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낮은 시선으로부터] 표현과 종교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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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십자가
ⓒ유튜브 화면 캡처/https://www.youtube.com/watch?v=lzsGHf27wX4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위원]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위원

아주 어릴 적 소설가를 꿈꾼 적이 있다. 소설가라니, 부모나 주변 어른들로부터 시계 수리공이나 동네 도장포 주인을 권유받던 시절이었다. 철이 없어도 이만저만 철딱서니가 아니라고 지청구 꽤나 들었다. 고작 꿈을 표현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던 시절을 보낸 탓인지 소설가가 된 후에는 나의 생각을 글로써 표현하는 일에는 애써 자유롭고자 했다.

교회 한 귀퉁이에 쪼그려 앉아서 간구하는 행위가 자유이듯 내게 쓰는 행위는 곧 자유였고, 이 자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글쓰기의 믿음이었다. 종교인이 신을 믿는 것처럼 글쓰기는 내가 삶을 살아내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표현의 자유와 글쓰기에 대한 믿음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내 고유의 권리였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타인의 자유에 민감했고, 민감한 만큼 관대했다. 그런 이유로 종교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애썼고, 사회적으로 이단이라 매도되는 종교행위조차 그들의 믿는 자유로 여겼다. 어떤 형태로든 원하는 경우 개인의 생각은 표현되어야 하고, 믿는 행위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야 자유는 사람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개별적인 표현들은 시나 소설 등 예술적 글쓰기로 또 영상이나 그림 혹은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 세상을 풍요롭게 하며, 무언가를 믿는 행위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위안이 되고 마침내 살아가는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웹툰 작가의 표현의 자유와 한 종교집단을 이끄는 목사의 폭력적인 믿는 자유에는 결코 관대하고 싶지 않다. 자유는 그 어떤 방식이나 행위로 표현이 되더라도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웹툰 작가는 자신의 웹툰에 한 여성이 남자 상사와의 술자리에서 자기 배 위에 커다란 키조개를 올려놓고 송곳으로 깨는 장면을 통해 성관계로 여성이 정직원이 되는 듯 표현함으로써 여성의 삶의 방식을 왜곡하고 모독했다.

또 한 목사는 감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에 자신을 따르는 수천의 사람들을 광화문 광장에 모아 전국으로 감염병을 전파시켰다. 자신들의 자유가 논란이 되자 애써 몰랐다며 사과하는 웹툰 작가의 떠름한 표정과 감염병 감염으로 강제 이송되는 목사의 득의만만한 표정에는 자신의 자유를 지적받은 자의 불평과 오만으로 가득했다. 이 두 사람은 자신의 자유를 다른 사람들, 특히 약자들을 공격하는 무기로 이용했다. 웹툰 작가는 표현의 자유라는 자신의 권리를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라는 폭력적 방식으로 이용해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목사는 사람들의 종교적 믿음과 소속감을 조종해 자신의 영욕을 채우려 했으며, 더구나 자신의 신도들을 감염병 전염의 매개체로 활용해 우리 사회 전체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자유, 아름답지만 두려운 절대성을 결코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예술적 표현이라고 해도 그 표현이 사람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되며, 신에 대한 믿음의 원칙을 자신들만의 ‘옳고 그름’을 통해 결정하고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짓은 결코 믿음의 자유가 아닌, 극성스러운 맹신 행위에 불과하다. 표현의 자유도, 믿음의 자유도 결코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표현의 행위가 자유로워야 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믿는 일이기 때문이며, 믿는 행위가 자유로워야 하는 이유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겁 많고 소심한 사람이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대단찮은 글쓰기를 지탱해 줄 자유로움 한 줌과 다른 사람들의 맹신적 믿음을 이성으로 감당하기에 버겁지 않을 만큼의 선의만 있으면 그만이다. 이 좀스러운 꿈은 어릴 적 소설가가 되고자 했던 바람처럼 여전히 철딱서니 없지만 마음속에 앙바틈하게 자리 잡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꿈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것, 그 느려터진 발걸음이 내가 생각하는 표현의 자유이며 믿음의 자유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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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v@hanmail.net'
Judy
3 years ago

표현과 종교의 자유가..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요즘..균형잡기와 상호존중이 어렵네요.ㅜㅜ 좋은 글..기대합니다. ^^