴치않고 아이에게 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sueahjo@naver.com'
조승아
3 years ago

“아니에요,선생님. 그럼 (아이가)잘 못하는 건 제가(엄마가) 집에서 교육을 잘 안 시켜서 그런 건가요?”
이 부분 특히 사이다네요.
다른 친구의 행동을 볼 때의 태도,
평소 옳지 않은 칭찬에 대한 저의 태도도 많이 반성하게 되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kimnang@naver.com'
김난희
3 years ago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팬이 될 것 같아요~♡-♡

fantasia0508@naver.com'
남다혀이
3 years ago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ljalja0121@naver.com'
임정아
3 years ago

그래서 저는 되도록 말은 많이 듣고,
되도록 말은 아끼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실수하겠지만
무심코 하는 말이 다른이에게 어떻게 와닿을지
생각하고 말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